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집권 5년 차 결산<상>] 계획대로 된 '백신 접종', 예측 빗나간 '일상회복'
입력: 2021.12.30 05:00 / 수정: 2021.12.30 05:00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코로나19를 반드시 조기에 극복해 잃어버린 국민의 일상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내내 지속된 코로나와의 전쟁 계획은 일부만 계획대로 전개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 29일 2021년 마지막 현장 방문 일정으로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코로나19를 반드시 조기에 극복해 잃어버린 국민의 일상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내내 지속된 '코로나와의 전쟁' 계획은 일부만 계획대로 전개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 29일 2021년 마지막 현장 방문 일정으로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집권 5년 차였던 2021년이 마무리됐다.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만 2년가량 지속되면서, 코로나 대응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올 초 우려가 컸던 백신 도입 논란은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접종률이라는 외형적 성과를 내고 만회했다. 다만 백신 부작용에 대한 미흡한 대처, 섣부른 방역 완화 조치는 국민 불안감을 높였다. 결국 연말·연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후퇴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속 우리나라의 거시 경제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 장기간 지속된 방역 강화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미흡한 손실보상책 등으로 성과가 국민 체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접촉이 어려운 시기, 대면 외교는 정상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가장 공을 들였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집권 5년 차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의 주요 장면들을 '정치', '경제', '외교·안보' 세 분야로 나눠 살펴봤다. <편집자 주>

'백신 논란'으로 시작해 '방역 강화'로 한 해 마무리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올해 코로나19를 반드시 조기에 극복해 잃어버린 국민의 일상을 되찾겠습니다. 위기에 더욱 강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으로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2021년이 되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 1월 5일 제1회 국무회의 모두발언)

"새해는 분명히 다른 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코로나를 이겨낼 것입니다.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입니다."(문 대통령 1월 11일 신년사)

"백신은 충분히 빨리 도입되고 있고, 또 충분한 물량이 확보가 되었습니다. 2월부터 (접종을) 시작해서 9월까지는 접종에 필요한 국민들의 1차 접종까지는 다 마칠 계획이고, 늦어도 11월에는 '집단면역'이 거의 완전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통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히 보상하게 됩니다. 믿으시면서 안심하고 백신 접종에 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문 대통령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 집권 5년 차였던 2021년, 연초 예고했던 '코로나와의 전쟁' 계획은 일부만 계획대로 전개됐다. 선진국에 비해 백신 접종 시작 시기는 두 달가량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접종률을 끌어올려 9월 17일 1차 접종률 70%를 돌파했고, 10월 23일 2차 접종률 70%를 달성했다. 백신 접종률은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높아졌지만, 집단면역과 일상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에 반발한 코로나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총궐기를 진행한 가운데 경찰과 참가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에 반발한 코로나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 총궐기를 진행한 가운데 경찰과 참가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백신 접종 목표 초과 달성에도 머나먼 일상회복

12월 29일 0시 기준 전체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85.9%, 2차 접종률은 82.6%, 3차 접종률은 32.3%다. 신규 확진자는 5409명, 신규 사망자는 36명,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1151명을 기록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이었던 1월 1일과 비교하면 신규 확진자는 약 5배, 신규 사망자는 2배, 위중증 환자는 3배 이상 늘었다.

결국 높아진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11월부터 시행한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는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 폭증으로 이어지며 45일 만에 멈추기로 했다. 12월 18일부터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연말까지 가장 중요한 위중증 환자 발생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 대응 예측 실패는 계속 반복됐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 7월 문 대통령은 "12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들어갔다"며 "봉쇄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강도 조치로서, 방역에 대한 긴장을 최고로 높여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단계 조치는 10월 말까지 네 달간 지속됐다.

문 대통령은 11월 21일 '2021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선 "단계적 일상회복에 들어갈 때 확진자 수 증가는 예상했던 수치로, 5000명에서 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진자 5000명 발생에 의료대응체계는 한계에 달했다. 이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뒤늦게 "백신 효과 감소 예측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11월 29일까지만 해도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약 보름 만에 입장을 바꿨다.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더팩트>가 12월 초 질병관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사망 의심 신고가 1323건 접수된 가운데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2건'이며, 이 중 '1건'만 지난 10월 보상금이 지급됐다.

