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문 3인방' 김수창·윤창중·박희태...'무슨 일 있었나요?'
입력: 2015.10.29 09:00 / 수정: 2015.10.29 09:32

공직자들의 성 추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이 일상으로 조용히 복귀하고 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박희대 전 국회의장(왼쪽부터) / 이효균 기자, 남윤호 기자, 더팩트DB
공직자들의 성 추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이 일상으로 조용히 복귀하고 있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박희대 전 국회의장(왼쪽부터) / 이효균 기자, 남윤호 기자, 더팩트DB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공직자들의 성 추문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은 일상으로 조용히 복귀하고 있다.성 추문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공직자들의 면면을 보면 설마(?) 했던 이들이 상당하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현직 지방검찰청 수장으로 길거리 음란행위로 저지른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53·사법연수원 19기·변호사)은 변호사로 재기를 모색하는 모습이 <더팩트> 카메라에 잡혔다. 대통령 순방 중 여성인턴 성추행한 윤창중(59) 전 청와대 대변인도 은둔을 접고 일상으로 복귀했다(단독-인턴 성추행 윤창중, 은둔 접고 단발머리 새출발). 캐디 성추행 혐의를 받은 박희태(77) 전 국회의장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고 항소한 뒤 일상 생활을 하고 있고, 심학봉 전 국회의원이 40대 보험설계사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지난 20일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의 성 추문은 당시 국민에게 공분을 샀다. 누구보다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공직자가 성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라는 말처럼 성 추문을 저지른 이들은 구속되지도 않고 평범한 일상을 살며 조용히 재기를 준비 중이다. <더팩트>는 성 추문 후 조용히 복귀를 준비 중인 이들을 짚어봤다.

◆‘5차례 음란행위’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지난해 8월 음란행위 이후 은둔 1년 2개월여 만에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조용히 재기를 준비 중이다. /서초동=이효균 기자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지난해 8월 '음란행위' 이후 은둔 1년 2개월여 만에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조용히 재기를 준비 중이다. /서초동=이효균 기자

지난해 8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김수창 제주지검장이 야밤에 길거리를 활보하며 자신의 성기를 꺼내는 등의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저질러도 뉴스에 오르는 사건의 당사자가 사회질서를 바로 잡는 공안기관의 최고위층이란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사건은 지난해 8월 12일 오후 11시 30분께 발생했다. 당시 제주지검장이었던 그의 이상한 모습을 본 한 여고생은 경찰에 '어떤 남자가 음란행위를 하고 있다. 무서워서 집에 가질 못하겠다'고 신고했다.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13일 새벽 1시께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체포된 그는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제주지검장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김 지검장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동생 이름을 댔다. 하지만 경찰의 지문 채취과정에서 그의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신분이 탄로났다. 그럼에도 그는 "경찰이 비슷한 인물로 오해한 것"이라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심지어 사건 발생 5일 후에는 서울고검 기자실을 직접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신분을 감춘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한 그는 말이 무색하게 바로 다음 날 사표를 제출, 면직 처리됐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김 전 지검장은 사건 10일 후 법률 대리인인 문성윤 변호사를 통해 "충격과 크나큰 실망을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 김수창 지검장은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김수창 전 지검장은 정신적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지검장은 병원 치료와 함께 종적을 감췄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치료를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검찰은 김 전 지검장이 심야에 인적이 드문 공터와 거리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시간과 장소를 택해 음란행위를 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타인을 대상으로 범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신고한 여고생이 큰 충격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여고생의 가족들도 김 전 지검장의 선처를 바라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기소유예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김 전 지검장은 이후 사실상 은둔에 들어갔고, 그의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2월 서울변호사회(서울변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면서였다. 김 전 지검장은 자숙 기간 논란이 불거지자 변호사 등록을 철회했다.

당시 서울변회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은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변호사 활동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고,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두세 달 만에 치료됐을 리가 없다. 병원에 다니며 자숙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무타운에 ‘법률사무소 인헌’을 개업하고 조용히 재기를 준비 중이다. <더팩트>는 27일 변호사로 재기를 준비 중인 김 전 지검장의 모습을 단독으로 포착했다. 취재진과 마주한 김 전 지검장은 근황 등을 묻자 “됐어요”라는 대답만 반복한 채 자리를 급히 떠났다.

