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의 운명은?...올 시즌이 마지막 시험대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5.03.11 00:00 / 수정: 2025.03.11 00:00
지난 2년 간 중위권 머물러 실망감 누적
올해도 성적 못 내면 더는 기회 없을 수도
이승엽 두산 감독이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다. 올 시즌엔 반드시 두산을 상위권에 올려 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팩트 DB
이승엽 두산 감독이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다. 올 시즌엔 반드시 두산을 상위권에 올려 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올 시즌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감독 첫해인 2023년 리그 5위로 와일드카드 탈락, 2024년엔 리그 4위로 한 계단 상승. 하지만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에서 사상 처음으로 업셋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올해마저 지난 2년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승엽 감독의 ‘지도자 인생’은 험난해질 것이다.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이자 구단주는 지난달 26일 야구단이 전지훈련 중인 일본 미야자키 캠프를 방문했다. 박 구단주는 이승엽 감독 앞에서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4위, 5위 하려고 야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승엽 감독에게 2023년, 2024년 성적을 질책한 것이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3번 우승한 명문 구단이다. 이승엽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2022년 9위로 뚝 떨어졌지만 3년 연속 중하위권에 머물 팀이 아니다.

이승엽 감독은 박 구단주가 다녀간 뒤 긴장감이 확 스며든 느낌이다.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속내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젊은 선수들에게 독설도 내뿜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성적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승엽 감독이 누구인가. 1995년 데뷔, 일본 8년 포함 22년의 선수 생활 동안 626홈런(한국 467개, 일본 159개)을 날린 자타가 인정하는 ‘국민 타자’다. 한국에서 페넌트레이스 MVP 5차례, 골든글러브 10차례를 받았고 2003년엔 신기록인 시즌 56개의 홈런을 날렸다. 프로야구 43년 역사에서 최고 선수 단 한 명을 꼽으라면 이승엽을 호명하는 야구인이 많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감독 자리에 앉은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이승엽 감독이 지도자로서 성패의 갈림길에 놓였다. 한국 프로야구 특성상 올 시즌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다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두산 베어스는 서울을 연고로 할 뿐 아니라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 온 명문구단이다. 이승엽 감독으로선 두산이 갖고 있는 자부심을 지켜줄 책임이 있다. 두산 팬들로 가득 찬 잠실야구장 전경. /더팩트 DB
두산 베어스는 서울을 연고로 할 뿐 아니라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 온 명문구단이다. 이승엽 감독으로선 두산이 갖고 있는 자부심을 지켜줄 책임이 있다. 두산 팬들로 가득 찬 잠실야구장 전경. /더팩트 DB

전망이 썩 밝은 건 아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 두산의 성적을 4~5위권으로 내다보고 있다.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등 3강 후보 아래로 평가한다. 주전 3루수 허경민과 유격수 김재호가 팀을 떠난 것이 매우 커 보인다. FA 허경민은 4년 40억 원에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김재호는 은퇴했다. 여기에 그동안 불펜을 튼튼하게 지킨 김강률이 LG로 FA 이적했고, 정철원은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이승엽 감독의 속이 타들어 가지만 한편으론 살짝 미소를 흘린다. 매머드급 외국인 투수 2명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두산이 올 시즌을 앞두고 보강한 콜 어빈(31)과 잭 로그(29) 등 두 명의 좌완 투수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 거물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28승의 어빈은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자랑한다. 로그 역시 150km의 속구와 스위퍼를 주무기로 던진다. 이 감독은 이들 두 명의 원투펀치에 토종 에이스 곽빈까지 가세한 1~3선발은 단연 최강이라고 자부한다. 최승용의 4선발과 최원준 최준호 김유성 김민규가 경쟁하는 5선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마운드는 분명 높아졌지만 내야 수비와 타선은 지난해 보다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승엽 감독도 이 점을 의식, 젊은 선수들을 쉴 새 없이 독려하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2022년 말 두산 감독에 부임하면서 "3년 안에 한국시리즈에서 야구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어느덧 마지막 해가 됐다. 그 다짐이 이뤄질지 지켜보자.

daeho902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