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호주 검찰이 지난해 2월 시드니에서 제자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태권도 사범 유모(51) 씨에게 뉴사우스웨일스주 최고형인 종신형을 구형했다.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한국계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뉴사우스웨일스주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한 1심 결심 공판을 열었다. 호주 법 체계상 살인 사건과 같은 강력 범죄의 1심은 주 대법원이 담당한다.
이날 법정에서 유 씨는 평소 자신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이며, 억만장자들과 교류하는 대단한 인물이라는 망상에 빠져있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유 씨는 주변인에게 자신이 호주 최고의 부호인 지나 라인하트와 직접 만나는 사이이며, 시드니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고급 람보르기니 세단을 가지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부인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고자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본인을 대학교수로 칭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증언에 나선 법의학 정신과 전문의는 유 씨의 상태에 대해 "본질적으로 자신이 실제보다 더 부유하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여러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공을 거뒀다는 허황되고 자만심에 찬 일종의 망상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망상과 달리 유 씨는 실제로는 빚에 시달려 자신이 운영하던 태권도 학원의 월세도 밀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 씨가 제자인 소년의 아버지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자인 것을 보고 살인을 생각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태권도 교습이 끝난 후 학원에서 제자와 제자의 모친을 살해한 후, 모친의 BMW 세단을 운전해 제자의 집에서 부친까지 살해했다.
유 씨는 제자 부친과 몸싸움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고, 병원에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습격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음날 병원에서 유 씨를 체포했다.

그러나 유 씨는 정작 제자 가족의 재산을 어떻게 차지할 생각이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교도소 관계자에게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착했다. 그런데 지금은 살인자가 됐다"며 "부끄러움과 죄책감, 그리고 슬픔을 느낀다"고 고백했다고 전해졌다.
유 씨의 변호사 리처드 윌슨은 피고인이 제자 가족에 대한 '시기와 증오심'이 범행 동기라는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윌슨 변호사는 "(유 씨가) 그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했다는 증거는 있지만 시기와 증오심이 범행 동기가 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씨에게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 대신 최소한의 가석방 불가 기간이 포함된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형법에서 살인죄의 최대 형량은 종신형이며, 표준 형량은 성인 살해의 경우 가석방 불가 20년 형, 아동 살해는 가석방 불가 25년 형이다. 주 대법원은 다음 달 16일 유 씨의 형량을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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