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미국)=이명구·임근호기자] "비, 빚"
'한류스타' 비(28·정지훈)가 도박 빚과 관련해 미국 법원에 피소됐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벨라지오 호텔 카지노 VIP룸에서 한 재미교포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려 바카라 도박을 했다는 내용이다.
재미교포 앤드류 김(28)은 "지난 2007년 6월 비에게 15만 달러(1억 6,000만원)를 빌려줬다"면서 "비는 벨라지오 호텔 카지노에서 돈을 빌려 바카라를 했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갚지 않는다"며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비는 심각한 도박습관을 가지고 있다. 고급호텔 VIP 룸에서 바카라를 주로한다고 전해진다. 김 씨가 목격한 바로는 비는 한 번에 최대 1만 달러(1,100만원)까지 베팅을 하기도 했다.
더팩트은 지난 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소송을 제기한 앤드류 김과 담당 변호사 다니엘 박을 만났다. 라스베이거스 현지를 찾아 카지노 관계자와 접촉하기도 했다. 또 국내로 돌아와 당시 비와 카지노를 동행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앤드류 김과 비의 인연
앤드류 김과 비는 동갑내기 친구다. 2007년 6월까지는 각별한 사이였다. 처음 만난건 2006년 12월 말. 지인들의 소개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났다. 2007년 김 씨가 비의 LA공연을 유치하면서, 둘의 관계는 친구에서 사업적 파트너로 확장됐다.
당시 김 씨는 LA에서 잘 나가는 IT 사업가였다. 비는 월드투어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려는 시기였다. 각각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둘이기에 통하는 구석도 많았다. 비는 시간을 쪼개 LA를 자주 찾았고, 김 씨와 미래를 구상했다.
김 씨는 "동갑이라 빨리 친해졌다. 서로 고민을 상담하고 미래를 그리기도 했다"면서 "난 IT 전문가고, 비는 스타다. IT와 엔터를 결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 라스베이거스, 도박, 도박
하지만 도박이 문제였다. 김 씨에 따르면 비는 도박을 즐겼다. 김 씨는 "비는 라스베이거스를 무척 좋아했다. LA에 오면 꼭 카지노에 가고 싶다고 했다"면서 "내 개인 비행기 혹은 리무진을 이용해 매번 라스베이거스에 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장에는 비의 '심각한 도박습관'(heavy gambling habit)이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이는 비 스스로 김 씨에게 털어놓은 내용이다. 또한 최대 1만 달러 이상을 베팅한다는 비의 도박규모가 적혀있다.
김 씨는 "카지노에서 비가 게임을 하는 것을 봤다. 1,000달러, 2,000달러 씩 하다가 열 받으면 5,000달러, 1만 달러도 베팅한다"면서 "(돈을 빌려준) 그날도 무리하게 베팅을 했고 돈을 다 잃었다"고 말했다.

◆ 공연을 앞두고 베이거스행
앤드류 김은 왜 비에게 15만 달러라는 거금을 빌려줬을까. 차용증을 받았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비가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스타"라면서 "공연이 끝나기 전까지 지체없이 갚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돈을 빌려준 그 날은 금요일이었다. 그는 "금요일, 한국시간으로 토요일이다. 주말이라 은행업무를 볼 수 없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애원했다"면서 "현금으로 찾아서 빌려줬다. 거래 내역서는 있다"고 덧붙였다.
LA 공연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돈을 빌려준 계기가 됐다. 김 씨는 "비는 LA 타임즈와의 공연 홍보 인터뷰를 끝내자 마자 라스베이거스로 갔다
면서 "공연을 앞두고 아티스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없었다.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 바카라, 도박 가능성은?
김 씨의 주장을 정리하면 비는 LA를 방문할 때 마다 라스베이거스로 갔다. 2007년에만 3~4차례 이상 찾았다. 개인 비행기를 2번 빌려 탔고, 나머지는 벤츠 마이바흐나 시보레 서버번을 이용했다. 심지어 6월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도 카지노에 들렸다.
취재팀은 소송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일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수소문 끝에 벨라지오에서 일했던 카지노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다. 비가 2007년 VIP룸에서 바카라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액수를 밝히기는 꺼려했다.
한국에서는 비와 함께 카지노를 찾았다는 공연 관계자도 만날 수 있었다. 비의 월드투어를 기획한 한국 주관사 한 관계자는 "2006년 12월 베이거스 공연, 2007년 6월 LA 공연 직전 카지노를 찾아 도박 수준의 베팅을 했다"고 증언했다.

◆ 뒤늦게 소송한 까닭?
앤드류 김의 법적 대리인 다니엘 박 변호사(루리앤박)는 지난 6월 25일 5가지 사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 사기, ▶ 의무위반, ▶ 횡령, ▶ 계약위반, ▶ 부정축재 등의 이유다.
박 변호사는 "15만 달러를 갚을 것이라 거짓으로 주장했기에 사기며, 갚을 생각없이 의도적으로 15만 달러를 소유했기에 횡령이며, 15만 달러를 부당하게 가졌기에 부정축재"라고 말했다.
LA 공연 실패와 연관된 소송이냐는 질문에는 "비는 공연 직전에도 라스베이거스를 찾아 도박을 했다. 가수로서 문제 있는 행동"이라며 "15만 달러를 갚으라는 요구에 비는 '왜 갚아야 되냐'고 말했다. 책임감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고 답했다.
◆ 음해인가? 사실인가?
비의 소속사인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는 앤드류 김의 소송을 사실무근으로 간주했다. 조동원 대표는 18일 아침 전화통화에서 "일단 소송 자체가 소설이다. 미국에서는 아무 내용이나 소장에 넣을 수 있다. 사실이 아니다"고 100% 부인했다.
도박설에 대한 질문에는 "라스베이거스에 안갔다는 건 아니다. 공연팀과 몇 번 찾았다. 하지만 어떤 기준에서 도박이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예를 들어 비가 일주일 동안 100만원으로 놀았다고 하자. 그걸 도박이라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앤드류 김 측은 비의 반응을 예상하고 답했다. 다니엘 박 변호사는 "사실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이미 우리는 다수의 증거와 증인을 가지고 있다"면서 "비 측은 아직까지 법원에 답변서 조차 제출하고 있지 않다"고 반론했다.

<사진ㅣ로스앤젤레스(미국)=김용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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