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상고제도 개혁②] 김명수 '상고허가제' 소신..."3심제 재검토" 전망도
입력: 2019.08.08 05:00 / 수정: 2019.08.10 00:47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월 21일 여순사건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대법원 대법정에 앉아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3월 21일 여순사건 재심 인용 결정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위해 대법원 대법정에 앉아 있다. /뉴시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재판이 지난 5월 29일 첫 공판 이후로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을 얻어내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맞는 재판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급증하는 상고사건 해소와 상고심 기능 정상화를 위해 별도의 '상고법원' 신설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상고법원' 설치 입법을 법원 안팎의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밟지 않은채 불리한 여건 속에서 밀어부쳤고, 결국 71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재판거래' 의혹으로 기소된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 후임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 2년이 다 됐지만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은 여전히 매년 늘어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26일 취임사를 통해 현행 상고심 문제를 인정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상고제도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취임 2주년을 한달 앞둔 최근에야 '상고심' 제도 해법찾기에 나섰다. 이에 <더팩트>는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2년을 맞아 왜 다시 상고제가 논의되고 있는지,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떠한지, 해결책은 뭐가 있는지 등을 3편의 기획보도로 알아보고자 한다. 2편에서는 우리나라 상고제도의 변천사를 비롯해 상고허가제, 대법관 등 논의되고 있는 상고제도의 장점 및 단점이 뭐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금태섭 '상고심사부' 발의...대법관 대폭 증원안도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취임 이후 처음 상고제도 개편방안 논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생각이 변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다만 "대법관 증원부터 상고허가제까지 열린 마음으로 상고제도 개편 방안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헌법정신에 부합하고 실정에 맞는다면 그 방안의 입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입법을 추진했다. 보수적인 대법원으로서는 드물게 웹툰 및 언론사 광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고법원을 홍보했다.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은 '상고법원'이 쓰여진 어깨띠를 두르고 지하철 출구 등지에서 시민에게 상고법원의 필요성 등을 알리기 위해 동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입법 달성을 위해 청와대 입맛에 맞는 재판을 하도록 법관들에게 지시한 '사법농단' 파문을 일으키면서 상고법원 논의도 결정타를 맞았다.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상고제도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이 사이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줄줄이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되는 등 재판을 받게 되면서 상고제도를 논의하기에 불편한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법관 1인당 심리 사건 수가 약 4000 건에 달하면서 더이상 대안 마련을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풀이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상적이라고 보는 '상고허가제'는 대법원이 허가한 상고심만 선별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1981~1990년 국내 운영된 적 있다. 의미있는 사건에 시간을 두고 심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큰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폐지됐다.

실제로 사법정책연구원이 2014년 10~11월 실시한 '국민의 사법 절차에 대한 이해도 및 재판에 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국민 1100명 중 29.7%가 "재판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1994년 심리불속행제가 시행된 이래 기각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패소가 거의 확실하더라도 일단 대법원에 상소해 확정판결까지 받아보려는 경향을 갖는다.

양 전 대법원장이 강력 추진했던 '상고법원'은 2심 재판부의 선고에 불복해 상고한 재판을 대법원이 아닌 서울에 설치되는 상고법원이 맡는 제도다. 초기에는 높은 평가를 받아 상고심 사건의 적체 문제를 해결할 묘안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다만 1심에서 항소심, 상고법원, 대법원까지 기존 3심이 아닌 4심 체제를 이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사법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실제 사법농단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기존 장점까지 퇴색시켰다.

또 다른 안인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와 상고심사부 설치 방안은 고법이 직접 심리를 한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상고부 제도는 지역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해 고법이 주로 상고 사건을 맡고 대법원은 중요 사건만 처리하도록 분리하는 방식이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별 고법의 판례가 통일되지 않으면 혼선이 우려될 수 있다. 또 같은 고법에서 항소심. 상고심이 모두 진행되기 때문에 당사자는 승복하지 않을 수 있어 불복시 4심제 처럼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법원 상고심사부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지하는 제도다. 금 의원은 지난해 11월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중요한 법률문제가 있는 사건만 상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상고심을 법률심으로서의 제도 취지에 가장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권리구제기능이 적절히 수행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이 역시 상고 심사기준 일관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고등법원에서 하는 상고심사에 대해 당사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대법관 증원 논의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 명의 대법관이 맡아야 하는 업무가 많으니 그 수를 늘려 업무의 과중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18대 국회에서 대법관을 20명까지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매번 대법관을 늘리면 전원합의체 판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장애물이 됐다. 일각에서는 일단 상고하고 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판사 증원이 대법원에서 심리 받기를 원하는 국민의 법감정을 충족할 수 있다는 강점을 무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세번째)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대법원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세번째)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대법원 제공

특히 소폭 증원으로는 사건부담 해소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대법관을 대규모로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대법관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경우, 기존 전원합의체에서 이뤄진 깊이 있는 토론은 어려워져 의견 합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59년 국내 시행된 적 있는 대법원 이원적 구성 역시 재판부가 서로 다른 직급의 법관으로 구성돼 상고심 심리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 사이의 실질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다수의 고위법관이 대법원으로 배치되면 하급심이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실질적 개편이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중 무리하게 상고법원을 추진하다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대법원장만 바뀌었다고 국민이 상고제도 개편에 관심을 갖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공청회 등 활발한 홍보활동이 진행됐지만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진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국 상고심 제도 개편이 아닌 현행 3심제를 유지할 것인지 논의가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 법감정 상 당사자는 본인 사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3심제가 유지되는 한 상고심 문제는 해결이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사법제도는 2심제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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