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원엽 기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너무 억울하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에서 5년간 팀과 팬을 위해 열정을 쏟은 박홍구(34) 응원 단장이 일방적으로 해고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SK는 지난 7일 박홍구 응원 단장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박 단장은 황당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잊지 못할 5년…'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박 단장은 다음 날 '구단이 응원 단장을 바꾸는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5년간 열정을 쏟은 곳에서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으니, 사실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여전히 SK의 '사실 확인'을 기다리고 있고, 이 소식을 들은 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단장은 17일 <더팩트>과 전화 통화에서 억울한 심경을 호소했다. "처음 구단은 저와 만난 자리에서 팀을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응원대행업체 등 모든 부분을 바꿀 것이라고 얘기했다. 받아들이려고 했으나, 결론적으로 나만 해고됐다. 기존 대행업체는 'PT 경쟁에서 이겼다'고 하더라.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팬들의 항의도 점점 커지자, 8일 구단은 '한 회사(익명 처리)의 영업 활동'이 해고의 이유라고 말을 바꿨다. 내가 팬들과 치어리더 등을 우리 집으로 불러 제품을 팔았다며 없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나한테 제대로 확인해 보면 해결될 일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영업 활동 자체 역시, 예전부터 구단 측이 알았지만 문제삼지 않았다"는 그는 "피해자가 있다면 삼자대면하자고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단장은 그간 응원대행업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경기 도중 음향시설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등 제 구실을 하지 못한 대행업체 변경을 구단에 줄곧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돌아오는 것은 연봉 인상을 위한 '협상책'이 아니냐는 주변의 오해뿐이었다. 게다가 구단은 그간 대행업체와 마찰을 빚은 박 단장이 "더 이상 이런 환경에서는 일을 못하겠다"고 하자 "그건 팬들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박 단장의 마음을 돌렸다. 또한 '응원 문화는 단장보다 어떤 대행사가 맡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혀왔지만, 정작 올 시즌 앞두고는 '문제 개선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박 단장만 해고하는 결과를 낳았다. 박 단장은 "5년 동안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을 때는 들어주지 않더니…"라며 답답해 했다. 박 단장은 구단이 지정한 응원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실질적인 'SK 인사권'은 구단이 쥐고 있다.
"팀은 팬을 위해 존재한다." 박 단장은 인터뷰 내내 이 말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해고 이유가 이해가 되면 당연히 조용히 떠났다"는 그는 "하지만 억울한 게 많다. 내가 그대로 해고되든, 다시 SK를 위해 응원하든, 팬들이 자신의 팀 응원 단장 교체 이유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고 밝혔다. 다시 SK 응원단장으로 돌아간다면, 구단과 껄끄럽지 않겠느냐고 묻자 "어차피 팬을 보고 하는 일이라 상관 없다"고 답했다. 박 단장의 휴대 전화 통화 연결음은 여전히 SK 와이번스 응원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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