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현경기자] "이번주 1위는?"
손범수의 이 한마디 말에 전국의 시청자가 긴장하던 때가 있다. 그 만큼 추억의 가요프로그램 KBS-2TV '가요톱텐'에서 MC 손범수가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컸다. 특히 그 만의 깔끔한 진행과 카리스마는 시청자들을 프로그램에 완벽히 몰입시켰다.
이후 다양한 가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특히 MC 체계의 변화가 눈에 띈다. 과거 가요프로그램이 많지 않던 90년대 초에서 중후반 까지는 아나운서 혹은 음악 VJ 같은 전문 MC가 주로 등장했다.
하지만 공중파 3사와 다수의 케이블 채널이 가세하면서 스타 MC가 선호됐다. 지금은 예능에서 보기 힘은 톱 여배우들이 가요 프로그램 MC에 자주 등장했다. 이후 음악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MC 역할도 아이돌에게 맡겨졌다.
손범수부터 아이돌까지의 가요 프로그램 MC 변천사와 효과를 되짚어봤다.

◆ 1990년대 초 - "전문 MC, 진행실력이 우선"
현재의 가요시장이 자리잡기 시작한 1990년 대 초부터 중후반까지는 전문 MC 체제가 이어졌다. 공중파는 깔끔한 진행실력을 갖춘 자사 아나운서를 기용했다. 케이블사는 음악 전문 MC인 VJ를 선발했다.
유일한 가요 차트 프로그램이던 KBS-2TV '가요 톱 10'는 손범수의 단독MC 체재로 진행됐다. 1993년 부터 종영 때까지 무려 5년간 진행하며 프로그램의 얼굴로 기억됐다. 특히 손범수의 긴장감 넘치는 진행은 프로그램의 백미였다. 깔끔하면서도 정확한 진행이 인기였다.
1995년 개국한 음악전문채널 Mnet도 음악전문 MC인 공채 VJ가 진행을 맡았다. 그 중 깔끔한 진행실력을 갖춘 이기상과 최할리, 김형규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가요는 물론 팝송에 대한 폭넓은 지식까지 갖춰 음악 트렌드를 발빠르게 전달했다.
대방동에 사는 30세 정겨운씨는 "'가요 톱 10' 마지막에 1위를 발표하던 장면을 생각하면 아직도 떨린다"면서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리는 데에는 손범수 아나운서의 진행 실력 영향이 컸다"고 회상했다.

◆ 1990년 후반~2000년대 초 - "커플 MC, 미녀스타는 필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는 커플 MC가 주를 이뤘다. 인기 남자 MC와 신인 여자 연기자들이 입을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도 SES, 핑클, 베이비복스 등의 인기 아이돌이 많았지만 그들이 MC로 나서진 않았다.
남자는 이휘재, 주영훈과 같은 무난한 진행실력을 갖춘 예능인이 선호됐다. 그리고 파트너로는 당대 최고의 신인 여자스타가 등장했다. 지금은 예능에서 보기 힘든 김희선, 송혜교, 김민희 등이 MC로 나서 발랄한 매력과 통통튀는 진행을 선보였다.
이후 김동완 등 입담을 갖춘 남자가수에게 마이크가 주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미녀스타 파트너 법칙이 이어졌다. 박한별, 한예슬, 한효주 등 당대 최고의 신인 여자 스타들이 옆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평균 진행기간이 6개월 정도로 짧아 몰입도와 진행실력이 미흡한 것이 흠이었다.
천안에 사는 27세 김지원씨는 "손범수 이후로는 기억에 남는 가요 프로그램 MC가 없다"면서 "공중파 3사의 MC들 구성이 비슷비슷하고 너무 MC 교체가 잦아 누가 어떤 프로그램 MC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2010년 - "아이돌 MC ,다다익선이 대세"
아이돌 전성시대를 맞아 음악 프로그램도 아이돌 위주로 변했다. 과거 출연자에 그쳤던 것에서 벗어나 MC 역할도 차지했다. 대부분의 가요프로그램이 아이돌 멤버들을 단체로 내세우고 있다.
SBS '인기가요'는 조권, 설리, 정용화가 MC를 맡고 있다. MBC '음악중심'은 30일 지연, 수지, 온유, 민호로 MC를 기용해 유리, 티파니에 이어 아이돌 MC 체제를 이어갔다. Mnet '엠!카운트다운' 역시 2PM과 엠블랙 멤버들이 MC를 맡고 있다.
한 가요프로그램 관계자는 "MC는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연예인으로 선정하게 된다"면서 "음악 프로그램의 주 시청자가 청소년 위주이기 때문에 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MC를 맡는 것은 당연한 변화다"라고 밝혔다.
불안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진행실력이다. 진행경험이 많지 않은 탓에 진행이 매끄럽다기 보다는 다소 어설픈 것이 사실. 때문에 보는 이로 하면금 편안함 보다는 보는 내내 안타까움과 불안감을 지울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통통 튀는 발랄한 진행은 기대요소다. 수원에 사는 22세 이유미씨는 "풋풋하고 발랄한 아이돌 멤버들이 진행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밝아진 것 같다"면서 "변신을 두려워 하지 않는 아이돌 덕분에 더욱 다양한 진행이나 이벤트를 가능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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