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무노동 국회' 처방전 ②] 해외 기준이면 무사할 국회의원 적다
입력: 2019.08.01 05:00 / 수정: 2019.08.01 05:00
해외 여러 나라들은 의원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감시 및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의원들은 임기를 채우기 전 제명을 당할 수도 있다. 영국 런던 의회 모습. /런던=AP·뉴시스
해외 여러 나라들은 의원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감시 및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의원들은 임기를 채우기 전 제명을 당할 수도 있다. 영국 런던 의회 모습. /런던=AP·뉴시스

☞①편에서 계속

국회가 일하지 않고 있다. 여야 정쟁이 지속되며 시급한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어렵게 열린 6월 임시국회는 성과 없이 종료됐고, 7월 임시국회는 뒤늦은 7월 30일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올 1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 가결된 법안은 395건으로 전년 동기(918건) 대비 43% 수준에 그쳤다. 입법부가 제 역할을 못 하며 '국회 무용론'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법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입법부인 국회 역시 법안만 발의할 뿐 흐지부지 면피만 하고 있다. <더팩트>는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법안들을 살피고, 해외 사례와 함께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나아가 정치권 원로를 만나 일하는 국회를 위한 고견도 들었다. <편집자 주>

일하지 않는 의원 감봉·제명…적극적인 견제 해외 사례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철밥통'이라고 한다. 흔히 공무원 등을 두고 철밥통이라는 말을 하지만, 20대 국회를 보면 이들이야말로 4년 계약직 철밥통이라는 지적이 절로 나온다. 출근하지 않아도 일하지 않아도 꼬박꼬박 월 1000만 원이 넘는 세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 국가로 4년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른다.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입법부로서 민생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세비는 이런 활동을 위한 급여라 할 수 있다. 만약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우리 국회는 현재까지 관련된 법안이 없는 상태다.

일하지 않는 국회, 잘못된 행위를 하는 국회의원들을 감시·견제하기 위한 제도는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선 '타산지석'의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많은 선진국은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세비 삭감과 같은 경징계부터 의원직 제명과 같은 중징계까지 가능한 나라가 적지 않다. 이들 국가는 우리 국회에서 '제안만' 된 법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이 지난 6월 26일 발표한 '국회 장기파행 막을 제도개혁 방안 필요' 자료에 따르면 국회 등원 거부 및 불출석 등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매우 적극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하는 국회를 강제하기 위해 프랑스는 '무노동무임금제'(최대 수당의 3분의2 감액), '자격박탈'(상임위원회 3차례 결석 시 다음 해까지 상임위원직 박탈), '의원직 제명'(회기 중 허가 없이 2달 동안 본회의 불출석 시)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포르투갈은 한 회기 중 상임위에 4번 불출석 시 월급의 30분의1을 감액하고, 그 이상 불출석 할 경우 상임위원 자격을 박탈한다. 또, 본회의에 4번 불출석하면 제명한다. 벨기에는 국회의원이 의회에 상습 불출석 할 경우 월급의 최대 40%를 감액하고, 본회의 투표 불참 시에는 벌금을 부과한다. 폴란드와 스웨덴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결석 시 세비를 삭감한다. 인도·터키·호주는 의회에 일정기간 이상 불출석 시 의원직을 박탈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다만 국민소환제를 국가단위에서 적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상 공직자도 나라별로 제각각이다. 에콰도르는 대통령을, 에티오피아는 하원의원을, 리히텐슈타인은 의회 의원을, 나이지리아는 상·하원의원을, 베네수엘라는 대통령 포함 모든 선출직에 국민소환제를 적용한다.

올 들어 열려 있을 때보다 닫혀 있을 때가 더 많은 국회 본회의장 출입구./남윤호 기자
올 들어 열려 있을 때보다 닫혀 있을 때가 더 많은 국회 본회의장 출입구./남윤호 기자

선진국 중에서 국가단위에서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지난 2009년 의원들이 의회 경비를 부도덕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이른바 '지출 스캔들'이 터진 이후 오랜 논의 끝에 2015년 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했다.

미국은 연방의원에 대한 소환제도는 없으며, 주 단위에서 주민소환제를 적용하고 있다. 직접 민주주의제도가 활성화된 스위스도 국가단위 소환제도는 없고, 26개 주 중 6개 주에서만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단위 주민소환제가 선진국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것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국회에서 이 제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을 숙의하지 않고, 정치적 반대자를 국민소환운동으로 압박하는 용도로 활용돼 정치적 교착상태가 심화될 수 있어서다. 정치적 소수자들이 민주적 결정인 다수결에 따르지 않고 지속적인 소환 발의를 통해 다수파에 대한 발목잡기를 할 수도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3건의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도 주민 15% 이상의 서명으로 소환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해 소환이 남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국민소환제 도입 필요성은 수차례 제기돼 왔다. 국민소환제의 부작용보다 '무노동 국회'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청원이 21만 명의 동의를 얻으며 주목 받았다. 많은 국민들이 현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대단히 부정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과 관련한 다수의 청원이 올랐다. 특히 지난 4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관련 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기며 국민적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과 관련한 다수의 청원이 올랐다. 특히 지난 4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관련 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기며 국민적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청원인은 "국회의원의 권한은 막강하고, 견제받지도 않는다. 자정 능력도,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감도 없다"며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뻔뻔하게도 국민 혈세는 꼬박꼬박 챙긴다. 국민이 믿고 선출했지만, 일하지 않고 헌법을 위반하며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의원도 국민이 직접 소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청원 20만 명 동의를 얻자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대통령 탄핵 소추 2건 중 한 건은 기각, 한 건은 인용되어 탄핵이 이뤄졌다. 2007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주민소환제의 경우 지난해까지 총 94건의 주민소환투표가 있었고 이 중 2건에 대해 소환이 이루어진 바 있다"며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도, 어떤 중대한 상황이 벌어져도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원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라며 국회가 답을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이자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최근에 나온 국회의원 무노동무임제는 불가능한 게 아니라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을 개정하면 가능하다"며 "최종적으로는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통제하는 방법인 국민소환제도 도입해야 한다. 영국도 하고 있는데, 말로만 한다고 하지 말고 입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일하는 국회법'을 시행하고 있는 해외 각국의 제도를 면밀히 연구해서 필요한 부분을 도입할 때가 됐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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