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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직격] '선글라스'담철곤 오리온 회장, '황제 배당'에 묵묵부답
입력: 2016.05.20 10:22 / 수정: 2016.05.20 13:47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맨오른쪽)은 18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위치한 오리온그룹 본사에서 업무용 차량인 마이바흐를 타기 직전 논란이 되고 있는 과다배당에 대한 더팩트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용산 문배동=문병희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맨오른쪽)은 18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위치한 오리온그룹 본사에서 업무용 차량인 마이바흐를 타기 직전 논란이 되고 있는 과다배당에 대한 '더팩트'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용산 문배동=문병희 기자

[더팩트ㅣ용산 문배동=장병문 기자] "매년 도마에 오르는 고배당 논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초코파이'로 유명한 제과업체 오리온은 해마다 지나치게 높은 배당으로 지적을 받은 회사다. 업계에서는 오리온의 배당성향을 '과다배당', '황제배당' 등이라는 말로 압축하고 있다. 오리온은 최근 3년간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당기순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오너 일가용 배당'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총 배당금의 3분의 1정도가 담철곤 회장등 오리온 오너 일가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더팩트> 취재진은 담철곤 회장에게 직접 오리온의 배당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 용산구 문배동에 위치한 그룹 본사를 찾았다. 담철곤 회장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회사 정문에서 직격 인터뷰를 시도했다. 하지만 담철곤 회장은 비서실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업무용 차량인 마이바흐에 몸을 싣고 자리를 떠났다.

◆ 당기순이익 두 배 넘는 배당규모

오리온은 3년째 '황제 배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특히 올해(2015년 회기)는 이익잉여금까지 털어 주주배당을 챙겨줘 재무건전성에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리온은 201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6000원의 배당을 승인했다. 주당 순이익이 2921원임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 배당금 규모는 315억 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154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동안 모았던 잉여금으로 배당금을 채워야 했다.

오리온의 국내 매출액은 지난 2012년 8207억 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0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국내 제과시장 규모가 줄고 있는 것이 매출하락의 큰 요인이다. 특히 수입제과 브랜드와 자체 브랜드(PB) 제품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경쟁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오리온 배당 규모 315억 원의 3분의 1 정도가 담철곤 회장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 자녀인 담경선 씨, 담서원 씨 등 오너 일가에 돌아갔다. 최대 주주인 이화경 부회장(86만5204주)은 51억9000여만 원, 이 부회장의 남편인 2대 주주 담철곤 회장(77만626주)은 46억2000여만 원을 각각 챙겼다. 담철곤 회장 부부 자녀들의 배당금 3억8000만 원을 모두 더하면 오너 일가 현금 배당금만 100억 원이 넘는다.

배당금이 오너 일가에 쏠리는 현상을 우려해 지난달 5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배당금이 너무 많다'며 지분을 소유한 기관들에게 올해 주총에서 배당안 승인 반대를 권고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오리온의 재무구조와 주주구성, 음식료 업계의 배당성향 등을 고려했을 때 배당 규모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오리온은 이에 대해 "지난해 당기순이익 154억 원 외에도 주식평가차손익 391억 원을 가지고 있었다"며 "500억 원을 훨씬 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오리온의 배당 규모는 두 배로 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4년도 주식 현금 배당금을 이전 회계연도 1주당 3000원에서 주당 6000원으로 두 배 올렸다. 이에 따라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98여억 원을 챙겼다.

◆ "배당 확대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것"

<더팩트> 취재진은 담철곤 회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기 위해 17일 오리온 본사를 찾았지만 담 회장을 만날 수 없었다. 이날 본사 정문에는 담철곤 회장의 업무차량 마이바흐는 보이지 않았고 부인 이화경 부회장의 업무차량 롤스로이스만 주차되어 있었다.

다음 날인 18일 담철곤 회장의 모습을 회사에서 볼 수 있었다. 한여름 같은 뜨거운 햇살 때문인지 담철곤 회장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로비를 나섰다. 직격 인터뷰를 시도하기 위해 다가가 "매년 도마에 오르는 배당 문제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라고 질문을 던졌다. 직격 질문에 담철곤 회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측근들은 그를 서둘러 업무용 차량에 탑승시켰다.

취재진의 질문은 담철곤 회장의 입이 아닌 오리온 관계자를 통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 오리온 측은 배당은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데 계속해서 입방아에 오르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배당 규모 확대는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이며 주주들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특정 대주주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음식료 업계의 시가 배당률은 1.3%인 것에 비해 오리온은 0.05%로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배당 확대는 정부 시책에도 부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배당이 더 많이 가계로 흘러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이 소액주주 대신 주요기업 총수 일가에 집중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는 당기 순이익보다 두 배 이상의 배당금을 책정하고 심지어 이익잉여금까지 배당재원으로 활용해 그 3분의1을 오너일가가 수령했다는 점이 주식시장안팎에서는 비판의 소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지난 2013년 각각 53억9100만 원, 43억79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두 사람은 그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연봉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지난 2013년 각각 53억9100만 원, 43억79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두 사람은 그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연봉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연봉은?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재산 축적은 두 배로 뛴 배당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십억 대의 고액 연봉도 한몫한다.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지난 2013년 각각 53억9100만 원, 43억79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당시 담철곤 회장은 유통·식품 업계에서 '연봉킹' 자리에 올랐다. 올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리온 직원 총 1932명의 평균 연봉은 4400만 원이다.

금융위원회가 2014년부터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는 등기이사의 보수내역을 공개하기로 하자 두 사람은 발 빠르게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미등기이사의 연봉은 공개 대상이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수십억 원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연봉은 60% 이상 삭감됐다"고 밝혔다.

◆ 담철곤 회장은 누구?

담철곤 회장은 1955년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1980년 동양그룹 창업주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화경 부회장과 결혼했다. 결혼 후 장인회사인 동양그룹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

1981년 동양제과로 자리를 옮긴 담철곤 회장은 입사 4년 만에 상무에 올랐으며, 1989년 사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위 경영시대'를 열었다. 2001년 동양제과를 동양그룹과 분리하면서 오리온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 같은 해 8월 오리온그룹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담철곤 회장은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중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3년 오리온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고 1997년 베이징에 공장을 지었다. 중국시장의 성장으로 오리온의 해외매출은 꾸준히 상승했고 2009년 해외매출이 국내매출을 앞섰다.

승승장구하던 담철곤 회장에게 2010년부터 잡음이 터져 나왔다. 당시 오리온은 CJ그룹에 온미디어를 팔았는데 담철곤 회장이 온미디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 결론이 났다.

담철곤 회장은 2011년 5월 미술품 구입 등을 통한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났다.

jangbm@tf.co.kr

◆관련기사
[TF직격] 오리온 담철곤·이화경 부부 업무용 차량, 가격만 '14억'
http://news.tf.co.kr/read/economy/163868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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