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대석] 양해영 KBO총장 "2020년 1000만 관중 돌파"<3>
입력: 2016.01.30 05:00 / 수정: 2016.01.29 22:08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더팩트> 편집국장과 대담에서 2020년이 되면 1000만 관중 돌파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도곡동 =문병희 기자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더팩트> 편집국장과 대담에서 2020년이 되면 1000만 관중 돌파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도곡동 =문병희 기자

1979년 7월 차범근의 독일 분데스리가 본격 진출은 한국 축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세계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당시 세계 최고 리그에 진출한 '역사적 사건'은 한국 팬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기에 충분했다. 파독 간호원과 광부들이 주축이 된 독일 교포들에게도 큰 희망을 줬다. 차범근의 유럽 진출을 계기로 독일 축구가 TV를 통해 안방에 중계되기 시작했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씩 주요 경기를 중계하는 형식이었지만 차범근이 뛰는 장면을 보기 위한 팬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렀던 축구에 대한 정보와 지식도 확장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풍도 있었으니 수준 높은 경기력과 경기장 인프라를 보면서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국내 축구의 열악한 수준을 지적하는 팬들도 늘어간 것이다.

2016년 국내 프로야구 흥행의 변수 가운데 하나로 메이저리그가 꼽힌다. 추신수(신시내티) 류현진(LA)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오승환()까지 MLB에 합류하면서 국내 팬들의 관심 구단이 대폭 늘어났다. 마치 1970~1980년대 한국축구가 '안방 유럽축구'에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국내 10개 팀들은 한국 선수들이 속한 메이저리그 6개팀과도 '팬 쟁탈전'에 나서야할 판이다. 물론 시간대가 다르고 안방과 경기장이란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메이저리그 환경에 적응된 국내 팬들의 눈높이를 국내 KBO리그가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는 올 흥행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좋은 일 아닌가요? 한국 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할 만큼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올해로 4년째 임기를 맞는 양해영(55) KBO 사무총장은 의외로 국내 스타 선수들의 해외진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다. 해외파들이 좋은 성적으로 각광을 받으면 그만큼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야구 선수를 지망하는 꿈나무들이 많아져 결국에는 한국 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는 '선순환' 논리다. 하지만 2016년 프로야구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고척스카이돔 경기라는 호재도 있지만 국내 스타선수들의 해외진출로 인한 공백, 선수들의 계속된 일탈행위란 악재와 싸워야 한다. 양해영 총장은 나름의 해법을 이미 준비해 놓고 있는 듯했다.

2009년 2월 첫 삽을 뜬 지 7년 만인 지난 9월 완공된 고척돔은 사업비 총 1948억원을 들여 건설한 한국 최초의 돔 구장으로 올해 처음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게 된다./이새롬 기자
2009년 2월 첫 삽을 뜬 지 7년 만인 지난 9월 완공된 고척돔은 사업비 총 1948억원을 들여 건설한 한국 최초의 돔 구장으로 올해 처음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게 된다./이새롬 기자

◆ 2016년 프로야구 전망

-1년에 야구장에서 '직관(직접 관전)'은 얼마나 하나.

실제로 야구장에 가서 보는 경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몇 경기 못 본다. 다른 일로 바쁜 것도 있고, 또 경기장에 가더라도 마땅히 앉아서 볼 데도 없다. 심판실에 가기도 그렇고, 양쪽 구단 관계자들이 있는 곳에서 보기에도 눈치가 보인다. 편하게 야구를 즐기지 못한다. 주로 여러 장소로 이동하면서 서서 본다. 보더라도 경기보다는 혹시 문제가 없나를 살피게 된다. 경기에 집중할 수 없다. 야구를 많이 볼 수 있는 환경 같지만 내가 진짜 야구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경우는 국제 경기를 할 때다. 그 때는 우리 팀을 응원하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으니까.

-KBO리그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마땅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경기장에 자주 가야할 텐데, 상당히 의외다. 고척스카이돔이나 대구 신축 구장 등 경기장을 새로 설계할 때 야구인들이 참여하면서 자문을 하는가.

한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 공간을 내달라고 할 순 없다. 안그래도 야구장이 크지 않으니 우리(야구 행정 관계자) 공간까지 만들순 없다. 야구 경기 취재를 원하는 기자들의 취재석도 비좁아 어려움이 많다.

-고척스카이돔은 벌써부터 문제가 많다고 한다.

비난하려다 보니 문제점이 많아 보이는 것 같다. 분명 문제가 있긴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태생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동대문 구장을 허물고 어쩔 수 없이 서울 시내에 대체 구장을 지어야 했다. 서울 시내에서 공터를 찾기 힘들었다. 당시에는 아마추어 경기용을 전제로 했다. 고척돔 주변에 고등학교 초등학교가 있어 민원 예상돼 소음이 없는 하프돔을 짓자고 했다. 서울시와 대한야구협회가 조율을 했다.

