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학습지 업체 대교 눈높이가 '임금피크제'로 직원 임금을 삭감해 사실상 정규직을 퇴출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회사 내부에서는 강영중(사진) 대교 회장의 '교학상장' 경영 철학이 '실적 만능주의'라며 정규직들이 설 자리를 잃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더팩트DB·대교 홈페이지 갈무리 |
임금피크제-특판사업부-성과향상교육 '3종'…저성과자 낙인 '쉬운 해고' 노리나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학습지 성공 신화' 강영중(69) 회장의 대교 눈높이가 '임금피크제'로 직원 임금을 깎아 사실상 정규직을 퇴출하는 방법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교 눈높이 정직원들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회사가 그동안 열심히 일한 노고를 인정하고 근로의욕을 높이기는커녕 설 자리를 갈수록 축소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직원들은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위해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조정해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가 대교에서는 '노동자 옥죄기'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강 회장 좌우명이자 교육업체 대교 성장 밑거름이 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경영철학은 '실적 만능주의'와 같고 이를 통해 직원들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배움으로 성장하는 자세를 중요시하며 성과를 못 내는 직원들에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주력 사업인 학습지 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대교가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정규직을 무리하게 퇴출하는 것 같다"며 "특히 임금피크제 등 각종 프로그램을 시니어 인력과 저성과자 정리를 통한 인건비 절감 및 인력구조 변경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취재 결과 대교의 직원들은 "대교가 정규직을 내쫓고 인력을 비정규직화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직원 상당수는 회사가 해당 제도를 사실상 정리해고, 임금 삭감의 대체수단으로 악용한다고 응답했다.
앞선 보도(강영중 회장의 '무늬만 눈높이'···대교 교사들 무리한 영업 압박 알고도 '뒷짐')에서 알려진 영업 압박은 위탁 계약직 신분인 학습지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학습지 교사들은 대교가 오직 실적만을 우선시하며 허위 입회, 탈퇴 지연(홀딩), 회비 자동 충당제 등 '부정 업무'가 만연한 교육현장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취재 결과 정규직 직원들도 회사 측의 '영업 만능주의' 예외 대상이 아니며 이에 따른 내부 갈등 심화 등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 대교 '퇴출 3종 세트' 역효과…성과 중시 풍토에 내부 갈등 '부작용'
대교는 정규직 상대로 임금피크제‧특판사업부‧성과향상 교육(구 아카데미 교육)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세 가지 프로그램 대상 상당수가 머지않아 퇴사하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직원들은 이를 회사가 정규직을 내보내기 위해 활용하는 '퇴출 3종 세트'라고 지목하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퇴출 3종 세트'는 박근혜 정부 때 쉬운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양대 지침(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을 악용한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직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양대 지침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는데 회사가 여전히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진광 대교 노조위원장은 "임금피크제는 사측의 정규직 퇴출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특판사업부와 성과향상 교육도 사실상 정규직을 내보내는 수단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특판사업부‧성과향상교육(구 아카데미 교육)이 사실상 정규직을 퇴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과 함께 대교의 성과 중시 풍토로 내부 갈등도 심각하다. 직원들은 회사의 지나친 성과 우선주의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
이에 대해 대교 관계자는 "어느 회사든 본인이 실적을 못 내는데 남고 싶으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며 "특판사업부와 성과향상 교육은 각각의 역할이 있다. 특판사업부는 효율적인 인력 배치를 위해 직무 전환을 하는 것이고 성과향상 교육은 저성과자가 새로운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내부 반응은 달랐다. 직원들은 해당 부서 및 교육과 업무 능력 향상 간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직원의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운영된다고 보고 있다. 2012년 신설된 특판사업부는 대교그룹 계열사 제품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판매하는 영업부서다. 이 부서는 실적이 부진하고 연차가 쌓인 직원이 대부분 배치됐으며 기존에 하던 업무와 관계없는 업무가 주어져 많은 직원들이 퇴사했다는 것이다.
성과향상 교육은 업무 실적이 낮은 직원에게 3개월 동안 출근하지 않고 온‧오프라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상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기존 업무 연관성과 거리가 있고 평가 기준이 까다로워 수료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험에서 떨어지면 대기발령 상태가 된다. 대기 발령 상태에서는 연봉이 서서히 깎이다가 6개월이면 기본연봉의 50% 밖에 못 받게 된다.
