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원태인(25)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매우 특별한 존재다. 대구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토종 선발 투수진의 축, 그리고 삼성의 자존심이다. 올해로 입단 7년 차. 신인 티를 벗고 어느새 푸른 유니폼의 상징이 됐다. 이제 그의 이름 앞에 조심스럽게 ‘레전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대구 사람들은 삼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엄밀히 말하면 ‘대구 야구’에 대한 자긍심이다. 1960년대 말 홀연히 나타나 1970년대 중반까지 그야말로 전국 고교대회를 씹어 먹은 경북고. 그 선수들을 그대로 불러 모아 창단한 삼성 라이온즈는 초창기 프로야구를 주도했다. 성적뿐 아니라 구단 운영에서도 선구자 역할을 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8차례 정상에 올라 12차례 우승한 KIA 타이거즈에 이어 2위다. 페넌트레이스 1위 9회, 포스트시즌 진출 30회는 단연 1위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43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꼴찌를 한 번도 하지 않은 팀이기도 하다.
황규봉 이선희 김시진 김상엽 박충식 배영수 윤성환 오승환 등 걸출한 투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 가운데 삼성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투수는 우완 기교파 윤성환이다. 윤성환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6시즌 동안 삼성 한 팀에서만 135승을 거뒀다. 그러나 윤성환은 불법 도박 사실이 드러나 이름 위에 빨간 줄이 그어졌다.
2000년 데뷔한 배영수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배영수는 삼성에서 뛴 2014년까지 124승을 올렸다. 특히 2004년 현대 유니콘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기록한 10회 노히트노런은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되고 있다.
삼성의 원조 에이스는 김시진이다. 1983년 데뷔해 1988년 말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111승을 마크했다. 특히 입단 5년 만에 달성한 100승은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위대한 기록이다.
100승 이상을 기록한 삼성의 투수 계보는 김시진-배영수로 이어진다. 삼성은 배영수 이후 20년 가까이 선발 투수 발굴에 실패했다. 잠재력 있는 투수들을 스카우트하고 공을 들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계보의 맥이 끊어질 즈음 나타난 선수가 원태인이다. 이 대단한 선배들 뒤에 원태인이 이름을 올려 놓을지 관심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원태인은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56승을 올렸다. 지난해엔 15승(6패)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150이닝 이상을 던졌다. 올 시즌에도 출발이 좋아 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7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투구해 마수걸이 승을 신고했다.
원태인의 장점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제구력과 기복 없는 투구 내용이다. 지난해까지 897⅔이닝을 던져 볼넷 261개를 내줬다. 3.4이닝마다 한 개의 볼넷을 내준 것으로 9이닝 당 2.6개의 볼넷을 허용한 셈이다. 지난해엔 159⅔이닝 동안 42개의 볼넷을 기록해 평균보다 수치가 향상됐다.
삼성은 올해 KIA LG 트윈스와 함께 3강으로 꼽힌다. 지난해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원인은 마운드 열세 때문이었다. 시리즈 도중 원태인의 어깨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원태인은 삼성 선발의 핵이자 대구 야구의 자존심이다. 그가 건강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삼성 마운드를 지켜줄 것을 대구 팬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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