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인강학교 폭행 파문, 재발 방지 '첩첩산중'⑤] 제보자 인터뷰 "반성 없는 관계자들에 씁쓸"
입력: 2018.10.15 05:00 / 수정: 2018.10.15 16:54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맞고 있어요” 사진은 서울인강학교 내 사회복무요원 폭행 사건의 제보자가 2일 서울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던 당시의 모습. /이새롬 기자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아무것도 모르고 맞고 있어요” 사진은 서울인강학교 내 사회복무요원 폭행 사건의 제보자가 2일 서울 모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던 당시의 모습. /이새롬 기자

장애 학생의 폭행 영상은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폭행 사건이 <더팩트>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즉각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병무청과 공동으로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150개 특수학교를 전수조사키로 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운 폭행 사건들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서울 인강학교 공립화와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더팩트>는 이번 서울 인강학교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상황을 되짚어 보고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방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폭행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건은 무마되곤 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제보자와 함께 증거를 찾기 위해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리며 취재를 했고 음지에서 행해지던 장애인 폭행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취재진은 11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제보자들을 다시 만났다. <더팩트>의 단독 보도 이후 일주일이 흐른 현재 제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제보자 A 씨는 "보도 이후 가해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입을 열었다. "(가해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지는 않았으나, 영상이 더 있느냐, 자신이 맞느냐? 등 본인이 나온 증거 자료의 유무를 찾는데 혈안이 돼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덧붙여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어 보였다"고 말한 뒤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사이 A 씨는 인강학교 피해 학생의 학부모들과도 만났다. 부모들은 A 씨에게 한결같이 "용기 내줘서 고맙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감사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 인강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또 다른 제보자 B 씨는 요원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여전히 복무는 이행 중이나, 아이들과는 격리돼 지내고 있다"며 학생들에 대해서는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만, 대부분은 등교 거부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학교 내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보도가 나가기 전 교내에서 이미지가 좋았던 가해자 요원을 두고 교사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을 것"이라든지 "꿀밤 정도 때리는 모습을 찍어서 크게 부풀리는 거 아니냐"는 등의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가해자가) 안타깝다. 착한 사람인데 순간 화를 참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며 교사의 자질이 의심되는 발언을 한 일부 교사도 있었다고 했다.

앞서 취재진은 이 사실을 보도하기 전인 지난 2일, 인강학교를 찾아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당시 사회복무요원을 책임·관리하는 행정실장은 "폭력 행위는 없었다"고 단언했다가 취재진의 계속된 추궁에 "좀 오래 전에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했다) 사회복무요원 한 명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어 확인을 했는데 증거가 없어 요원들 전체를 불러다 놓고 경고 조치했다"고 말을 바꿨다.

증거는 없어도 폭행 사실을 알고 묵인한 것 아니냐는 계속된 질문에 고심하던 행정실장은 "제가 제보를 받은 사회복무요원이 사실 근태가 좋지 않았다"며 "제 입장에서는 문제의 사회요원이었고, 주관적인 판단이었는데 (말의 신빙성을) 가리기가 어려웠다"며 "다른 사람한테도 심각한 것처럼 얘기를 안 해서 툭툭 치는 그 정도인 줄 알았다"고 말을 돌렸다.

제보자 B 씨 역시 "교사들이 (사회복무요원의 폭행을) 모르고 있는 눈치가 아닌 것 같다"며 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일부 교사들은 "걱정하지 마라, 다 잘될 거다. 서로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보자들은 폭행 사실을 학교에 알린 바 있었다.

B 씨는 "당시에 학교가 알아서 가해자를 처벌하고 확실하게 조사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고, 아이들도 몇 달간 폭행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보호해 달라며 학교에 보냈지, 학대하고 폭행하라고 보내신 게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A 씨는 "(제보 이후, 기사가 나가기까지) 3개월이나 걸렸다. 증거를 얻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들이 계속해서 폭력에 노출돼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슴이 아팠다. (은밀한 폭행에) 증거가 쉽게 잡히지 않아 포기할까도 싶었다"며 "결국 한 학생의 희생으로 결정적 증거를 잡아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제보자들은 그간 말 못할 심적 고통 속에도 "제보를 잘 한 것 같다"며 "후회는 안 한다"고 말했다.

제보자 A 씨는 현재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현재 경찰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공익제보자들의 정체는 곧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동료 복무요원들과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 내부고발자로 찍혀 불편한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벌어질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이 용기를 낸 것은 장애 학생들을 위한 진심 어린 마음이었다. 장애 학생들을 위해 어려운 선택을 내린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전수 조사와 가해자 및 책임자 처벌 등 후속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saeroml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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