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집권 5년 차 결산<중>] '거시 경제' 성장 못 따라간 '미시 경제'
입력: 2021.12.31 05:00 / 수정: 2021.12.31 05:00
2021년 우리나라는 G20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실현하면서 글로벌 경제규모 톱10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좋아진 거시 경제 지표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21년 우리나라는 G20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실현하면서 글로벌 경제규모 '톱10'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좋아진 거시 경제 지표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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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5년 차였던 2021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만 2년가량 지속되면서, 코로나 대응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올 초 우려가 컸던 백신 도입 논란은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접종률이라는 외형적 성과를 내고 만회했다. 다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미흡한 대처, 섣부른 방역 완화 조치는 국민 불안감을 높였다. 결국 연말·연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후퇴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속 우리나라의 거시 경제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 장기간 지속된 방역 강화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미흡한 손실보상책 등으로 성과가 국민 체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접촉이 어려운 시기, 대면 외교는 정상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공을 들였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집권 5년 차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의 주요 장면들을 '정치', '경제', '외교·안보' 세 분야로 나눠 살펴봤다. <편집자 주>


경제성장률, '고용·분배' 좋아졌다는데…낮은 '국민 체감도'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올해 내내 지속된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경제는 외형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충격 극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구조 대전환을 위한 정책적 역량을 집중했고, G20(주요 20개국)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실현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4% 성장해 글로벌 경제 규모 '톱10'을 확고히 유지하고, 1인당 국민소득(GNI)은 사상 최고치인 3만5000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무역은 사상 최단기간 1조 달러 돌파,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액과 수출액까지 '무역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세계 '톱10' 입지 굳힌 거시 경제

고용은 코로나 위기 전 수준(취업자 수 2019년 2712만 명→2020년 2690만 명→2021년 2725만 명)을 회복했으며, 분배 지표도 저소득층 중심의 가계소득 증가에 힘입어 개선 흐름이 지속됐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인 '지니계수'는 처분가능소득 기준 2019년 0.339에서 2020년 0.331로 0.008 개선됐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또한 소득을 고소득부터 저소득까지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가장 고소득인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 소득의 평균값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배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6.25배에서 5.85배로 0.4배 감소했다.

중위소득 50% 빈곤선 아래 인구수를 전체 인구수로 나눈 값인 '상대적 빈곤율'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16.3%에서 15.3%로 1.0%포인트 감소했다. 이로써 3대 분배 지표는 4년 연속 동반 개선됐다.

다만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지니계수는 0.001 악화됐고, 상대적 빈곤율은 0.5% 높아졌다. 소득 5분위 배율만 0.19 개선됐다. 이는 시장에서 번 소득이 아닌 재난지원금 지급(공적이전소득)이 분배 개선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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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부가가치 중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분배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노무현 정부에서 평균 60.0%, 이명박 정부에서 60.3%, 박근혜 정부에서 62.1%, 문재인 정부에서는 평균 '64.9%'로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용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일자리 중심 국정 운영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사회서비스 분야 수요 증대와 관련 종사자의 임금 상승 등 주요 일자리 정책이 노동소득분배율의 증가와 임금 불평등의 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같은 성과를 적극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어려운 시기, 많은 위기와 도전을 헤쳐오며 우리 경제는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포용과 혁신의 힘으로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한 경제로 거듭나고 있고,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긍정적인 성과는 위기 속에서 소득의 양극화를 줄이고, 분배를 개선한 점"이라며 최근 발표된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타격이 가장 심했던 지난해 모든 계층에서 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소득 하위 계층의 소득이 더 많이 증가해 5분위 배율,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됐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분배 지표를 개선시킨 놀라운 성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성장과 분배, 혁신과 포용의 관점에서 모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거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라며 "정부와 국민, 기업 모두 힘을 모아 이룬 국가적 성취다. 정부는 임기 마지막까지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약층에 더 혹독한 코로나…'부동산 정책' 실패도 악영향

거시 경제 지표는 좋아졌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계속된 방역 강화 정책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는 만 2년째 매출은 감소하고, 빚은 늘어나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한 코로나는 취약계층 중심으로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혀 실질적 코로나 격차는 더 커졌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21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 발생 이후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고금리업권 대출이 급증해 신용위험이 높아졌다"라며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대규모로 공급한 저리 정책자금(대출)은 피해 업체의 매출이나 고용 증대보다는 폐업 방지가 주된 효과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아니라 폐업에 직면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업체에 대한 정책자금 공급은 채무부담을 키워 개인 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확산으로 경영 악화를 겪은 자영업자의 채무구조를 개선하고 부실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재정 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며 "여행업, 공연업 등 정부 방역 조치로 간접적 피해를 입은 업체를 포함한 자영업자가 매출 감소로 인한 자금 수요를 고금리 대출로 충당하지 않도록 재정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자영업자에게는 원활하게 폐업하고, 재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급등한 부동산과 물가상승은 중산층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명목 GDP와 1인당 GNI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집값과 물가가 함께 뛰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반발하는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총궐기를 진행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 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반발하는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총궐기를 진행한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어 보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실제 지난 30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 11월 말 기준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829만 원으로 4년 전인 2017년 11월(5억8751만 원)과 비교했을 때 95.4% 폭등했다.

같은 기간 대도시권(수도권+광역시+세종시)으로 범위를 넓혀서 봐도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89%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지속하던 주택 매매 가격은 9월 이후 상승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이미 너무 많이 올라 이를 체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또한 주택 전세 가격은 높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폭등한 집값,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서민들은 전세 기한이 만료될 때마다 더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주거 부담이 더 높은 월세로 떠밀렸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라고 인정했다. 이 후보는 지난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게 분명하다"라며 "바꿔야 하는 핵심은 '시장 존중'이라고 본다.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다'라고 인지하고 요구하면 '부족하지 않아'라고 할 게 아니라 '그래 부족한 것 우리가 공급을 늘려볼게'라는 태도를 보이면 시장과 조율이 되는데, 그렇지 않아서 시장이 반대로 갔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소비자 물가는 지난 4월 이후 2%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올해 연간 상승률은 2.4%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1년 4.0%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물가상승률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 추세로 돌아섰지만,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국민 고통과 민심 이반이 커졌다"라며 "자영업자 손실보상도 애초에 선진국처럼 (방역 조치로 인한 피해 수준에 맞게) 지급하면서, 여차하면 자영업자들이 전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어야 하는데, 적은 금액을 나눠서 주다 보니 효과도 없고, 자영업자들의 연착륙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오롯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이 너무 늦었다"라며 "빨리 대응을 해야 했던 사안을 정부가 예측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시간을 허비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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