또한 방역당국은 총 6030건의 부작용 심의를 진행해 약 44%에 해당하는 2678건만 보상했고, 3350건은 기각(보류 1건)했다. 보상금이 지급된 건 중 93%(2488건)가 30만 원 미만 소액심의였고, 30만 원 이상 보상이 결정된 건수는 190건에 그쳤다.

왼쪽 위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문재인 대통령 1월 신년 기자회견,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질의응답, 11월 국민과의 대화. /청와대 제공
왼쪽 위에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문재인 대통령 1월 신년 기자회견,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질의응답, 11월 국민과의 대화. /청와대 제공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올 한해는 백신 논란으로 시작해서 거리두기 강화로 끝났다"라며 "백신 접종 자체는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약속과 달리 부작용 보상을 너무 엄격히 적용해 국민 불신이 높아졌다. 부작용 관련 사후 처리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이 한 달 만에 중증환자 발생 비율을 잘못 계산해서 실패했는데,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일상회복을 시행한 것도 굉장히 아쉽다"라며 "백신과 관련해선 'B+', 단계적 일상회복은 'C', 사회적 거리두기는 'A' 학점을 줄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의 예측 능력이 너무 떨어졌다"며 "대통령의 말과 코로나 상황이 다르게 가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제한된 국민, 야당과의 '직접 소통'

문 대통령은 올해 기자회견을 두 차례(1월 신년 기자회견,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질의응답), 국민과의 대화를 한 차례(11월 KBS 생중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통의 자리는 지극히 제한됐다. 주요 사안이 많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는 경우는 없었고, 퇴근길 시민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도 없었다. 올해는 코로나 탓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직접 소통의 자리가 제한됐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만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통의 한 방법"이라며 "저는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또 현장 방문에서도 비록 '작은 그룹'의 국민들이기는 하지만 서로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코로나 상황 때문에 오랜 시간들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국민들께서 소통이 부족했다고 느끼신다면, 앞으로 그 점에 대해서는 보다 소통을 늘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아마도 앞으로 여건이 보다 좋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여건은 좋아지지 않았다. 올해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대부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나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됐다. 일부는 국민소통수석이나, 대변인을 통해 대신 전해졌다.

야당과의 소통도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4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 초청 오찬 간담회 △5월 5개 정당 대표 초청 대화 △9월 야당 의원 일부가 포함된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초청 간담회를 제외한 직접적 소통의 자리는 없었다.

문 대통령과 여야 당대표가 참석하는 '여야정 협의체'는 일정 조율만 하다가, 한 차례도 성사되지 못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재인 대통령 4월 시·도지사 보궐선거 당선인 초청 오찬, 5월 정당 대표 초청 대화, 9월 국회의장단·상임의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청와대 제공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문재인 대통령 4월 시·도지사 보궐선거 당선인 초청 오찬, 5월 정당 대표 초청 대화, 9월 국회의장단·상임의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청와대 제공

이와 관련 신 교수는 "역대 대통령 중 기자회견을 가장 적게 한 대통령 중 한 명이 문 대통령"이라며 "(취임 초) 퇴근하면 국민과 막걸리도 한잔하고, 비판하는 부분에 대해 국민과 토론하겠다고 한 것에 비하면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신 교수는 "여당이 국회에서 각종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양보와 타협을 한 기억이 거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야당과의 대화는 어려웠을 것이다. 여당이 밀어붙인 사안 중 일부는 청와대가 원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정치가 실종됐다"고 했다.

박 교수는 "국민의 희생을 전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했고, 국민 참여를 기본으로 방역 정책을 시행해 왔기 때문에 충분한 소통이 필요했다"라면서도 "자영업자·소상공인 문제, 코로나 중증환자 문제 등에 대한 당사자나 의료계와의 소통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의견이 중요한 사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文정부, 남은 임기 코로나·민생 집중…공정한 선거 관리 등 과제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남은 임기 동안 대선 정국이 본격화된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면서 코로나 방역과 민생경제회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취임 초 약속한 국정과제를 최대한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국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방역과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 밖에 없다"라며 "또한 임기 초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건, 송철호 울산시장 사건 등 선거와 관련된 논란이 많았는데, 임기 말 공정한 선거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았는데, '업적'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업적에 집중하다 보면 위기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업적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전문가들과 소통하면서 코로나 상황에 잘 대처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중>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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