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국내외로 혼란한 상황에 부닥친 이라크에서 11일(현지시간) 총선이 치러졌다. 투표율은 55%를 기록해 2021년 직전 총선보다 증가했지만, 등록 유권자 자체는 줄었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독립고등선거위원회(IHEC)는 지난 9일 치러진 사전 투표와 이날 본투표를 합산한 결과 등록 유권자 2140만 명 가운데 약 1200만 명이 투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총선 당시 기록한 투표율 43%에 비해 약 1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이는 선거 전 정보를 등록한 유권자의 투표율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 3200만 명 중 2140만 명만이 유권자 등록증을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총선 당시는 2400만 명이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IHEC는 현지시간으로 12일 예비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고, 최종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은 중동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치러졌다. 지난 2년간 중동에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스라엘-이란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이 축출되기도 했다.
이라크 국내 정치 상황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반외세 성향의 정파 '사드르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슬람 시아파 정치인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총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앞서 사드르운동은 지난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으나 정부 구성 협상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부정선거 의혹까지 번진 상황이다. 이라크 보안 당국은 지난주 각 지방에서 불법으로 유권자 등록증을 매매한 혐의로 46명을 체포했고, 등록증 약 1841장을 압수했다.
이라크 최고사법위원회 위원장은 11일 치러진 선거는 위헌이며, 원래 투표는 24일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투표를 앞둔 11일 새벽에는 이라크 북부 도시 키르쿠크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가 총격전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이라크 보안군은 소속 병력 2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4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라크의 정치평론가 아메드 유니스는 "이번 선거 결과는 이라크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100만 명에 달하는 이라크 국내 등록 유권자들에게 이번 총선은 익숙한 정치 질서를 지지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이라크는 종교와 민족에 따라 직위를 분배한다. 총리는 이슬람 시아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수니파, 대통령은 쿠르드족이 맡는 식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총리는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와 함께 바그다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이라크의 새로운 정치 체제하에서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이라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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