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이 시작된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측근들의 '에너지 스캔들'이 불거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전쟁 종식 방안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과 동등하게 논의해 왔으며, 모두에게 이로운 계획이 될 것이라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은 지난 한 달간 조용히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이고 견고한 평화를 위해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을지 파악하려 양측과 동등하게 대화해왔다"며 "이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 관해서도 작동했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안 마련을 위해 러시아와 비밀리에 협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종전안 초안은 우크라이나 평화, 안보 보장, 유럽 안보, 향후 미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 등 4개 부문 28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레빗 대변인은 "양쪽과 대화했으며, 이러한 대화는 계속되고 있다. 논의가 진행 중이고 유동적이므로 세부 사항에 대해선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계획을 지지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에 좋은 계획"이라며 "우리는 그것이 양쪽 모두에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날 미국 측으로부터 러시아와의 평화 구상안 초안을 전달받았으며, 내용에 대해 미국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계획안 초안을 접수했다"며 "이는 외교적 노력을 재개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댄 드리스컬 육군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측 평화 구상안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중요한 기본 원칙들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며 "오늘 회의에서 전쟁을 품위 있게 종결할 수 있도록 계획안의 각 조항을 함께 검토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드리스컬 장관과 회동에서 진정한 평화 달성 방안, 작업 단계와 대화 형식, 외교적 추진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측은 전쟁 종식을 위한 계획의 세부 사항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날 계획안 초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미국 측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영토 일부와 무기를 포기하는 평화 합의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는 조건으로 임대료를 받는 방안도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군 규모 축소, 우크라이나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 주둔 불가 등의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20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주의 주요 도시인 쿠피안스크를 장악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요충지 포크로우스크의 70%, 하르키우주 보우찬스크의 8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서부군의 한 지휘소를 방문해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무조건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부패 스캔들에 대해서도 처음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은 더 이상 정치 지도부가 아니라 2024년 3월부터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핑계로 권력을 찬탈하고 개인의 풍요를 위해 권력을 유지해 온 범죄집단"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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