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노의 깨알재미] "난 9회용 감독" 염갈량이 밝힌 '넥센 치부'
  • 이성노 기자
  • 입력: 2015.10.12 05:30 / 수정: 2015.10.13 08:20
침울한 염갈량! 염경엽 넥센 감독이 11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침울한 염갈량! 염경엽 넥센 감독이 11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전술은 9회까지, 연장 승부 힘들어"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합니다. 특히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선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일반적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5선발에서 6선발 체제를 유지하다가 가을야구에 돌입하면 3선발 체제로 바꾸고 나머지 투수는 모두 불펜으로 전환합니다. 중간 투수진이 더욱 두꺼워지면서 상대 타자에 맞게 '맞춤 승부'가 가능해지면서 한 점 차 승부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앤디 밴 헤켄과 라이언 피어밴드를 제외하면 마땅한 선발 자원이 없는 넥센엔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넥센 히어로즈은 페넌트레이스 막판 치열한 3위 다툼을 벌였던 두산 베어스와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넥센은 전날(10일) 1차전에서 두산과 연장 접전 끝에 3-4로 쓰라린 역전패를 떠안았습니다. 무엇보다 '승리조'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선발 양훈이 5.1이닝 1실점으로 '뜻밖의 호투'와 박병호의 포스트시즌 첫 홈런으로 6회까지 2-1로 앞서갔습니다. 그리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손승락-한현희-조상우 '필승 계투조'를 내세워 '잠그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손승락과 조상우가 각각 1실점 하면서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일찌감치 '승리조'를 투입한 넥센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10회 연장에서 '신예' 김택형을 투입했고, 결국 쓰라린 역전패를 기록했습니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넥센엔 어쩌면 예고된 결과였습니다.

다 같이 파이팅! 넥센 선수들이 11일 두산전을 앞두고 한 데 모여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다 같이 파이팅! 넥센 선수들이 11일 두산전을 앞두고 한 데 모여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먹구름이 드리운 11일 잠실구장.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 만난 염경엽 감독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습니다. 1차전에서 '필승 계투조'를 투입했으나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마운드가 약한 넥센에 승리조를 가동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면 그 타격은 상상 이상입니다.

염 감독은 취재진과 만나자마자 "김 감독 기분 좋았겠네요?"고 첫 인사를 하더니 "전날 한숨도 못 잤다. 잠이 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웃으며 농담을 던졌으나 역전패의 아픔이 아직 사라지지 않는듯합니다.

어느덧 3년째 가을야구에 참석하고 있는 염 감독이지만, 매년 고민은 똑같습니다. 바로 마운드입니다. 타선은 '넥벤져스'라 불릴 만큼 막강하지만 상대적으로 투수진은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에이스' 앤디 밴헤켄과 라이언 피어밴드를 제외하면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습니다. 구원진 역시 필승조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선수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염 감독입니다. 그는 "페넌트레이스도 그렇지만, 포스트시즌은 특히 투수 싸움이다. 최고 전력을 꾸리기 때문에 한 점 차 승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겨야 진정한 강팀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넥센의 치부를 드러냅니다. 염 감독은 "저는 9회에 맞게 팀을 운용하고 있다. 연장에 들어가면 믿을만한 투수도 많지 않다. 9회 이후 승률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맞다"고 합니다.

넥센 2연패! 두산이 넥센을 3-2로 누르고 준PO 2연승을 거둔 가운데 패한 넥센 선수들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 잠실구장 = 최용민 기자
넥센 2연패! 두산이 넥센을 3-2로 누르고 준PO 2연승을 거둔 가운데 패한 넥센 선수들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 잠실구장 = 최용민 기자

넥센엔 '조상우-한현희-손승락'이란 든든한 구원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매 경기 마운드에 오를 수 없고, 2이닝 이상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다면 염 감독의 고민은깊어지고, 구원 삼총사가 부진하면 시름은 더해집니다. 딱 10일 경기가 그랬습니다. 손승락이 1.1이닝 1피안타 2볼넷 1실점, 투구 수는 33개, 조상우는 2이닝 동안 48개를 던지며 2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부진했습니다. 박빙 승부가 이어져 두 투수 모두 많은 공을 던졌습니다. 특히 '믿음맨' 조상우는 50개에 가까운 투구 수를 기록했습니다.

염 감독은 "애초 20개 중반을 기대했으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빨리 내릴 수 없었다"고 회상합니다. 취재진이 "그럼 오늘(11일) 조상우는 쉬느냐'고 묻자, 씁쓸한 표정의 염 감독은 "그럴 수 없다. 마음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팀 사정상 안 내보낼 순 없다. 리드를 하고 있으면 9회 1이닝을 책임질 것이다"고 말하며 2차전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구원진의 부진에 승패가 갈렸습니다. 넥센은 두산과 2차전에서 4회까지 2-2로 팽팽히 맞섰지만, 5회 구원 등판한 하영민이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추가 실점을 했습니다. 결국 넥센은 한 점 차 승부를 극복하지 못하고 2-3으로 패했습니다. 2연패. 세 경기 가운데 한 경기만 내준다면 포스트시즌을 접어야 하는 넥센입니다. 이틀 연속 치부에 발목 잡힌 넥센이었습니다.

[더팩트ㅣ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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