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대구구장 = 이현용 기자] 가을 야구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산에서 잠실, 목동을 거쳐 대구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대구 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달리 야구장 입구는 검은 유혹 '암표상'이 진을 치고 있다.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청객이 가을 축제를 망치고 있다.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경기장 앞은 야구 팬들로 붐볐다. 저마다 밝은 얼굴로 경기장을 향하는 가운데 곳곳에서 은밀한 유혹이 들려온다. "표 있어요", "삼성 지정석 있어요" 등의 작지만 선명한 목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대구구장의 한국시리즈 입장권 가격은 외야 일반석 1만 8000원, 내야 테이블석 5만 5000원, 특별·커플석 6만 원이다. 하지만 암표상은 2배 이상의 금액으로 표를 되팔고 있었다. 티켓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은밀한 곳으로 이동해 가격에 대해 흥정을 시작했다. 암표상은 뜻대로 되지 않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내 자리를 떠나려하자 가격을 낮추며 마지막 협상을 시도했다.

인터넷 예매로 바뀌면서 암표상이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야구장 근처의 검은 유혹은 존재한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5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를 앞두고 암표를 판 혐의로(경범죄처벌법 위반) 김모(53) 씨 등 3명에게 범칙금 16만 원을 부과했다. 5일 대구구장 근처에 사복경찰관 30명을 배치했으나 은밀한 거래를 다 막기는 어려웠다.
암표상의 야구장 점령이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을 야구가 있는 곳엔 항상 암표상이 있었다. 이들을 막기 위해 목동구장에는 곳곳에 보안요원이 배치됐고 잠실구장은 의경들이 야구장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잠실구장을 지키고 있던 한 의경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진 않지만 암표상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 이제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 움직일 것이다"면서 "암표상들끼리 서로 친하다. 그래서 교묘한 수법으로 우리를 따돌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암표상의 기승에 야구 팬은 울상 짓고 있다. 포스트시즌 표를 예매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예매하는 비법을 공개한 블로그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 매진 기사에는 암표상을 비판하는 댓글이 대부분일 정도로 야구 팬의 반감은 크다.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수영(34) 씨는 "표 예매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나 같은 경우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시간이 흐른 뒤 접속해서 예매에 성공했다"면서 "암표상들은 어떻게 예매를 하는지 모르겠다. 야구 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암표를 구입하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가을 축제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불청객 때문에 주인공인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매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