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인강학교 폭행 파문, 재발 방지 '첩첩산중'③] '폭행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아이들
입력: 2018.10.13 05:00 / 수정: 2018.10.13 22:32

폭력에 노출된 인강학교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폭력에 노출된 인강학교 장애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장애 학생 폭행 영상은 충격 그 자체 였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서울 인강학교 사회복무요원의 폭행 사건이 <더팩트>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즉각 현장을 방문해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갖고 병무청과 공동으로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150개 특수학교를 전수조사키로 했고, 각종 매체를 통해 새로운 폭행 사건들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서울 인강학교 공립화와 가해자 엄벌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더팩트>는 이번 서울 인강학교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상황을 되짚어 보고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방향을 짚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때렸어."

인강학교 장애 학생은 "맞았어?"라는 학부모의 질문을 3번 반복했을 때 입을 열었다. A군은 사태의 심각성이 세간에 드러난 이후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있다. 본인이 등교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도 '악마의 소굴'에 사랑하는 아이를 보낼 수 없다는 심정이다. 특수학교 교육과정 총 12년 중 수료까지 1년 여밖에 남겨 놓지 않았지만 폭력에 노출된 장애 학생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인강학교 재학생 A(18·남)군은 특수학교에서 학교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A군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인강학교로 전학을 갔다. A군의 어머니는 A군의 일반학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A군이 자폐 성향으로 인해 일반 학교 과정을 소화하기 힘들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특수교육대상자로 지정된 A군은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 인강학교로 배정됐다.

당시 A군의 어머니는 내심 A군을 노원구 하계1동에 위치한 특수학교인 '서울 동천학교'로의 전학을 바랐다. A군의 가족이 30여 년 째 거주하고 있는 상계동도 행정구역상 도봉구가 아닌 노원구였기 때문이다. 위치도 거주지 기준 인강학교(4.78㎞)보다 동천학교(2.33㎞)가 더 가까웠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7조 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 및 교육에 따르면 교육감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된 자를 해당 특수교육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정도와 능력, 보호자의 의견, 학교 인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근 지역 내에서 유동적인 배치가 가능하다.

A군은 동천학교에 가지 못했다. 노원구에 있는 동천학교의 인원이 포화 상태였기 때문에 도봉구의 인강학교로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A군의 어머니는 다른 장애 학생 학부모로부터 인강학교가 자폐 성향을 가진 장애 학생을 잘 돌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울며 겨자먹기'라는 생각으로 A군을 인강학교에 보내게 됐다.

A군의 어머니는 "아이를 특수학교로 전학하려 알아보니까 노원구에 동천학교가 있었지만 동천학교는 포화상태라며 아이가 배정된 인강학교로 보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며 "노원역 4호선을 지나가는 기점으로 학교가 배치돼기 때문에 아이가 인강학교에 배정된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A군은 노원구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노원구에 있는 동천학교의 인원 초과로 인해 집에서 5㎞ 가량 떨어진 도봉구의 인강학교로 배정됐다. /다음 지도 갈무리
A군은 노원구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노원구에 있는 동천학교의 인원 초과로 인해 집에서 5㎞ 가량 떨어진 도봉구의 인강학교로 배정됐다. /다음 지도 갈무리

◆ 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는 갈 곳을 잃었다

A군의 어머니의 우려와 달리 A군은 학교를 지난 7년 간 무탈하게 다녔다. 오히려 A군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자폐 성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산만한 아이었지만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노란색 스쿨버스를 기다릴 때에는 가만히 앉아 버스가 오는 도로를 바라보던 아이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여느 때처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A군은 옆머리에 10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두피 흉터가 생겨왔다. 마치 잡아뜯긴 것처럼 한 움큼 파여있었다. A군의 어머니는 A군의 정수리 부문에도 피부가 빨갛게 부어 올라온 모습을 기억했다.

A군의 어머니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A군이 집에 왔는데 그렇게 불안해 하는 모습은 처음봤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부모는 선생님과의 신뢰가 깨질까봐 학교에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드름 때문에 빠졌나 보다 생각하기도 했다.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사건에 가해자로 지목된 사회복무요원이 A군을 사탕을 주겠다고 불러서 갈비뼈를 6~7차례 때리는 등 폭력을 가했다고 답했다.

A군은 동영상에 나오는 폭행을 당한 학생은 아니다. 이 때문에 최초 학교측은 A군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A군의 어머니에 따르면 <더팩트> 보도 다음 날인 5일, 인강학교 선생님 3명이 A군의 집에 찾아와서 "동영상에 아이가 없기 때문에 A군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집에 찾아온 선생님들은 "요즘에는 터치만 해도(닫기만 해도) 고소가 되는 세상이다. 우리를 가해자로 보시는 게 서운하다"고 반박했다.

다음 날인 6일에는 인강학교 교장 직무대행이 A군의 어머니에게 핸드폰 문자를 보냈다. '동영상에 A군이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다'는 내용이었다. A군의 어머니는 즉시 교장 직무 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그거 아니잖아요. 선생님은 다 아시잖아요"라고 반문하자 교장 직무 대행은 "죄송하다. 그러면 선생님을 어떻게 할까"라고 울먹였다.

A군의 어머니는 당시 연락을 받고 너무 황당했다고 회고했다. 이 대행의 발언을 통해 A군이 최초로 폭력에 노출됐다고 의심되는 지난해 6월 이후에도 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학교 측에서 간접적으로 시사한 게 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A군이 최초로 폭력에 노출된 게 지난해 6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A군의 어머니는 "어떻게 뻔뻔하게 그럴 수 있냐"며 학교를 찾아가 따져봤지만 학교 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해당 선생님을 수업에서 배제하게 했고 연구실에 격리 조치했다"는 내용 뿐이었다.

이에 A군의 어머니는 현재 인강학교 교원들이 전부 교체되거나 이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A군의 등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군이 안정을 찾고 학교를 다시 가고 싶어할 때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A군의 어머니는 "현재 일하고 있는 교원들 밑에 아이를 다시 보낼 생각은 없다. 어떤 부모가 그렇겠나"며 "30년 넘게 살아온 주거지를 옮기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아이 전학을 위해 이사를 가더라도 자리가 있어야 갈 뿐더러 이 꼴이 난 인강학교에서 전학 가는 아이를 다른 학교에서 받아줄리 만무하다. 현재로써는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장애 학생이 아니라면 이와 같은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원한다면 얼마든지 지역 내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낼 수 있다"며 "하지만 특수학교는 많지 않고 충원 인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장애학생 부모님들은 아이를 다른 데 보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장애 학생이 고등교육 과정까지 올라가면 특수학교 내 충원할 수 인원은 초등, 중등보다 더욱 제한적이게 된다"며 "학부모가 아이를 다른 데 보내고 싶어고 그 곳에 자리가 없으면 못 보내는 것이다. 심지어 도봉구 내 특수학교는 인강학교 하나 뿐이다. 학부모님들은 아이가 현실적으로 전학을 보낼 곳이 없기 때문에 학교 눈치를 보면서 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폭행당한 학교를 쉽게 떠날 수 없는 이유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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