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은주기자] 여성 시청자에게 드라마보다 재밌는 건 여주인공의 패션이다. 특히 대표적인 패셔니스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그의 머리부터 발끝은 시청자의 패션 교과서가 된다. 그가 내뱉는 대사 이상의 집중도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김남주와 고현정, 이나영이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김남주는 MBC-TV '역전의 여왕'에서 주부패션과 오피스패션을 오간다. 고현정은 SBS-TV '대물'에서 전문직 여성의 표본을 소화한다. KBS-TV '도망자'에 출연한 이나영은 최신 트렌드의 절정을 선보인다.
시청률 뿐 아니라 스타일에서도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패셔니스타의 스타일을 살펴봤다.

★ 서혜림 - "깔끔함의 진수"
고현정이 분한 서혜림은 정의감 넘치는 열혈 여성이다. 서혜림이 표현하는 아나운서, 국회의원, 여성 대통령은 최신 트렌드를 뽐내는 직업군이 아니다. 튀기보다는 단아함을 스타일의 미덕으로 삼는다. 서혜림 또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단, 서혜림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도회적이고 당당한 느낌을 강조하는 스타일링을 펼치고 있다.
서혜림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심플한 재킷을 이용, 정장룩을 선보였다. 여기에 활동성과 여성미를 강조하기 위해 스커트와 팬츠를 번갈아 입는다. 정장 컬러도 직업에 맞춰 단정한 블랙이나 신뢰감 있는 네이비를 선택했다. 라인을 살린 트렌치 코트나 미니멀 재킷으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서혜림 스타일에 포인트를 줬다.
고현정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이사는 "현재 국회의원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깔끔한 정장 스타일을 준비했다. 고현정의 하얀 얼굴색에 맞춰 모노톤의 의상을 골랐다. 극중 직업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어"서혜림이 여성 최초 대통령이 되면 위치와 위상이 달라지는 만큼 좀 더 당당하면서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연출 할 예정이다"며 앞으로 보여줄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 황태희 - "역시 패셔니스타"
드라마 속 황태희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 결혼 전 황태희는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잘나가는 골드미스였다. 결혼 후 그는 평범한 주부가 됐다. 남편이 회사에서 잘린 뒤에는 가장이 되어 워킹맘으로 변했다. 극중 3단 변신하는 황태희의 스타일은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골드미스였을때 호피와 같은 강렬한 프린트를 포인트로한 오피스룩을 선보였다. 좀 더 카리스마 있게 보이기 위해 뿔테 안경도 썼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됐을 때에는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슬림한 니트 아이템으로 세련된 주부의 느낌을 보여줬다. 앞으로 보여줄 워킹맘은 팬츠를 이용해 깔끔한 정장룩을 연출할 계획이다.
김남주의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실장은 "황태희의 직업이 3번 바뀐다. 그때마다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줬다"며 "황태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인 만큼 과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했다. 구두로 예를 들면 골드미스 때에는 앞코가 뾰족한 킬힐을 신었다면 워킹맘 황태희는 앞코가 슬림한 플랫슈즈를 신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 진이 - "브라운관이 런웨이?"
진이는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모든 캐릭터가 함축되어 있는 인물이다. 비운의 가족사와 음모로 인해 내면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는 여성스러움을 보여준다. 비운의 진실을 파헤칠 때는 안젤리나 졸리 부럽지 않은 액션도 선보인다. 이렇듯 여러 면을 가지고 있는 진이의 캐릭터만큼이나 스타일 또한 다양하다. 어느 한 가지 스타일에 고정하지 않고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연출한다.
진이의 스타일은 최신 트렌드의 결정체다. 지난 봄/여름 시즌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치골 절개 드레스로 감춰진 섹시미를 발산했다. 올 가을 유행 스타일인 셔링과 드레이프로 완성된 미니드레스와 모노톤의 컬러 의상 등을 주로 입었다. 그의 스타일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헤어스타일이다. 그는 무겁게 내린 앞머리와 내추럴 물결펌을 결합시켜 사랑스러움과 시크함이 공존하는 뱅헤어스타일을 완성했다.
'마이클 코어스(Micheal Kors)' 오윤하 과장은 "'도망자' 진이의 패션은 파격적이면서도 고급스럽고,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느낌이다"며 "이나영의 매력과 개성에 유행코드를 적절하게 버무려 '진이표 패션'을 만들었다. 폭넓은 스타일을 무리 없이 시도할 수 있는 캐릭터 덕을 톡톡히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글=송은주기자, 사진제공=이김, 유니온 엔터테인먼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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