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또 사건이 터졌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선수 4명이 전지훈련지인 대만 타이난의 도박장을 찾은 것이 발각됐다. 나승엽 고승민 김동혁 김세민 등 롯데 선수 4명은 휴식일인 지난 12일 밤 타이난 시내 도박장을 출입한 것이 CCTV에 잡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롯데는 13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4명을 즉각 귀국 조치하는 한편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중징계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해 7위에서 올시즌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는 롯데는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나승엽과 고승민은 주전 내야수다.
프로야구 구단의 해외전지훈련은 가장 중요한 연중행사다. 1년 농사를 가늠할 선수들 컨디션이 스프링캠프를 통해 결정된다. 각 구단이 한 달여의 스프링캠프 기간에 수 십 억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다. 롯데는 2024년 미국령 괌에서 전지훈련을 치렀다. 괌은 전지훈련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한낮 기온이 섭씨 40도 가까이 올라 긴 시간 야외 운동에 제약을 받는다. 결국 롯데는 2025년부터 전지훈련지를 대만 남부 도시 타이난으로 옮겼다. 가오슝, 타이난 등 대만 남부 도시는 2월 평균 기온이 섭씨 20도 안팎으로 운동하기 알맞고 이 기간 강우량이 적다. 키움 히어로즈 역시 이런 조건 때문에 올해 가오슝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문제는 가오슝이나 타이난 전지훈련 장소가 시내와 인접해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선수단 숙소는 시내 한복판이다. 이곳엔 온갖 유흥시설이 산재해 있고, 이번에 롯데 선수들이 출입한 게임장(도박장)도 여럿 있다. 오전, 오후, 야간 하루 세 차례의 훈련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정의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은 호텔 밖 네온사인 불빛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롯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오랫동안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러던 중 몇몇 선수들이 카지노에 빠져 한 선수는 연봉의 반 이상을 탕진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롯데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호주 캠프에서 철수했다. 2019년엔 호주 시드니로 전지훈련을 떠난 LG 트윈스 차우찬 오지환 심수창 임찬규가 카지노를 출입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2015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터진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오승환의 ‘마카오 원정 도박 사건’은 야구계를 큰 충격에 빠트렸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 사건으로 삼성의 2011~2014년 4년 왕조는 막을 내렸고 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2024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8위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KIA는 올해 일본의 외딴섬 아마미오시마로 떠났다. 선수들 도박에 진저리를 낸 삼성은 괌과 일본 오키나와 이외 장소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2000년대 초반 한 때 미국 하와이가 전지훈련지로 각광 받은 적이 있다. 하와이는 기후로 볼 땐 최고의 장소이지만 휴양지와 유흥지가 섞여 있어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 2003년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현지인들과 폭력 사건에 연루된 이후 하와이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팀은 없다.

SSG 랜더스는 전신인 SK 와이번스 포함 20년 넘게 미국 플로리다를 고집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 시절인 2007년부터 2011년까지는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났지만 나머지는 플로리다를 벗어나지 않았다. SSG는 올해도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 캠프를 차렸다. 플로리다에 가려면 직항 노선이 없어 꼬박 하루 동안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럼에도 SSG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천혜의 자연 환경뿐 아니라 훈련 여건이 다른 지역과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야구장과 숙소가 들어서 있는 곳이 다운타운과 멀찍이 떨어져 있어 선수들이 한눈을 팔 수가 없다. SSG는 롯데 선수들의 도박 사건을 보면서 플로리다에 온 것을 안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daeho902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