그런데 대표팀이 2009년 WBC에서 준우승하고 어느날 갑자기 돔으로 바꾸자고 했다. (아마추어 구장이었기 때문에) 우리(KBO)와 큰 상관은 없었다. 서울시와 대한야구협회 쪽에서 돔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KBO에서 동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야 시의회에서 예산도 나온다고 했다. 우리는 동의만 해줬다.

운영비를 걱정했는데. 당시 서울시에서 친환경적으로 에너지 절감, 태양광으로 운영을 하면 하프돔과 돔 경기장 운영비 차이가 별로 없다고 했다. 우리는 구장을 쓸 당사자가 아니니 더 이상 캐묻진 않았다. 그래서 사인해줬다. 막상 보니 그렇지 않았다.

양해영(왼쪽) KBO 사무총장이 <더팩트> 편집국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도곡동=문병희 기자
양해영(왼쪽) KBO 사무총장이 <더팩트> 편집국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도곡동=문병희 기자

-야구장 광고가 너무 지저분하다. 좀 정리가 안 되나? 메이저리그나 일본 경기장과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해외 경기를 더 자주 접하다 보면 이런 부분에서 국내의 열악한 환경이 더 부각된다.

목동구장이 큰 문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넥센 구단의 태생적 여건(모기업이 없는 구단) 때문이었다. 고척돔에 가면 바뀔 것이다. 정리가 될 것이다. 작년까지 목동, 대구, 대전이 난잡한 광고로 문제가 있었다. 이제 대구도 신축구장으로 이전하면서 광고권이 구단으로 이전됐다. 이전에는 다른 광고 업자가 광고권을 가지고 있어 수익을 내려고 지저분하게 광고가 들어갔다. 이제 대전말고는 깨끗하게 정리될 것이다.

-해외 진출 선수가 늘었다. 스타 공백으로 인한 흥행 차질은 정말 없겠나?

스타의 해외 진출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우리 프로야구에 대한 위상이 올라간 것은 긍정적이지만 당장의 선수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타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나올 정도로 우리 리그가 이제 성숙해졌고 자생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확실히 예단할 수 없지만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저력을 믿는다.

-지난해 비디오 판독 도입이 심판에 대한 불신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볼 판정에 대해서도 비디오 판독을 할 생각은 없나?

심판합의판정 제도를 먼저 실시하고 이후에 메이저리그를 따라 비디오판독제도를 도입했는데 불필요한 경기력 낭비 요소가 상당 부분 줄었다. 작년에는 방송사 중계화면으로 판독을 했는데 올해부터는 경기장마다 설치한 자체 카메라를 통해 판독을 하게 된다. 좀 더 정확한 판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라이크 볼 판정까지 비디오 판독을 할 계획은 없다. 국제대회에 나가 보면 우리 심판의 자질의 최상위다. 문제는 심판마다 조금씩 다른 스트라이크존인데, 통일성을 갖도록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 심판 수준이 높다고 했는데,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있는 게 현실 아닌가.

메이저리그나 일본 심판 가운데 우리가 떨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수치로도 나온다. 스트라이크존 적중률을 보면 절대 낮지 않다. 메이저리그도 오심이 많다. 오죽하면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겠나. 단지 우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팀이다 보니 예민하게 경기를 보지 않고 열을 내지 않을 뿐이다. 메이저리그 사람들도 우리 심판 경기를 보면 잘 본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와 직접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실수해도 열을 낸다.

사람인 이상 모든 것을 100% 완전하게 할 순 없다. 결국은 세상이 바뀌면 따라가야 한다. 메이저리그가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을 때 1년을 더 두고 보려고 했는데 2014년에 심판 판정에 대한 말이 많았다. 그래서 지난해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그만큼 빨리 따라갔다. 일본은 아직도 안 하고 있다.

심판합의판정제도를 도입할 때 비디오 판독도 함께 준비했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실행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팬들의 욕구가 정말 강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뭐 하나가 나오면 빨리빨리 따라가야 충족을 느낀다. 그래서 힘들다.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와 한국을 비교하면 시장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팬들은 비슷하게 해주길 원한다. 그래서 힘들다.

