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인 거래소는 200여개, 지난 2월 기준 실명 인증 계좌만 250만개에 달하며, 하루 거래량은 약 20조 원이다. /이동률 기자 |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겁다. 2016년 당시 40만 원 수준이던 비트코인은 2021년 4월 13일 8000만 원(1비트코인 기준)을 돌파했다. 5년 만에 200배 폭등. 이런 수익률을 가진 투자 상품이 또 있을까.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떼돈 벌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암호화폐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주식 시장과 달리 24시간 돌아간다. 내년부터 과세한다는 정부 방침도 나왔다. 알쏭달쏭 복잡한 암호화폐. 벼락거지 될까 싶어 계좌는 덜컥 만들었는데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코린이들을 위해 더팩트가 나섰다. 기사는 ▷암호화폐와 주식 ▷알트코인 ▷암호화폐 규제 순으로 진행된다. <편집자 주>
"암호화폐 거래소, 주식과 달리 사이드카 없어
[더팩트│황원영 기자] 암호화폐는 처음이다. 주식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르다. 주식을 매수할 때는 해당 기업의 매출액이나 성장 가능성 등을 따져본다. 암호화폐를 살 땐 뭘 보고 들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막연히 오를 것이란 기대로 투자하기에는 투기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30대 투자자 박 모 씨.)
주식과 암호화폐(가상화폐)는 얼핏 보면 비슷하다. 투자자들은 주식이든 암호화폐든 거래소를 통해 사고판다. 수요에 따라 가격도 변한다.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듯, 암호화폐 발행사들도 암호화폐를 상장한다.
하지만 뜯어보면 차이점이 더 많다. 거래소 상장이 한 곳으로 제한된 주식과 달리 코인의 경우 복수의 거래소에 상장시킬 수 있다.
상장도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를 상장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거래소가 코인을 팔아주는 거래소공개(IEO)와 거래소에 곧바로 상장하는 직상장이다. 직상장은 업체가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가 상장 후 시중에 내놓는다. 대기업이나 투자금이 많은 스타트업이 주로 하는 방식이다. 가상화폐공개(ICO)는 투자자를 모집해 상장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금지됐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200개에 이른다. 이중 은행과 실명확인 계좌 계약을 맺은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거래소 운영 시간도 극명히 갈린다. 주식시장의 경우 보통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가 정규시장이다. 주말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반면 암호화폐는 24시간 365일 내내 쉬지 않고 거래가 진행된다. 자는 동안 급락 또는 급등할 수도 있다. 기회를 잡으려면 뜬눈으로 시세판을 확인해야 한다. 가상화폐에 뛰어든 뒤 불면증이 생겼다는 투자자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건 이런 연유에서다.
비트코인 시세가 요동 치고 있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주식은 1주 단위로 살 수 있다. 일례로 29일까지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1주당 10만5000원으로 공모가가 정해졌다. 상장 시 공모가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최소 10만5000원이 있어야 1주를 살 수 있다. 반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1코인 이하도 사고팔 수 있다. 28일 오후 11시50분 빗썸 거래소 기준 1BTC은 6339만 원이다. 최소 거래단위(0.0001개)와 수수료를 고려하면 6000원대로도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주식과 비교해 암호화폐는 투자위험이 높다. 주식시장에서는 급등, 급락 시 일시적으로 주식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거는 사이드카라는 규제가 있다. 하루 변동폭도 30% 이내에서 제한돼 있고 금융거래도 정식으로 등록돼 있다. 상한가나 하한가에 도달하면 더 이상 오르거나 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은 하루에 100%, 1000% 폭등·폭락할 수 있다. 지난 20일 상장한 아로와나토큰(ARW)의 경우 상장가 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30분 만에 5만3800원까지 오르며 약 1075배 뛰었다. 상승률이 무려 10만7600%에 이른다. 7시간 뒤에는 1만7010원까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한국거래소의 엄격한 상장심사를 거치는 주식과 달리, 코인은 민간거래소들이 자체 심사를 한다. 코인 프로젝트(사업)의 사업성, 재단의 재무 투명성 등을 확인한 뒤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데, 검증 단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식처럼 공신력 있는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수요 예측 등을 거쳐 적정 상장 기준 가격 범위를 산출하는 과정도 없다. 다른 거래소에서 이미 매매가 이뤄지는 코인의 경우 상장 직전일 다른 거래소의 종가를 상장 기준가로 삼는다. 첫 상장이라면 대부분 재단이 책정한 가격으로 상장된다.
무엇보다 주식과 암호화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주식은 회사의 지분이다. 그러므로 해당 기업의 가치를 담보한다. 삼성전자 주식을 100주 보유하고 있다면 그만큼의 지분과 의결권, 배당청구권 등이 생긴다. 해당 기업의 매출이나 부채, 순이익, 미래가치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주가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도 있다. 기업이 운영을 잘하면 주가가 오르고 배당금을 통해 투자자들과 수익을 나눈다.
암호화폐의 경우 코인의 적정가격이 얼마인지 계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주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도 못한다. 코인 투자자들은 해당 코인을 발행한 회사(재단이나 개인)의 성장성보다는 코인 자체의 성장률을 본다. 희소성이 상승세의 동력이다. 비트코인 총채굴량은 2140년까지 2100만개로 고정됐다. 전체 비트코인의 25%가 비밀번호 분실, 전자지갑 오작동 등으로 영원히 사라질 수 있어 희소성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