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동북아시아 국가 전역으로 대립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요 일정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리창 중국 총리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러면서 "중국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하고 안정적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은 총리 취임 이후 일관됐다"며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20 회의 당시 일본 측이 접촉을 시도했지만, 중국 측이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하며 "일본은 자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가 실현되지 않아 중일 대립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은 일본 수산물 수입 거부, 여행 자제령, 영화 보이콧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밝혔다. 현재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이 상당히 높게 유지되고 있어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이 21일∼23일 전국 1054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설문 조사 결과, 다카이치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72%로, 10월 조사치(71%)와 비슷했다.

이 같은 양국의 대치 상황은 점차 주변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당사국인 대만은 적극적으로 일본 편에 서고 있다. 지난 21일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는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에 부과했던 제재를 전면 해제했고, 전날인 2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일본산 해산물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올렸다.
반면, 홍콩은 중국 본토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홍콩 당국은 다음 달 초반 예정됐던 미우라 준 일본 총영사와 홍콩 정부 경제 정책 담당 고위 관료 간 회의를 취소해달라고 일본 측에 요청했다.
이에 앞서 홍콩 정부 산하 투자유치 기관인 인베스트HK는 일본과 홍콩 기업 교류를 위해 지난 18일 개최하려 했던 행사를 사실상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2012년) 당시 '일국양제' 체제의 홍콩 당국은 관계를 단절하는 의미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홍콩이 중국 본토와 통합되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북한도 중국에 합세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러시아는 대만을 비롯한 주권·영토 문제에서 중국을 계속해서 확고히 지지한다"는 논평을 냈다.
같은 날 유엔총회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토론회에서 북한 대표는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넘볼 도덕적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은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21일 일본 방어에 대한 약속은 흔들림이 없고 대만해협의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미국의 반응에 대해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데 (대만 문제는) 반응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간신히 봉합한 상황에서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 부처인 국무부 차원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고, 대통령인 자신은 한발 물러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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