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야생녀] '야구팬' 장주희 기상캐스터 "예상 못한 우천취소 민망"
  • 유성현 기자
  • 입력: 2012.07.30 08:32 / 수정: 2012.07.30 08:32
장주희 KBS 기상캐스터는 한여름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빚어진 야구팬들과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 노시훈 기자
장주희 KBS 기상캐스터는 한여름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빚어진 야구팬들과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 노시훈 기자

[유성현 기자]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야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프로야구 출범 30년 만에 600만 관중을 돌파한 지난해에는 여성 관중이 10명 가운데 4명에 이를 정도로 흥행 몰이에 큰 몫을 했다. 다른 종목보다 어려운 경기 규칙과 긴 관람 시간 때문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로야구가 이제는 여성의 주요 문화생활로 자리를 잡았다.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 가고 있는 올해 야구장에서도 여성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깊은 야구 지식과 열정을 가진 여성 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더팩트 >은 야구장 안팎에서 '야구에 사는 여자', 이른바 '야생녀'를 만나 그들의 뜨거운 '야구사랑'을 느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여름 야구계는 떨어지는 빗방울에 민감하다. 폭우가 쏟아져 경기가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꽤 있다. 우천취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리지만, 연패에 빠졌거나 연이은 원정경기에 지친 팀들은 내심 비가 반갑다. 그런가 하면 이번 주 '야생녀'의 주인공인 장주희(27) KBS 기상캐스터처럼 변덕 심한 여름철에 유독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경우도 있다. 매일 아침과 저녁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일기예보가 실제 날씨와 맞지 않을 땐 몇몇 야구팬들로부터 종종 항의를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장 캐스터는 자신도 열렬한 야구팬이라며 팬들의 열정에 이내 웃음을 지어보였다. 잠시나마 기상캐스터가 아닌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 중 한 명으로 만난 그는 언젠간 꼭 시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장주희 기상캐스터는 기회가 된다면 야구팬들 앞에서 멋진 시구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장주희 기상캐스터는 기회가 된다면 야구팬들 앞에서 멋진 시구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운동과 거리가 있을 것 같은데?

이래 봬도 제가 운동을 정말 잘해요. 초등학교 때는 육상 선수까지 할 정도였어요. 농담 섞어서 달리기만큼은 야구선수 해도 될 정도로 소질이 있었죠.(웃음) 그러고보니 팔에 힘도 있어서 공도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연성만 조금 더 갖췄다면 정말 야구선수도 한번쯤 꿈꿔봤을 지도 모르겠네요.(웃음)

- 야구와 일기예보, 언뜻 생각하면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야구만큼 날씨에 민감한 스포츠가 있을까요?(웃음) 그리고 야구는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개인 기량보다는 팀워크가 잘 맞아야 이길 수 있죠. 기상캐스터도 혼자 원고를 열심히 쓰고 준비하지만, 카메라 감독님이나 그래픽 등 도와주시는 분들이 없다면 날씨를 제대로 알려드릴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비슷한 걸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요.

- 야구를 좋아한 지는 얼마나 됐나?

부모님이 야구를 좋아하셔서 자연스레 야구와 친해졌어요. 최근 들어서는 2009년 WBC 때 한일전에서 선수들의 투혼에 정말 큰 인상을 받았죠. 야구장은 올해 들어 몇 번 못 갔어요.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이 있다 보니 방송이 끝나면 늘 8시 이후라 쉬는 날에 간간이 가고 있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목동이나 잠실구장은 여러 번 찾았는데, 요즘엔 좀처럼 시간이 안 나서 아쉽죠.

- 다른 종목과는 다른 야구만의 매력을 꼽자면?