◆‘여성인턴 성추행’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13년 5월 7~9일 박근혜 대통령 방미 당시 주미대사관 대학생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전격 경질된 후 잠적한 지 2년 5개월여 만인 지난 15일 더팩트 카메라에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단독으로 포착됐다. /김포=남윤호 기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13년 5월 7~9일 박근혜 대통령 방미 당시 주미대사관 대학생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전격 경질된 후 잠적한 지 2년 5개월여 만인 지난 15일 '더팩트' 카메라에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단독으로 포착됐다. /김포=남윤호 기자

세간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겉모습을 확 바꾼 이도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그렇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2013년 5월 7~9일 박근혜 대통령 방미 당시 주미대사관 대학생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는 의혹에 휩싸이며 전격 경질된 후 11일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잠적했다. 이후 2년 5개월 동안 미국 경찰의 수사를 받기 위해 미국에 있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았으나 구체적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4일과 15일 윤 전 대변인의 자택이 있는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머리를 기른 그를 2년 5개월 만에 단독 포착했다. 윤 전 대변인의 모습은 얼핏 보아서는 알아보기 힘든 정도로 변해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은 방미 일정 중 가장 중요한 행사인 대통의 의회 연설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주미 대사관 소속 여성 인턴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해 5월 9일 '퇴출' 됐다. 그는 급거 귀국한 뒤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7일 오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W 호텔 바에서 피해 여성, 운전기사 등과 술을 마신 게 전부"라며 '성추행' 여부에 대해선 "어떤 성적 의도를 갖고 행동하지 않았다.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귀국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의 조사를 받을 때는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했으며, 여성이 호텔 방으로 올라왔을 당시 속옷을 입지 않았다고 시인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윤 전 대변인은 자취를 감췄다. 종적을 감춘 그를 둘러싸고 ‘미국에 있다’ ‘췌장암 수술을 받았다’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잠적 2년 5개월 만인 지난 15일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윤 전 대변인은 여성인턴 성추행 논란 당시와 달리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취재진과 만난 윤 전 대변인은 "다음에 봅시다"라며 말을 아꼈다. 머리를 많이 길었다는 얘기에 "그래요? 허허허"라며 웃는 여유도 보였다. '췌장암 투병설'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다음에 기회가 있을 테니까 그때 만납시다"라며 길을 재촉했다.

윤 전 대변인 역시 성추행은 뒤로 한 채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할 수 있다. 또 사건발생일(5월 7일)부터 3년인 미국의 경범죄 공소시효를 고려하면 경범죄로 처리되고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 가지 않는 경우 2016년 5월 7일에 사건은 자동 종료된다.

◆‘딸 같은 캐디 터치’ 박희태 전 국회의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9월 11일 강원도 원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 성추행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명령 받았다. 그러나 박 전 국회의장은 항소했다. /더팩트DB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9월 11일 강원도 원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 성추행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명령 받았다. 그러나 박 전 국회의장은 항소했다. /더팩트DB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성추행으로 도마에 올랐다.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캐디)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2월 9일 기소되면서다.

박 전 국회의장은 지난해 9월 11일 강원도 원주시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다 캐디를 성추행했다. 경찰 조사에서 캐디는 ‘홀마다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국회의장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한 것”이라며 “내가 딸만 둘이다. 딸을 보면 귀여워서 애정의 표시를 남다르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박 전 국회의장은 결국 법정에서 “깊이 반성하고 있으니 부디 관용을 베풀어 주시길 바란다”면서 부인했던 혐의를 인정했다.

법원은 박 전 국회의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1심에 판결에 불복한 박 전 국회의장은 항소했고,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박 전 국회의장은 성 추문 논란 중 건국대 석좌교수 재임용으로 또 도마에 올랐다. 결국, 건국대학교는 박 전 국회의장의 석좌교수 임용을 철회했다. 지난 8월에는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 장례식장과 같은 달 이맹희 CJ 명예회장의 빈소를 조문하는 등 평범한 노년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편 최근 공직자 성 추문 중 단연 화제는 심학봉 전 국회의원 사건이다. 지난 20일 검찰이 심 전 의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여전히 ‘봐주기·부실수사’ 논란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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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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