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무노동 국회' 처방전 ③] '표'와 '돈' 압박해야 의원들 바뀐다
입력: 2019.08.02 05:00 / 수정: 2019.08.02 05:00
법을 만드는 1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본인들에 대한 제도, 급여 등도 스스로 결정한다. 때문에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도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법안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어느 날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바라본 국회 전경. /더팩트 DB
법을 만드는 1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본인들에 대한 제도, 급여 등도 스스로 결정한다. 때문에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도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법안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어느 날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바라본 국회 전경. /더팩트 DB

☞②편에서 계속

국회가 일하지 않고 있다. 여야 정쟁이 지속되며 시급한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어렵게 열린 6월 임시국회는 성과 없이 종료됐고, 7월 임시국회는 뒤늦은 7월 30일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올 1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가결된 법안은 395건으로 전년 동기(918건) 대비 43% 수준에 그쳤다. 입법부가 제 역할을 못 하며 '국회 무용론'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법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입법부인 국회 역시 법안만 발의할 뿐 흐지부지 면피만 하고 있다. <더팩트>는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법안들을 살피고, 해외 사례와 함께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나아가 정치권 원로를 만나 일하는 국회를 위한 고견도 들었다. <편집자 주>

'국회의원 평가제-연봉삭감' 필요…"국민이 강요해야"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을지, 얼마나 받을지를 결정한다? 이런 조직이 있을까 싶지만 있다. 바로 국회의원들이다.

법을 만드는 1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본인들에 대한 제도, 급여 등도 스스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 '일하는 국회'를 위한 법안, 특권을 폐지하는 법안 등을 제안했다가 논의없이 법안을 폐기시키는 일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본인들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20대 국회는 2017~2018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어겼고, 국회법이 규정한 임시국회 개회를 하지 않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고소고발 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국회가 제대로 일하게 할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더팩트>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표'와 '돈'에 대한 고강도 압박이 필요하다고 봤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회의실 입구를 점거한 모습. 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국회선진화법 제정을 주도했지만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이 법을 어기고, 경찰 수사도 회피하고 있다. /더팩트 DB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4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회의실 입구를 점거한 모습. 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국회선진화법 제정을 주도했지만 선거·사법제도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이 법을 어기고, 경찰 수사도 회피하고 있다. /더팩트 DB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물갈이 필수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둔 정치적 환경 속에서 리더십 부재가 극한 대결, 국회 파행을 일으키고 있다"며 "민의가 반영된 총선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과거 수준의 정치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고 현 국회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선거 이전까지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 정책은 중도·좌클릭할 수 있지만, 행동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자정능력을 상실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정치인 물갈이'가 돼야 한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고 강조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의원 활동 성적표를 만들어 공개하고, 세비와도 연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시사평론가는 "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표'다. 내년 총선 이전 의원들에 대한 객관적·정량적 평가 기준을 만들어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며 "명확한 지표를 표준화해서 4년 전반의 활동을 점검해 유권자들이 손쉽게 볼 수 있도록 등수를 매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시사평론가는 이어 "표와 연결시키는 게 가장 필요하고, 그 다음은 '돈'과 연결시키는 것"이라며 "의원들이 일한 생산성을 따져서 차년 세비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에는 성과주의가 도입됐는데, 국회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놀먹국회(놀고 먹는 국회)를 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국민청원, 직접 민원제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이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좀 더 구체적 의견을 제시했다. 하 변호사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바꿀 것이 많다"며 "무노동무임금제 적용, 독립기구를 만들어 의원들이 사용한 모든 돈 감사 및 성과 평가,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 절반 외부인사 임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국회 해산에 대한 글 일부. /청와대 누리집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국회 해산'에 대한 글 일부. /청와대 누리집

◆'연봉 삭감' 관철…"국민들이 경종 울려야"

하 변호사가 제안한 방안들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도입한 방안이라 현실성이 없지 않다. 무노동무임금제는 프랑스·벨기에 등이, 국회 감사위는 영국에 유사 모델이 있다. 또한 영국은 국민소환제, 윤리특위 외부인사 과반 임명도 시행 중이다. 선진국들도 국회가 스스로 잘못을 고치지 않기에 외부 감시와 견제를 늘린 것이다.

하 변호사는 "내외부 감시·통제장치를 만들고 제대로 작동해야 국회 파행이 줄어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결국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렇게 정당이나 의원이 일을 안 해도 다음 선거에 영향을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무책임한 정치행위를 한 정당, 의원은 선거 때 심판을 받도록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선거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일부 의원들이 제안한 일하는 국회를 위한 법이 진정성을 얻기 위한 방법도 제안했다. 그는 "내년 국회 예산 편성 때 최소한 올해 극심한 파행과 무책임을 반성하는 의미로 연봉 대폭 삭감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본인들이 내세운 개혁 조치에 진정성을 얻기 위해선 반성의 의미로 일하지 않은 기간을 감안해 연봉을 대폭 삭감하고, 일하는 국회법을 정당의 공약으로 내걸어 21대 국회가 개회하자마자 실행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이대로 국회를 둬서는 안 된다는 데 100% 공감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강력하게 요구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올 가을을 적기로 보는데, 입법사항은 여야 교섭단체 합의가 돼야 한다고 빠져나갈 테니 입법이 필요 없는 연봉 삭감을 관철시키는 게 역사적으로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④편에서 계속

sense83@tf.co.kr

▶[관련기사]

[TF기획-'무노동 국회' 처방전 ①] 국민 비판 임계점…제 머리 못 깎는 여의도

[TF기획-'무노동 국회' 처방전 ②] 해외 기준이면 무사할 국회의원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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