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내주고 평화를 얻으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맞서 자체적인 종전 조건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현재 점령당하지 않은 영토의 사수와 미래 안보에 대한 법적 보장이 핵심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 측이 제시한 28개항의 평화 계획에 대항해 20개항으로 구성된 역제안을 워싱턴에 보냈다.
앞서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특사는 지난 10월 말 플로리다 마러라고 회동을 거쳐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에 초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럼프 측의 구상이 사실상 "러시아의 침략에 보상을 주고 우크라이나에 굴욕을 안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 정부는 트럼프의 제안 중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독소조항들을 모두 삭제한 뒤 수정안을 마련했다.
가장 큰 쟁점은 영토와 나토(NATO) 가입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수정안을 통해 현재 자국 군이 통제 중인 동부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야 한다는 트럼프 측 요구를 거부하고, 해당 영토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한 나토의 '문호 개방'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나토 가입 권리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 사항도 삭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단순한 말뿐인 약속이 아닌 실효성 있는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처럼 허술한 합의는 안 된다"며, 향후 러시아의 재침공 시 미국과 유럽이 군사 지원에 나선다는 내용을 미 의회가 비준해 법적 구속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팽팽하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영토 내 돈바스 지역에 양측 군대가 모두 없는 '자유경제구역'을 설치하자고 제안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완전한 철수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영토 양보 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민 대다수는 평화를 위한 영토 포기에 반대하고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제안은 러시아가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트럼프 역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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