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난해 5월 방미를 시작으로 대면 정상외교를 재가동해 G7, G20, COP26 정상회의 등에 참석했다. 또한 오스트리아·스페인·헝가리·호주 등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를 진전시켰다. 지난해 5월 21일 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뒤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중>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5년 차였던 2021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만 2년가량 지속되면서, 코로나 대응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올 초 우려가 컸던 백신 도입 논란은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접종률이라는 외형적 성과를 내고 만회했다. 다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미흡한 대처, 섣부른 방역 완화 조치는 국민 불안감을 높였다. 결국 연말·연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후퇴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속 우리나라의 거시 경제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 장기간 지속된 방역 강화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미흡한 손실보상책 등으로 성과가 국민 체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접촉이 어려운 시기, 대면 외교는 정상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공을 들였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집권 5년 차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의 주요 장면들을 '정치', '경제', '외교·안보' 세 분야로 나눠 살펴봤다. <편집자 주>
靑, 대면 정상외교 재가동으로 상당한 '성과' 자평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올해까지 이어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2020년에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으로 대면 외교가 전면 중단되면서 전화 통화와 화상 회담 등 비대면 정상외교만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대면 정상외교가 재가동됐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방미를 시작으로 미국 2회, 영국 2회, 오스트리아·스페인·이탈리아·헝가리·호주 등을 방문했고, 카자흐스탄·코스타리카·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접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2일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문 대통령 좌우에 각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서 있다. /청와대 제공 |
◆靑, 대면 정상외교 정상화로 '한미동맹 강화·한반도 평화 외교 가속화'
청와대는 올해 대면 정상외교를 정상화하면서 △한미동맹 강화 및 한반도 평화 외교 가속화 △글로벌 선도국가로서의 위상 공고화 △외교 다변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및 미래 먹거리 창출 등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또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2020~2021년 연속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받고, 이후 G20(주요 20개국),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기후 위기 및 코로나 대응 등 글로벌 현안 해결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역할과 기여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5년 연속 참석해 글로벌 현안에 대한 국제협력, 다자주의 선도 의지를 부각하는 한편,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을 맞아 '종전선언' 구상을 다시 한번 제시해 한반도 평화구축 모멘텀을 재점화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올해 적극적인 대면 정상외교를 통해 한반도 주변국 중심의 기존 우리 외교 지평을 유럽, 중앙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및 대양주로 크게 확대해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신협력 분야를 적극 발굴하고, 우리 경제에 핵심적인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적극 노력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에서 열린 G20 공식 환영식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외교 갈등 속 어느 한쪽의 손을 들지 않고 '실리 외교'를 펼칠 것을 두고도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미·중 외교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최대한 실리 외교를 펼쳤다"라며 "보는 시각에 따라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효율적, 실용적으로 외교 줄타기를 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취임 초부터 문 대통령이 공들인 북한 비핵화 및 남북 관계 개선은 유의미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최영준 통일부 차관은 지난 23일 통일부·외교부·국방부 '2022 정부 업무보고' 합동브리핑에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북미 관계가 답보 상황에 놓이고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남북 대화와 협력에 제약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차관은 "올해 들어서 남·북·미 간 대결보다는 대화의 메시지가 더욱 많아지고 있고, 지난 10월 남북 통신연락선도 다시 복원되어 대화와 관여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지금 한반도가 평화와 장기적 교착의 기로에 선 중요한 시간이 만큼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문 대통령이 재차 제안한 종전선언을 한반도 평화의 입구이자, 비핵화 협상의 촉진제로 판단하고 성사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1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진전없는 남북 관계, '종전선언' 마지막 희망
그러나 가시적 성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오는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관계국 정상 간 회동 등을 통한 종전선언 논의 결실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미국은 이번 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베이징 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기를 희망했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가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 간 그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종전선언 문안에 대해서는 이미 사실상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며 "중국 측을 통해서 북한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은 없다. 그러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북한은 일련의 신속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응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3년째 남북, 북미 관계는 답보 상태다. 지난달 17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김정일 서거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TV, 뉴시스 |
하지만 앞서 북한은 종전선언 선결 조건으로 미국의 (남북) 이중적 태도 및 적대시 정책 철회, 대북 제재 해제, 한미연합 훈련 중단 등 한미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 한미가 종전선언 문안에 합의한다 해도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조건은 수용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수용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결국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라며 "임기 말로 접어든 현 정부로서는 그동안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를 원하겠지만, 조급하다고 해서 대화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조급함을 보일수록 북한은 더욱 기세등등하며 대화의 문턱을 높여온 것을 잊지 말과 대화에 조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이어 "우리로서는 대화를 서두르기보다는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북한이 자기들에게 손해가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라며 "북한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보면 분명 대화의 수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북한에 자꾸 애원하듯 매달리기보다는 공고한 한미 공조하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오히려 대화 재개를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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