직원 A씨는 "실적 없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대상이 되는데 '저성과자'라는 낙인과 모멸감 때문에 수료 과정에서 그만두는 직원이 많다. 직무 향상과는 상관없는 교육인데 통과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강연 노무사(정의당 비상구)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어졌던 전형적인 저성과자 해고 프로그램으로 의심된다"며 "보통 대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고 싶을 때 직원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저성과자 해고 프로그램과 무늬만 임금피크제인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 삭감이란 '투 트랙' 전략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저성과자 해고 프로그램은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까다로운 경영상 해고(정리해고) 요건을 충족하거나 위로금을 제공해야 하는 명예퇴직보다 해당 프로그램을 가동해 직원에게 모멸감, 고립감을 줘서 반(半)자발적으로 퇴사하게 할 수 있어 기업이 선호하는 해고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저성과자 해고 프로그램이 상시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 유연화 전략에 가깝다며 직무능력 향상 목적보다는 해고 수단의 우회로로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대교는 현재 취업규칙(3차)에서 만 60세 정년을 적용하고 만 55세(관리자), 만 52세(실무자)에 도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여기에 일정한 기간에 승진하지 못한 경우 승진 기회가 제한돼 자동적으로 퇴직하는 제도인 직급정년제를 통해 사실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차 취업규칙에서는 직급정년에 의한 임금피크제가 'Merit Pay System(MPS‧성과급 또는 실적급제)'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급제는 외국계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급여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가 객관적인 성과 평가 지표가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면 장점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대교는 여느 교육업체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인사체계를 가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상급자 주관에 크게 좌우되는 평가의 객관성 결여 문제를 비롯해 직원 간 경쟁 심화, 연봉 격차로 인한 위화감 조성으로 협업 체제가 파괴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직원의 연봉이 삭감되면서 기존 직원과 신입사원 간 '임금 역전현상'에 따른 내부 갈등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또한, 대교의 '퇴출 3종 세트'로 정규직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영업 실적이 높은 위탁 계약직 눈높이 교사들이 메우고 있어 직원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눈높이 교사에서 높은 실적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잡은 관리직 직원들이 현재는 기존 정규직보다 더 많아졌으며 특히 이들의 실적 압박이 심각해 갈등이 빚어진다는 전언이다.
◆ 임금피크제, 삭감 폭 타사보다 높아 '반 토막'…정규직 내쫓는 수단 변질
임금피크제도 대교에서는 정규직을 내보내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팩트>가 입수한 대교 취업규칙(아래 표 첨부)에 따르면 현재 보직이 없는 실무자는 만 52세부터 순차적으로 1년 단위로 임금이 삭감되는데 삭감 폭이 상당하다. 1년 차 30%, 2년 차 40%, 3년 차가 되면 무려 급여의 50%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 원이면 3년 후부터는 2500만 원에 고정돼 급여가 반 토막 나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대교가 임금피크제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실적이 부진한 정규직을 퇴출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되면 3년 후부터 임금이 최대 50%가 삭감된다. 표는 대교그룹이 지난 2015년 8월 26일 개정 발표한 3차 취업규칙 신·구조문 대조표로 왼쪽이 개정 전, 오른쪽이 개정 후다. /독자 제공 |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라고 밝힌 B씨는 "해당 제도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삭감 폭이 지나치게 높아 20년 이상 다닌 직원들이 신입사원보다 급여가 적고 최저임금보다 낮아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이 정도면 생계 유지가 곤란해진다. 나이 들고 실적 못 내는 사람을 '저성과자'로 낙인찍어 회사를 떠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는 2009년 취업규칙을 바꿔 임금피크제(직급정년 도달자 임금삭감제도)를 도입했다. 1차 임금피크제는 직급별 정년(최하 44살)을 정한 뒤 직급정년에 도달한 직원 임금을 순차로 80%에서 60%까지 삭감하는 내용이다. 이후 2011년 개정한 취업규칙에서는 순차로 70%에서 50%까지 삭감률을 확대한 2차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대교 인사·성과위원회는 지난 2012년 10월 "해당 제도는 나이에 따른 퇴출프로그램"이라며 "급여를 원복(원상 복구)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업규칙 변경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 기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대교가 적법한 동의 절차를 위반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눈높이대교노동조합은 사측의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 근로자의 적법한 동의 절차가 없었다는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했다. 이들 노조는 또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변경 무효 소송'을 내 지난해 5월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이 판결로 대교의 1·2차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가 됐다. 그러나 이때 대교는 1심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오기 이틀 전인 2015년 8월 26일 취업규칙(3차·표)을 개정한다.
직원들은 1‧2차 취업규칙 변경 무효 판결에 대비한 사측의 '꼼수'라는 반응이다. 기존 직급정년제를 통해 승진을 못 하면 40대 초반이어도 임금피크제 대상이 됐던 것이 조금 완화됐을 뿐 3차 취업규칙에서 사실상 크게 변경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C씨는 "3차 취업규칙도 대법원에서 이미 무효 판단을 받은 1,2차와 똑같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직원 동의를 얻어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당시 문제된 과도한 삭감률을 아직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교 측은 과반 동의만 내세울 뿐 3차 취업규칙 동의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대교 관계자는 "1~3차 취업규칙 모두 기존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개정했고 3차 역시 직원 95.9% 동의를 얻었다"면서도 해당 설명이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내용과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동의 절차에 대한 취재진의 근거 자료 요구에 "노조 측에 확인해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앞서 재판부는 취업규칙 변경 무효 소송에서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설명과 토론 시간의 부족', '관리자들에 의한 유‧무형의 동의 강요' 등을 인정하고 직원들 손을 들어줬다. 회사가 회의 방식 등 노동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을 통해 개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절차상 하자 등을 이유로 무효로 판단한 것이다.
당시 대교는 1‧2차 임금피크제 때 동의 대상 근로자 3331명에게 각각 84.4%와 91.4%의 찬성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사가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최소단위(교육국) 근로자들의 의견을 취합했으므로 전체의 집단적 의사 확인을 위한 의미 있는 단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강연 노무사는 "보통 기업이 임금피크제라는 그럴듯한 제도를 통해 일종의 구조조정 효과를 노린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교의 임금피크제 방식이 임금 수준을 낮추고 결국 정규직을 퇴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 노무사는 "임금 삭감 폭이 2~3년 이내에 최대 50%에 이르는 것은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임금만으로 살아가는 노동자에게 2~3년 내 예측 가능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는 당연히 현장 노동자들이 반발할 내용이므로 이 같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동의 절차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