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리그를 '산속'에서 '도시'로 끄집어내자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5.02.21 06:00 / 수정: 2025.02.21 08:12
퓨처스리그는 관중 없는 그들만의 리그
제2홈구장 활용해 관중들에게 다가서야
관중과 담을 쌓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퓨처스리그를 산속에서 도시로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사진은 2018년 7월 울산 남구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퓨처스 올스타전./울산=뉴시스
관중과 담을 쌓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퓨처스리그를 산속에서 도시로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 사진은 2018년 7월 울산 남구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퓨처스 올스타전./울산=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리그)는 철저하게 소외된 리그다. 상무 포함 11개 팀이 한 시즌에 팀당 118경기(상무는 120경기)를 치르지만 언제, 어디서, 누가 하는지 관계자와 선수 가족 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프로야구 관중은 지난해 10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초대박을 쳤지만 퓨처스리그는 관중과 담을 쌓고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다.

경기도 이천(LG, 두산) 고양(키움) 인천시 강화(SSG) 전라북도 익산(kt) 충청남도 서산(한화) 전라남도 함평(KIA) 경상북도 경산(삼성) 경상남도 김해(롯데) 창원(NC). 각 구단의 퓨처스리그가 열리는 지역이다. 모두 2군 훈련장을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산속에 있다. 애초에 관중은 염두에 두지 않고 연습경기 차원 정도로 생각한 결과다.

미국은 메이저리그 연고지가 없는 중소도시를 기반으로 마이너리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야구팬들의 연고 마이너리그팀에 대한 애착은 그야말로 ‘찐’이다. 마치 동네 운동회처럼 다양한 이벤트를 곁들인 잔치 한마당이 펼쳐진다.

2023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관중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부산=뉴시스
2023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관중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부산=뉴시스

우리는 프로야구 출범 40년이 넘었는데도 2군 선수들은 훈련도 산속, 경기도 산속, 숙식도 산속에서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한다. 우리에겐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경기할 훌륭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로 제 2홈구장이다.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는 한 시즌 6~9차례 제 2홈구장에서 1군 경기를 한다. 한화는 청주, 삼성은 포항, 롯데는 울산에서 갖는다. 청주 포항 울산 야구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한화와 삼성 롯데 구단은 제 2홈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이동의 불편함을 차치하더라도 금전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본다. 관중 광고 매점 수입 등에서 직격탄을 맞는다.

한화의 퓨처스리그 홈경기가 청주에서 열리면 어떨까. 대어급 신인 투수 정우주가 선발로 나올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아 잠시 엔트리에서 빠진 노시환이 대타로 등장할 수도 있다. 청주 팬들은 대전 팬들이 접할 수 없는 한화의 미래를 미리 보게 된다. 나아가 청주의 연고 구단은 한화 이글스가 아니라 한화 퓨처스(새로운 팀 이름을 짓는 것도 좋음)가 되는 것이다.

kt와 키움 2군은 1군 연고지와 상관없는 전북 익산과 경기도 고양에 둥지를 틀고 지역 주민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여기에는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제 2홈구장이 없는 팀들은 kt와 키움이 좋은 본보기가 될 거 같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대도시를 연고지로 삼고 있다. 프로야구팀이 없는 중소도시나 시골 주민들은 프로야구에 거의 관심이 없다. 경기도만 해도 용인 화성 성남 등 인구 100만여 명의 큰 도시가 여럿 있다. 이 지역 시민들은 프로야구를 응원하고 싶어도 마땅한 팀이 없다.

LG 2군이 용인을, 두산 2군은 화성을 연고로 삼아 라이벌전을 펼친다면 또 다른 흥밋거리가 되지 않을지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daeho902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