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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팬 김성정씨는 야구를 응원하다가 맥주에 빠지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 박소연 인턴기자 |
이번 주 '야생녀'의 주인공은 야구를 응원하다 '맥주광'이 됐다는 두산 베어스의 열혈팬 김성정(27·서울 용산구)씨다.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완투승을 거둔 지난달 30일 장맛비가 그친 궂은 날씨에도 그녀는 일찍부터 잠실구장을 찾았다. 경기 내내 한 손에 맥주캔을 들고 목청을 높여 두산을 응원했다. 처음엔 맥주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야구장을 다니면서 쌓여가는 맥주캔 만큼 점수도 쌓이는 것 같아 더 열심히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지금은 한 경기에 캔맥주 7개까지 주량이 늘었다. 이제는 맥주를 종류별로 구비해서 맥주일지를 쓸 만큼 애정 또한 대단하다. 그는 "두산 로고가 새겨진 맥주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며 "맥주회사 관계자들께서 꼭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며 애교 섞인 한 마디를 남겼다.
-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었는데 일찍 경기장을 찾았네요.
아침부터 날씨도 흐리고 빗방울도 몇 방울씩 떨어져서 조금 불안하긴 했어요. 그래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야구장에 있고 싶어서 일찍 왔어요.(웃음)
- 평소 얼마나 자주 야구장을 찾나요?
두산 경기가 있으면 주말에는 거의 오는 편이고 주중에는 칼퇴근을 하는 날이면 꼭 와요.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야구장을 찾는데 이번 주에는 일이 있어서 못 왔거든요. 그런데 주말에 계속 비 소식이 있는 거예요. 오늘 경기도 취소됐으면 엄청 속상할 뻔했는데 다행히 흐리기만 하고 비가 안 내려서 오히려 시원하고 좋네요. 선수들이 경기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인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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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정씨는 두산 오재원의 팬이다. 이날도 오재원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
- 오재원의 유니폼을 입었는데요.
오재원 선수 뿐 아니라 양의지 선수도 좋아해요. 둘 다 외모도 출중하잖아요. 오재원 선수의 매력은…수염?(웃음) 개인적으로 오재원 선수가 홈런왕이 돼서 이번 시즌 마치고 면도기 CF 하나 찍었으면 좋겠어요. 수염을 자르면 더 멋있을 것 같거든요.(웃음) 양의지 선수는 두산의 안방마님답게 정말 든든한 것 같아요. 날아오는 공에 맞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 야구는 언제부터 봤어요?
대학생 때부터요. 처음 야구장을 다닐 때 아무래도 연고지가 서울이기도 했고, 주위에 두산 팬인 친구들이 많아서 매번 두산 경기만 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두산을 응원하게 됐어요. 야구를 보면 인생이 느껴지잖아요.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법인데 야구도 9회 말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야구가 큰 힘이 돼주는 것 같아요. 아, 야구가 제 삶의 방식도 많이 바꿔놨어요. 원래 맥주를 즐기진 않았는데 야구를 응원하면서 맥주를 엄청 마시게 됐죠.(웃음)
- 야구 때문에 맥주를 마시게 됐다고요?
네. 같이 온 친구들이 야구장에 오면 맥주를 마셔야 한다더라고요. 처음엔 잘 못 마셨는데 야구장을 워낙 많이 다니다 보니 술도 늘었어요. 왠지 빈 맥주캔이 쌓이는 만큼 점수도 잘 나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마셨어요.(웃음)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속상해서 마셨고요.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두 캔이 세 캔이 돼서 이제는 맥주 빠진 야구는 어색할 정도가 돼버렸어요.
- 보통 야구 한 경기를 보는데 맥주를 얼마나 마시나요?
500ml 기준으로 여섯 캔에서 일곱 캔 정도? 평균 그 정도 마셔요. 요즘은 맥주를 정말 즐기다 보니 야구장에 올 때마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사와서 맥주일지를 쓰고 있어요. 맛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을 기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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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정씨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셔보고 맥주일지를 쓴다고 했다. |
- 두산이 홈경기 때마다 맥주 배틀을 하잖아요. 거기 나가보는 건 어때요?
꼭 나가고 싶어요! 어떻게 선정되는지 모르겠어요. 홈페이지도 찾아봤는데 신청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나가보고 싶어서 연습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웃음) 제가 빨리 마시지는 못하거든요. 볼 땐 쉬워보였는데 막상 한 캔을 빨대로 마시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요즘에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까 두산 관계자 분들이 보시면 섭외 한 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선수들 모두 다치는 일 없이 이번 시즌 잘 마쳤으면 좋겠어요. 우승하면 더 좋고요. 그리고 얼마 전에 2012 프로야구를 응원하는 맥주가 출시됐다는 소식에 바로 마트로 달려갔거든요. 그런데 두산이 없더라고요. 그게 참 아쉬웠어요. 올해는 힘들더라도 내년에는 꼭 두산 로고를 박은 두산 맥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두산 맥주가 있으면 그것만 마실 것 같은데.(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