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프로야구 감독들이 더블헤더 실시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예전부터 줄곧 그래왔다. 더블헤더 시기가 다가오면 습관적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판하고 나선다.
이들이 더블헤더를 기피하는 이유는 ▲선수들 부상 위험이 크다 ▲선수층이 얇아서 경기력이 떨어진다 ▲관중들에게 질 높은 경기를 보여줄 수 없다 등 레코드판 돌리듯 같은 얘기를 해마다 반복한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시즌 전 경기 운영 계획을 짤 땐 뭐 하다가 더블헤더 시기가 닥치면 눈을 부라리고 나서는 것일까. 더블헤더 여부 등 시즌 운영 계획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이사회는 10개 구단 사장들이 모인 KBO 최고 의결 기구다.
각 구단 사장들은 이사회 결정에 앞서 감독 등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 그렇다면 감독들이 그땐 아무 얘기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사장이 감독의 의견을 묵살했거나 둘 중 하나다. 감독들이 동의해 더블헤더를 실시하는 게 상식적인 판단인데 뒤통수를 치는 격이다.
감독들은 올해는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이른 3월 22일에 개막했고, 시즌 뒤 큰 국제대회도 없는데 굳이 더블헤더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 프로야구는 아무리 늦어도 11월 중순까진 한국시리즈 등 모든 일정을 마쳐야 한다. 날씨 때문에 그 이후엔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렵다. 올해 페넌트레이스는 미편성 45경기를 포함해 9월 10일 종료된다. 포스트시즌 한 달을 더하면 아무리 빨라도 10월 중순은 돼야 마친다.
대한민국 기후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변화무쌍해졌다. 언제 경기가 취소될지 모른다. 장마철인 7월 한 달만 팀당 7~8경기가 연기된다. 시즌 폐막이 11월로 넘어가는 건 순식간이다. 감독들은 미국과 일본을 예로 들며 더블헤더 강행을 비판한다.
미국과 일본은 더블헤더를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천재지변에 가까운 악천후가 아닌 이상 경기를 치른다. 우리는 조금만 비가 내려도 경기를 취소하고 쉬어 가려고 한다. 일본은 6개 구단이 돔구장을 홈으로 쓴다. 더블헤더를 치를 필요가 없다.
더블헤더가 영 달갑지 않으면 주말 3연전에 취소된 경기는 월요일에 편성하면 된다. 하지만 감독들은 쉬는 날이 없다고 월요일 경기는 결사 반대한다. 많은 야구팬들은 월요일에도 야구를 보고 싶어 한다. 더블헤더가 팬들 입장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더블헤더를 보면 그 팀의 뎁스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감독들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더블헤더에 들어가면 과감하게 모든 선수를 활용해야 한다. 1차전에 주전들로 라인업을 짰다면, 2차전엔 벤치 멤버를 선발로 기용할 줄 알아야 한다. 더블헤더에선 승패에 상관없이 불펜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2024년 더블헤더는 11번 있었고, 2023년엔 12번 있었다. 2024년엔 두산과 kt가 4번씩으로 가장 많았고, 2023년엔 삼성 LG KIA kt 한화가 3번씩으로 가장 많이 했다. 올해는 더블헤더 기간이 4월 18일부터 5월 31일까지로 지난해보다 한 달이나 짧아졌다. 팀당 많아야 두 번이다. 이게 그렇게 큰 부담이라면 감독 자신의 능력을 되돌아봐야 한다.
daeho902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