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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전에서 4회초 KIA 김주형에게 아웃 판정을 내리고 있는 박근영 심판. / 스포츠서울 DB [김광연 기자] 이번에도 확실한 대응책 마련보다 어물쩍 '넘어가기'에 급급하다. 비단 프로야구 뿐 아니다. 심판의 권위는 내세우지만, 존중을 받기 위한 '명분'이 분명하지 않은 게 한국 프로스포츠의 어두운 단면이다. 13일 한국야구위원회(KBO) 박근영 심판이 심판위원회 결정에 따라 무기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올 시즌 두 번째 징계다. 박 심판은 지난 1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전에서 명백한 오심을 저질렀다. 지난 6월 15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오심 논란으로 한 달간 2군에 내려간 지 불과 석 달이 채 안 돼 또 구설에 올랐다.
심판 판정 논란은 프로 축구에서도 끊임 없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8월 3일 울산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 현대의 경기에선 손에 공을 맞은 울산 김신욱의 패스를 하피냐가 2-2 동점 골로 연결했다. 이 장면 외에도 인천 설기현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되고 김신욱과 볼을 다투던 이윤표만 경고를 받는 등 인천에 다소 불리한 판정으로 오해를 샀다. 인천 조동암 사장이 직접 한국프로축구연맹을 방문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8월 25일 진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경남FC의 경기에서도 후반 41분 나온 데얀의 골을 두고 직전 패스를 한 고요한이 파울을 범했다는 이유로 애초 골이 선언된 게 돌연 취소 됐다. 같은 날 성남 일화와 울산 현대전에서도 성남 박진포의 '손 드리블'이 골로 연결됐지만, 그대로 인정되는 판정실수가 있었다. 극심해지는 판정시비와 오심논란은 K리그 클래식 정규 라운드 순위 다툼에 큰 잡음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심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심판도 사람이다. 당연히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오심 횟수가 잦은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실수할 때마다 '권위에 도전하지 마라'라는 식의 고자세를 보이는 것도 문제가 있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확실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심판에 대한 징계 내용을 확실하게 밝히고 후속 조치를 보이는 것 또한 연맹, 협회가 주장하는 '신뢰'의 밑바탕이다.
이번 판정 논란은 징계로 2군에 내려갔던 심판이 1군에서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상황을 똑같이 되풀이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매번 반복되는 오심도 문제지만 사태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KBO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더욱 엄격하고 확실한 태도로 심판 오심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논란을 잠재우기에 급급했던 KBO의 안일한 사태 인식이 파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논란의 당사자는 매번 조용하다. 통렬한 자기반성보다 '심판의 고유 권한'에 목소리를 높이며 적당하게 넘어가려 한다. 팬과 선수들의 불신을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잘못했을 때 보다 확실한 태도로 해명과 반성이 있어야 하지만 매번 그렇지 못했다. 팬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매번 의혹만 불어나는 꼴이 됐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2011년 승부조작 파문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 일컬어지던 스포츠에 '검은 손'이 깊숙이 개입된 것에 많은 팬이 큰 충격을 받았다. 심판 판정 논란은 '정정당당' 스포츠에 흠이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사안이다. 팬과 팀 관계자가 자리를 벌떡 털고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모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판정관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는 논란이 생길 때면 팬과 관계자를 헤아릴 수 있는 사태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판정 논란에 대한 진실한 해명과 적합한 조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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