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중 kt 코치에서 에능 프로그램으로 옮긴 이종범. 그는 kt에서 코치로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포기했다.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최근 말썽을 빚고 있는 이종범 사태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kt 위즈에서 입지가 좁아진 이종범이 좋은 조건을 제시한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로 옮겼다. 시즌 중에 팀을 떠난 것을 두고 비난이 들끓었다. 그것도 현역 프로팀 코치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괘씸죄가 더해졌다. 그 뒤 해명은 이종범을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띄워 보냈다. 자신은 가고 싶지 않았는데 프로야구 흥행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후배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 ‘비겁한 변명’은 이종범을 심정적으로 영원히 야구계에서 추방시키는 한 방이 됐다. "kt에서 더 이상 내 역할이 없는 차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 가게 됐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그저 혀를 몇 번 끌끌 차고 말 일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종범을 보내면서 "팀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범의 팀 내 영향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종범의 시즌 중 예능 행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든다. 우선 이종범의 지도자 역량이다. 이종범은 현역 은퇴 뒤 한화 LG kt에서 코치를 했다. 세 군데 다 임팩트가 없다. 시끌벅적하게 들어갔다가 소리소문없이 나왔다. 평가도 야박하다. 이종범은 감독을 꿈꿨다. 해설도 그만뒀고, 예능 출연도 냉정하게 끊었다. 해외 연수도 다녀왔다.
코치 수업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감독 제의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감독 후보군에 이종범이 올랐다고 하지만 근거 없는 얘기다. 지금까지 이종범을 감독 후보로 불러 면접한 구단이 한 군데도 없는 것이 팩트다. 이종범은 kt 코치를 하면서 현실을 뼈저리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종범의 예능 행을 무턱대고 비난만 할 일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기 살 길을 찾아간 것이니 그냥 보내주면 된다.
예전엔 프로야구 코치가 은퇴 선수들에게 최선의 선택지였다. 요즘엔 방송 해설, 예능, 유튜브 등 다양한 길이 있다. 특히 선수 시절 수백억 원의 수입을 챙긴 스타들은 고된 코치를 하지 않으려 한다. 덕분에 지도자가 꿈인 선수들에겐 기회가 열렸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지도자로서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는데도 인지도에서 밀려 꿈을 펼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알아서 빠져 주니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지 명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코치의 덕목은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바른 인성과 성실함 그리고 학구적 태도다.

코치가 박봉이란 말도 맞지 않다. 코치를 처음 시작하면 대략 5000만 원에서 6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대기업 대졸 신입 사원과 비슷한 수준이라 박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3~4년만 꾸준히 해 실력을 인정받으면 억대 연봉에 진입하며 일정액의 활동비도 따로 받는다. 프로야구 코치는 연간 대부분을 팀과 함께 움직여 개인적으로 돈 쓸 일이 별로 없다. 검증도 안 된 코치에게 이름값만으로 바로 억대 연봉을 지급하는 게 오히려 형평에 어긋난다. 결론은 이렇다. 스타가 아무나 되는 게 아니 듯 지도자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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