-그럼, 2016년 KBO 역점 사업은 뭔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지난해에는 팬들을 대상으로 한 '세이프(SAFE) 캠페인'을 펼쳐 쾌적한 관람문화 정착에 힘을 쏟았다. 경기장 시설은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하드웨어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갖춰나가는 게 필요하다. 올해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등 야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클린베이브볼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리그 문화를 위해 도박과 도핑, 부정행위등을 할 수 없도록 야구계 모두 노력할 것이다. 사실 이 캠페인은 작년 실시를 생각했던 부분인데, 세이프 캠페인에 밀려 1년 늦춰졌다. 그런데 지난해에 도박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나와 안타까웠다.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인천국제공항=이새롬 기자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김현수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인천국제공항=이새롬 기자

◆프로야구 흑자시대. 2020년이면 가능?

-삼성 라이온즈의 대주주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꼈다. 언론에서는 프로야구가 재벌의 '펫 비즈니스' 대상에서 산업화로 가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흑자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프로야구는 모자란 부분을 모기업에서 얻어 썼다. 모기업인 그룹은 홍보효과를 기대하며 야구단을 지원하고 운영했다. 엄밀히 말하면 정상적인 프로스포츠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구단 역시 이익을 내야 되겠다는 마인드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도 운영주체가 바뀌면서 경영 방침이 달라질 것 같다. 결국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해야하는 시대다.

롤 모델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미식축구(NFL)다. 무엇보다 흑자시대를 열기 위해선 프로야구 전체의 상품성을 높이는 통합 마케팅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빅마켓 구단이 꺼려 한다. 나 혼자 하면 다른 데보다 더 벌 수 있고, 내가 번 것을 나눠줘야하니까 꺼린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다.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구단마다 프랜차이즈 시장규모가 다르니, 적자생존해야 하는 구단들의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겠다.

프로 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면서 또한 사회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10개 팀에서 1팀이 9팀을 밟고 맨날 우승하면 정작 리그는 성장하지 못한다. 전력평준화가 돼서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야 함깨 성장한다. 수익배분도 그렇다. 한 구단이 돈을 못 벌면 다른 구단과 전력 차이가 나고 인기도 떨어진다.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홈과 원정을 왔다갔다 하는 리그 방식에선 분명히 영향을 준다. 수익의 일정 부분을 공유해야한다.

우리도 통합 마케팅을 하면 일정 부분은 매출과 연동해서 일정 비율로 구단에 나눠줄 것이다. 통합 마케팅이 시행되면 일단은 단가를 낮출수 있고, 재고 관리가 가능해지고, 여러 디자인도 좋아진다. 전체 프로야구 파이를 키울 수 있다.

-경기 입장권 수익을 홈 원정이 나눠 갖나? 홈팀이 다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흑자구단 탄생이 빨라질 텐데.

입장권 수익을 나눠갖는 것은 한국적 특성이다. 처음 프랜차이즈를 설정할 때 연고 중심으로 구단을 정하다 보니 시장 규모의 차이를 안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인구 천만의 서울과 지방 구단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처음에 50-50으로 수익배분을 한 것이 이제는 72(홈)-28(원정)로까지 많이 바뀌어왔다. 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구단이 경기장 광고권을 가질 수 있게 됨으로써 수익모델 기반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시즌 1000만 관중이 되면 흑자구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작년 시즌 총관중이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762만 2484명이었으니 산술적으로 240만 명 정도만 더 들어오면 1000만 관중을 기록하게 된다. 언제쯤 1000만 관중을 기록하게 될까?

한 시즌 페넌트레이스 총 720경기를 기준으로 경기당 평균 1만 3900명 정도라면 1000만 관중을 기록하게 된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 야구장 환경이 개선돼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평일 매 경기 1만4000명을 채우려며 야구가 생활의 일부가 될 정도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2020년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관중이 늘면 당연히 여러가지 사업에 경쟁력이 생겨 파이가 커지게 되고 흑자 달성도 현실이 될 것이다.

-경기장 티켓의 평균 단가는 어떻게 되나? 1982년 처음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는 영화 개봉관 입장권 가격에 맞췄는데.

지난해 평균 단가는 11000원 정도 했다. 영화티켓 가격과 비교해 조금 높아졌다. 야구를 즐기는 서민을 위해 일반 입장료를 크게 올릴 수는 없다. 소수의 고급 좌석(스카이 박스, 테이블 석 등)을 만들면서 단가가 조금 올라갔다.

여러 위기는 있지만 국내 프로야구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니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1991년부터 8개 구단, 지난해부터 10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33년 동안 다사다난한 일을 겪으면서도 국내 최고 스포츠로, 메이저리그 선수를 영입할 정도로 성장한 KBO 리그 이면에는 어떤 얘기들이 쌓여 있을까. <4>편에서는 양해영 총장의 2년 외도에 얽힌 사연과 야구 행정가로서의 포부 등이 다뤄진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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