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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중 회장의 '무늬만 눈높이'…대교 교사들 무리한 영업 압박 알고도 '뒷짐'
입력: 2018.04.26 05:53 / 수정: 2018.04.26 07:14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교육업체 대교가 눈높이 교사들에게 과도한 영업 압박을 가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지점 관리직과 개인 사업자 신분인 교사 간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어 문제 해결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오른쪽은 강영중(69) 대교그룹 회장. /더팩트DB·대교 홈페이지 갈무리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교육업체 대교가 눈높이 교사들에게 과도한 영업 압박을 가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지점 관리직과 개인 사업자 신분인 교사 간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어 문제 해결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오른쪽은 강영중(69) 대교그룹 회장. /더팩트DB·대교 홈페이지 갈무리

대교, 탈퇴 지연 등 고질적 병폐 그대로 남아…교사들 "시스템 개선 요구" 한 목소리

[더팩트ㅣ안옥희 기자] '강영중(69·사진) 대교 회장은 '눈높이 교육' 성공 신화 밑바탕이 교사라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눈높이 교사 김 모 씨)

대형 학습지업체 대교 눈높이가 교사들에게 무리한 매출 압박을 가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대교 눈높이가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해 오늘날 회사를 국내 2위 교육서비스 상장사로 일군 눈높이 교사들 처우 개선은 '나몰라라'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교사가 돈을 내고 회사에 다니는 시스템"이라며 "결국 교사가 돈을 벌어 강영중 대교 회장 배만 불리는 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사들에 따르면 대교에서는 허위 입회, 탈퇴 지연(홀딩), 회비 자동 충당제 등 고질적인 병폐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학습지 업체들이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눈높이 교사들에게 '가짜 회원'을 만들게 해 탈퇴한 회원 회비를 떠넘기는 '부정 업무'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더팩트> 취재 결과 대교 측도 현장에서 눈높이 교사들이 겪는 부정 업무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소극적으로 대처해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대교 측은 회사의 영업(실적) 강요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교 관계자는 "관련 건에 대한 단속과 교육, 감사를 진행하고 부정 사례가 적발되면 내부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정 업무는 지점 관리직과 개인 사업자 신분인 교사 사이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교사들은 회사의 자정 노력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부분 사후 조치에 그칠 뿐 근본 원인인 시스템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등 사전예방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대교에서는 수년 전부터 과도한 부정 업무 지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하위직 눈높이 교사들을 관리하는 관리직 교사들이 일정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눈높이 교사들에게 무리하게 영업을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얘기다.

눈높이 교사들은 관리직들이 회원 탈퇴가 발생하면 곧바로 반영해주지 않고 있으며 회원 수를 유지하기 위해 탈퇴한 회원 수업비를 교사에게 부담하게 하도록 가짜 계약을 강요하는 일이 흔하다고 주장한다.

대교 측은 영업 강요 등 부정 업무에 대한 교사 불만 사항에 대해 내부 징계를 비롯해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들은 대부분 사후 조치에 그칠 뿐 사전예방 조치가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팩트DB
대교 측은 영업 강요 등 '부정 업무'에 대한 교사 불만 사항에 대해 내부 징계를 비롯해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사들은 대부분 사후 조치에 그칠 뿐 사전예방 조치가 미흡하다고 입을 모은다. /더팩트DB

예를 들면 관리직이 월별 일정 탈퇴 비율을 정해놓고 교사들에게 '이달에는 5.5%만 탈퇴 처리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미루라'고 지시하는 방식이다. 회원이 개인 사정 등으로 탈퇴를 신청하면 바로 처리가 돼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교사의 관리 책임을 이유로 들며 교사에게 일정 부분을 자비로 메우도록 압박한다. 이 과정에서 탈퇴로 빠져나간 회원 수만큼 가짜 회원을 만들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짜 회원이 늘어나 자기 돈으로 회비를 메우고 있던 교사들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난 2013년에는 대교 울산 중부의 교육팀장과 아산지점장 등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과도한 실적 압박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지역에서 눈높이 교사를 하는 김 모 씨는 "과거 학습지에서 자살하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교사들이 궁지에 몰리면 또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회원 탈퇴를 제때 안해주다보니 자비로 충당하다가 빚이 너무 쌓여서 퇴사하고 싶어도 못한다. 다른 지점에서는 교사가 자기 돈으로 회비를 충당하다가 1000만 원이 넘어 팀장이 보증까지 서며 사채를 쓰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목표(영업) 비율만 낮춰도 좋겠다"고 토로했다.

관리직과 눈높이 교사들은 회원 유치 실적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증감해 회원 수 유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눈높이 교사들이 관리직들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이유는 위탁 계약직 신분이라 이들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 박 모 씨는 "회사와 1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맺는데 이 과정에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실적이 부진한 교사들은 재계약이 안되거나 불이익을 당한다"고 말했다.

탈퇴 처리가 바로 되지 않는 시스템에서 학습지 주요 고객층인 초등학생 학부모들도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주부 이 모 씨는 "눈높이 학습지를 하다가 끊고 싶어 선생님에게 얘기했더니 지금 끊으면 본인이 한 달 치 회비를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고 얘기해 결국 한 달 지나 해지했다"며 "회원이 원할 때 바로 탈퇴 처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근본적인 영업 시스템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정연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대교지부장은 "탈퇴 홀딩 등 현재 회사 시스템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며 "영업을 더 하면 마치 돈을 더 벌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지부장은 "회사가 수수료 제도 등 급여체계 관련한 부분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협의를 거치고 눈높이 교사들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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