야구는 결과를 경기 막판까지 예측하기가 무척 힘들잖아요. 제 성격이 워낙 도전적이고 특히 뻔한 걸 싫어하는 데, 그런 면에서 야구가 참 잘 맞더라고요. 지난해까지 하위권이었던 넥센이 올해 참 잘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죠. 경기도 재밌을 뿐더러 야구장 특유의 응원 문화도 정말 신나요. 또 야구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거리잖아요.(웃음)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데 시야가 탁 트인 야구장에서 먹는 간식들은 몇 배 더 맛있더라고요.

-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는?

여러 구장을 다녀보니 각 팀들 모두 매력이 넘치는 것 같아요. 이제는 특정 팀 가리지 않고 다 응원하고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활약도 멋져 보이고요. 특히 WBC 때 이용규 선수가 한일전에서 보여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정말 최고였어요. 요즘엔 투수들의 활약에 눈이 가더라고요.

- 투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시구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든 점수를 내야 하는 야구의 특성상 일차적으로 투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마운드가 강해야 강팀이란 말도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도 투수가 공을 던지기 직전이 가장 떨리는 것 같아요. 어떻게 던지기에 그렇게 다양하게 구질이 달라지는지도 참 신기해요. 물론 시구도 언젠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잘 던질 자신 있으니 꼭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웃음)

장주희 기상캐스터는 여름철 변덕 심한 날씨가 예보와 다르더라도 야구팬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랐다.
장주희 기상캐스터는 여름철 변덕 심한 날씨가 예보와 다르더라도 야구팬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랐다.

- 요즘 날씨가 참 덥다. 늘 야외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에게도 힘든 조건인데.

요즘처럼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선수들이 걱정이에요. 일반인보다도 훨씬 오래 햇빛에 노출돼 있잖아요. 올해는 뜨거운 야구 열기만큼이나 무더위도 길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특히 요즘엔 열대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운동하기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환경에서도 땀흘리며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면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죠.(웃음)

- 더운 날에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에게 건네는 조언이 있다면?

아무리 선수들이라도 폭염 속에서 긴 시간 무리해서 운동하는 건 건강상 절대 좋지 않아요. 우선 물을 많이 드셔야 하고, 충분한 휴식도 필수예요. 긴 시간 햇빛을 맞았다면 어느 정도 그늘에서 쉬면서 체온조절도 해야 하고요. 선수들 뿐 아니라 팬들도 꼭 명심하셔야 한답니다.(웃음)

- 일기예보와 실제 날씨가 어긋났을 때, 야구팬들의 항의도 받았을 것 같다.

그런 일이 종종 있죠.(웃음) 한 번은 중계방송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비가 올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줬는데, 막상 경기 할 땐 날씨가 쾌청했어요. 반대로 지인들이 날씨를 물어보길래 비가 안 올 거라고 알려줬다가 폭우가 쏟아져서 경기가 취소된 날도 있었죠. 몇몇 야구팬들도 그런 항의를 가끔 하세요. 그럴 땐 정말 민망하기도하고 죄송하죠. 하지만 기분이 나쁘기보단 야구팬들의 열정이 정말 뜨겁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껴요.(웃음)

- 항의를 받았을 땐 어떤 말을 해주나? 억울한 점도 있을 법한데.

우선 양해를 구하죠. 다만 소나기 같은 경우는 저희도 예측하기가 어렵거든요. 같은 도시라도 지역마다 날씨가 다 다르고, 비가 오는 시간대도 일정치 않기 때문이에요. 특히 여름철에 이어지는 소나기성 폭우는 대기 불안정에 의해 갑작스레 엄청난 양으로 쏟아지다가도 뚝 그치기도 하거든요. 이렇듯 매우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설명해요. 그리고 저 또한 야구팬이라고 이야기 하죠.(웃음)

- 마지막으로 야구팬들에게 한 마디?

말 그대로 사실이 아닌 예보인데,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작은 바람이에요.(웃음) 그리고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이 심한 날엔 야구 관전하실 때 양산이나 우산을 꼭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가을야구를 향해 뜨거운 열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랄게요.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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