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멈추고 싶은 멈춰야 하는⑥] 고령자, 면허 갱신 강화해야 할까
입력: 2024.08.25 00:00 / 수정: 2024.08.25 00:00

최근 5년간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3만건 이상
다양한 영역 객관적 평가 시스템 필요성 제기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도로교통공단 인천운전면허시험장에서 고령운전자들이 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도로교통공단 인천운전면허시험장에서 고령운전자들이 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뉴시스

'시청역 참사' 등을 계기로 차량 급발진 문제와 고령 운전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가 지고 있고,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악하일로다.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온전히 운전자의 실수로 돌리기에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또 상대적 사고율이 높다는 통계만으로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 요구도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인들의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은 물론 지자체별 혜택 차이 등 실효적 측면은 깊이 고민할 지점이다. <더팩트>는 총 6회에 걸쳐 국내외 급발진 사례와 판례,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제조물 책임법과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에 대한 한계를 짚어보고 방향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신진환·김정수 기자] "늘 운전하고 있고, 아무런 문제 없다. 운전이 위험하다고 느껴질 때 그만두겠다." 지난 6일 서울의 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난 70대 공무원 출신 할아버지는 운전에 자신이 있다고 했다. 노화에 따른 신체 기능의 저하로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을 지키려고 한다. 브레이크와 액셀을 헷갈리기 시작한다면 운전면허증을 반납해야 한다"고 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둘 정도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고령 운전자의 비중도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1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적성검사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인지능력 자가지단'을 포함해 교통안전교육(2시간)을 모두 이수해야만 면허를 갱신할 수 있도록 면허관리체계가 강화됐다. 하지만 점차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을 낮추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의학적·객관적 평가 시스템을 갖춘 운전면허관리체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통계를 살펴보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평균 3만 건 이상 발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3만3239건 △2020년 3만1072건 △2021년 3만1841건 △2022년 3만4652건 △2023년 3만9614건이 일어났다. 여기에 전체 교통사고 건수 대비 비율을 환산하면 △2019년 14.5%(22만9600건) △2020년 14.8%(20만9654건) △2021년 15.7%(20만3130) △2022년 17.6%(19만6836건) △2023년 20%(19만8296건)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평균 3만 건 이상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3만9614건이 발생했다. 전체 교통사고 19만8296건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더팩트 DB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평균 3만 건 이상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3만9614건이 발생했다. 전체 교통사고 19만8296건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더팩트 DB

더욱 눈여겨봐야 하는 점은 사고 발생에 따른 인명 피해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최근 5년 동안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평균 사망자 수는 3786명이다. 매해 평균적으로 약 736명이 숨지는 셈이다. 또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부상자는 4만 명대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5만6067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발생한 노인운전자 교통사고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만1904건(30.4%) △70~74세 1만1213건(28.6%) △75세~79세 5989건(15.3%) △80~84세 2634건(6.7%) △85세 이상 674건(1.7%)이다.

앞으로도 노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의 증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가 교통환경 개선과 안전운전교육, 고연령자 적성검사 등을 강화하며 사고 발생 감소를 유도했지만, 통계 지표에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65세 이상 노령자는 신체 노화에 따른 시력과 순발력, 반응 속도, 인지·공간 자각 기능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교통사고 위험이 커질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운전에 있어서 건강한 신체는 물론 인지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든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데 노령 운전자는 빠른 상황 판단이나 핸들 및 페달 조작을 순간적으로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 '급발진'으로 오인하는 경우다. 하지만 스스로 인지·지각 기능의 저하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숨긴다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과 적성검사 강화 정책이 완성형에 가깝다고 하기 어렵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노인 개인의 세부적인 평가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2019년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적성검사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면허 갱신 요건이 강화됐지만, 노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더팩트 DB
2019년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적성검사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면허 갱신 요건이 강화됐지만, 노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더팩트 DB

다른 국가의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책은 어떨까. 미국도 고령 운전자 사고가 적지 않다.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22년 사이 65세 이상 미국 인구는 30% 증가했다. 2022년 65세 이상 운전자와 관련한 교통사고 건수는 치명적인 충돌사고의 20%에 해당하는 7870건이다. 같은 해 65세 이상 운전자와 관련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8572명으로 1975년 이후 가장 많았다.

미 캘리포니아주는 고령 운전자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운전면허 갱신을 제한한다. 캘리포니아 자동차국(DMV)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운전자는 5년마다 직접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력검사와 필기시험(대면)을 치르고, 그 결과를 토대로 DMV는 해당 운전자의 안전운전 가능성을 판단한다. 또한 질환자를 진단하는 의사는 진단 내용을 DMV에 보고해야 한다.

DMV는 의사나 가족이 공유한 정보 또는 사고 후 정보를 기반으로 제한된 운전 면허증을 발급할 수도 있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일반적은 요구 사항은 △고속도로 주행 금지 △야간 운전 금지 △차량 혼잡도가 심한 시간대(출퇴근 시간) 운전 금지 △백미러 추가 △안전 운전 자세를 위한 요추 지지대 설치 △안경이나 교정 콘택트렌즈 사용 등이다.

일본의 75세 이상 고령자는 운전면허 갱신 시 반드시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전국지정자동차교습소협회 누리집 갈무리
일본의 75세 이상 고령자는 운전면허 갱신 시 반드시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전국지정자동차교습소협회 누리집 갈무리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일찌감치 고령 운전자의 사고 예방을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전국지정자동차교습소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71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는 3년이다. 70세 이상은 '고령자 교육'이 필수다. 시력과 운전 조작에 문제가 없는지, 자신의 운전 기술과 지식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게 강습 목표라고 한다.

일본의 75세 이상 고령자는 운전면허 갱신 시 반드시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검사는 기억력과 판단력과 같은 인지기능을 검사해 치매의 위험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검사다. 그 결과에 기초해 임시적성검사를 받거나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운전면허는 취소된다. 75세 이상이고 특정 교통법규(신호, 과속, 건널목 정차, 휴대전화 사용 등)를 위반한 전력이 있는 운전자는 운전능력시험도 받아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적성검사 기간을 줄이고, 치매 검사와 운전안전 교육 등을 강화해야 한다. 또,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운전면허반납제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로 선진국의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한국형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강제적으로 이동권에 대한 제한이 있게 되면 헌법 위배 소지 등 굉장히 치명적이기 때문에 조건부 면허제는 함부로 도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70~75세쯤 되면 기기 조작 능력이 떨어진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혼동해서 밟는다. 일본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전체 고령자 차에 80% 정도 적용했고, 사고의 40%를 줄였다. 굉장히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진 조건부 면허,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긴급 제동장치 등 첨단 장치를 장착하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버무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국회에 첨단장치 장착을 장려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교통안전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가 고령 운전자가 자동차 사고의 예방에 효과적인 '자동차 급가속 억제장치'를 장착하거나, 장착된 자동차를 사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고령 운전자는 위험 돌발 상황 등에 대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자동차 급가속 억제장치의 장착을 장려하는 등 국가의 지원과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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