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노의 스담스담] 프로야구 10개 구장, '개성'을 더 살려라!
입력: 2015.03.19 07:49 / 수정: 2015.03.19 15:47
야구의 계절이 왔다! 15일 LG-KIA의 시범경기가 열린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 구름 관중이 몰렸다. / 광주-KIA챔피언스필드 = 최용민 기자
야구의 계절이 왔다! 15일 LG-KIA의 시범경기가 열린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 구름 관중이 몰렸다. / 광주-KIA챔피언스필드 = 최용민 기자

'10 구단' KBO, 1000만 관중을 향해!

2015 KBO 리그는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개 구단이 참가해 28일부터 약 7개월 동안 각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에 들어간다. 양과 질 모두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프로야구는 700만을 넘어 1000만 관중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각 구단은 야구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을 벤치마킹하며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춰가고 있다. 하지만 정형화된 구장은 특색을 찾아보기 힘들고, 성장 속도를 쫒아가지 못하는 팬 의식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프로야구가 지난 14일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10개 구단은 겨우내 홈 구장 새 단장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구장은 단연 수원케이티파크다. 기존 수원구장을 개보수해 새롭게 태어났다.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관중편의, 선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설계됐다. 최신식 더그아웃 옆에 설치한 익사이팅존을 비롯해 맥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펍을 조성했고, 외야석 일부는 잔디 스탠드로 만들었다. 또한 선수 안전을 위해 안전펜스를 설치했고, 천연잔디를 깔아 뛰는 선수들은 물론 보는 관중들에게도 만족감을 높였다.

ML 부럽지 않아! 국내 최초로 신설된 광주-KIA챔피언스필드의 개방형 불펜에서 선수들이 투구를 하고 있다. / 광주-KIA챔피언스필드 = 최용민 기자
ML 부럽지 않아! 국내 최초로 신설된 광주-KIA챔피언스필드의 개방형 불펜에서 선수들이 투구를 하고 있다. / 광주-KIA챔피언스필드 = 최용민 기자

이 밖에 라이브 존과 와이드 존을 신설한 문학구장, 10억 원을 쏟아 부은 마산구장, ML식 개방형 불펜을 도입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태양광발전 설비를 마친 한밭구장 등 매년 시설을 개보수하며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 단장을 마친 10개의 구장의 모습은 어떨까. 우선 매년 계속된 리모델링 공사로 낙후된 설비는 찾아보기 힘들고 최신식 시설이 들어서 메이저리그 구장 못지 않은 내·외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정형화된 내부 구조가 아닐까 싶다. 중견수 뒤에는 어김없이 검정 전광판이 자리하고 있고 관중석은 자로 잰 듯이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부채꼴 곡선의 워닝 트랙 모양은 어딜 가도 똑같다.(삼성의 새 홈구장은 국내 최초로 8각형 그라운드로 디자인됐다) 구장 규격에만 차이점이 있을 뿐 거시적 관점에선 차별성이 크지 않은 10개 구장이다.

반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은 말 그대로 각양각색이다. 필자는 과거 시애틀 매리너스의 세이프코 필드와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필드를 찾은 적이 있었다. 두 구장은 개장 시기에서 85년의 차이를 보이는 만큼 내·외관 시설에서 분명한 차가 있지만, 각 구장이 가지고 있는 개성만큼은 뚜렷했다.

세이프코 필드! 시애틀 홈 구장인 세이프코 필드는 지난 1999년 개장한 개폐식 돔구장이다. / 세이프코 필드 = 이성노 기자
세이프코 필드! 시애틀 홈 구장인 세이프코 필드는 지난 1999년 개장한 개폐식 돔구장이다. / 세이프코 필드 = 이성노 기자

세이프코 필드는 1999년 개장한 개폐식 돔구장이다. 평소엔 지붕은 접혀있고, 악천후에는 펼쳐져 비가 오는 날에도 야구를 즐길 수 있다. 외야엔 개방형 불펜이 자리해 있다. 팬들은 손에 먹거리를 들고 투수들의 불펜 투구를 자연스럽게 구경할 수 있다. 돔구장을 가진 구단이 없는 KBO 리그엔 더없이 부럽기만 한 최첨단 구장이다.

리글리 필드는 1914년 개장한 구장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912년 완공된 펜웨이 파크(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번째로 오래된 야구장이다. 낙후된 시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불펜 역시 1, 3루 베이스 옆에 있어 한국 구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중앙 펜스를 덮고 있는 담쟁이는 리글리 필드만의 오랜 특색이다. 또한 외야 밖에 있는 빌딩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팬들 역시 오직 시카고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이 외에도 '그린 몬스터'의 펜웨이 파크, '고지대' 쿠어스 필드, 수영장이 있는 체이스 필드 그리고 강 또는 큰 호수 옆에 자리한 AT&T 파크-PNC 파크-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등 자신만의 무기를 들고 팬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구름관중!15일 LG-KIA와 시범경기가 열린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 많은 관중이 몰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 최용민 기자
구름관중!15일 LG-KIA와 시범경기가 열린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 많은 관중이 몰려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 최용민 기자

구장 시설 못지 않게 팬들의 의식 또한 ML와 비교해서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KBO는 올해 시즌부터 경기장 내 캔맥주 반입 금지를 현실화했다. 야구장 내 선수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서 반입품목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구장 관리자들은 관객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한 뒤 입장시키고 있다.

일부 팬들은 "구장 내 매점 수익을 높이기 위한 '꼼수'다", "소지품 검사 때문에 '인권 침해'를 입었다"는 '삐뚤어진 시선'으로 정책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살인미수'와 다름없는 펠릭스 호세-이종범을 향한 '오물 투척 사건'을 잊어선 안 된다. 당장은 좋은 점보단 나쁜 점이 눈이 보이겠지만, 작게는 해당 경기, 넓게는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 작은 발걸음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사상 첫 10 구단 체제를 시작한 KBO 리그. 특색은 살리고, 의식은 키운다면 1000만 관중 시대는 단순 꿈만은 아닐 것이다.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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