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새벽 검찰을 빠져나온 정윤회 씨 차량이 취재차량을 따돌리기 위해 서초, 과천, 안양, 군포에 이르기까지 위험천만한 질주를 하고 있다. /문병희·최진석기자 |
팩트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취재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가슴 떨리던 순간도 있었고, 아쉬움에 탄성을 자아내던 순간도 있었다. 사진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현장의 느낌은 어땠을까. <더팩트>사진기자들이 한 해를 정리하며 단독 취재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 장면을 선정, 부문별로 소개한다.<편집자주>
[더팩트│문병희·최진석기자] 거물급 취재는 달랐다. 그리고 그 거물급 취재가 심야 추격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국정개입 문건 의혹의 주인공인 정윤회 씨는 지난 10일 피고소인이자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 10시간 넘게 진행된 조사를 마치고 자정이 지나서야 검찰청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만 거론됐을 뿐 베일에 가려진 정 씨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는 <더팩트> 취재진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10여대의 각 언론사 취재차량이 검찰청을 빠져나가는 정 씨의 고급 세단을 따라 붙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시작된 정 씨와 취재진들의 차량 추격전은 40여분 동안 계속됐다. 빗길에서 펼쳐진 추격전은 서행과 최고시속 160km을 오고가는 위험천만한 질주였다.
정윤회 씨를 태운 차량이 11일 새벽 서울과 경기도를 오고가며 취재차량을 따돌리고 있다(위). 교대역 인근 이면도로를 질주한 뒤 본인의 차량에서 내린 정 씨가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정 씨는 이 인터뷰를 마친 뒤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배정한 기자 |
이날 서초동에서 과천, 안양을 거쳐 군포까지 간 정 씨의 차량은 몇 대의 취재차량을 따돌린 뒤 다시 서초동 교대역 인근 골목길을 질주했다. 골목을 몇 바퀴 돌았을 무렵 취재진을 따돌리기를 포기한 듯 정 씨의 검정 세단이 갑자기 멈췄다. 이때 정 씨는 뒷좌석에서 차분히 내린 뒤 코트 단추를 채우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미 그가 타고 온 검정 승용차는 출발한 뒤였다.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그의 태연하고 단순한 행동은 마치 '난 정윤회가 아니라 완전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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