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경기침체·불확실성 등 삼중고
IBK투자증권 "주요 건설사 리스크 관리 집중"
올해 국내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에서 '내실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예상됨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뉴시스 |
[더팩트|이중삼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경기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환율 기조·탄핵정국·공사비 인상·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숨통을 조일 악재들이 산적해서다.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 국내 대형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내실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예상됨에 따라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각오다.
국내 주요 건설사 대표들은 일제히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공통된 키워드는 위기극복·내실강화다. 국내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탄핵정국으로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사업추진·실적에 적신호가 켜질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건설사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하면서 영업 경쟁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다가올 3년 중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실경영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안정화 지연,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 환율·금리 등의 경제지표 불확실성 확대는 건설시장의 안정성을 지속해 위협하고 있다"며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리스크를 해소하고, 철저한 수행관리를 통해 재무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불필요하거나 긴급하지 않은 비용은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해 지금 이 위기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전이 확보돼야 실적과 성과도 의미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는 "올해도 국내 경기침체와 시장의 불확실성은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업의 위기는 현금 유동성 악화로부터 시작되고, 손실을 막아내지 못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신규수주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물론, 미착공 사업과 진행 사업에 투자한 모든 자금에 대해 철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건설업계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팩트 DB |
◆ 재무건전성·안전 강조…미래 먹거리 발굴도 주문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는 재무건전성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방점을 찍었다. 정 대표는 "핵심인재와 우량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디지털화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며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고,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집중 공략으로 브랜드파워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전과 품질은 모든 가치에 최우선이라고도 했다.
SK에코플랜트의 장동현 부회장과 김형근 사장도 "올해도 녹록지 않은 경영이 예상된다. 재무 안정성 확보와 변동성 최소화,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완성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는 혁신·변화를 주문했다. 허 대표이사는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자"며 "안전과 품질에 기반해 건설업의 기본을 강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장기 사업의 기반을 다지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경영 효율'과 '체질 개선 실천'을 메시지로 내놨다. 박 부회장은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부서와 현장 단위의 실질적인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현장 근로자도 작업 중지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 위험 요소를 완전히 근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644가구로 전달(1만8307가구) 대비 1.8%(337가구) 늘었다. /뉴시스 |
◆ 리스크 관리 강조 이유…비수도권 미분양 문제
IBK투자증권이 6일 공개한 '주요 건설사 리스크 관리 집중' 리포트에 따르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신년사를 통해 유동성 관리, 업무 프로세스의 선진화,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을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강조했다"며 "건설사들은 지난해부터 인력·조직구조면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도시정비(재건축·재개발)사업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부서가 축소됐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건설사들이 올해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이유로 비수도권 미분양 문제가 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24년 1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644가구로 전달(1만8307가구) 대비 1.8%(337가구) 늘었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래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수도권은 3842가구에 그친 반면, 비수도권은 1만4802가구에 달한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지만, 비수도권과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많아지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에는 건설업종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3일 내놓은 '(건설) 보수적인 계획으로 출발, 하반기를 기대' 리포트에서는 "정권 교체에도 개발원가 절감을 통한 신규개발 촉진, 수요 분산을 위한 정책은 지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점에서 건설업종의 단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하반기 정권 교체 등 진행되며 업황 회복과 함께 건설업종 주가도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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