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이란이 이스라엘과 휴전을 맺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60년 만의 최악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사상 최저치의 강수량으로 인해 주요 수원지의 수위가 위험할 정도로 낮아졌다. 이에 수도 테헤란은 제한 급수를 실시했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추후 주민을 대피시켜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이란은 60년 만의 가뭄이 발생해 이번 주 10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테헤란에 물을 공급하는 주요 댐의 수용량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테헤란의 주요 수원지 중 하나인 라티안댐의 현재 저수율은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이날 자정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수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테헤란의 급수를 제한했다. 테헤란에서는 이미 부분적 단수가 열흘 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 일부 주민들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단수를 겪은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제2 도시 마슈하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마슈하드 상하수도 회사의 호세인 에스마일리안 최고경영자는 "마슈하드의 네 개 급수 댐(토로흐, 카르데, 두스티, 아르다크)의 총용량 중 3%만 남아 있다"며 "두스티 댐을 제외한 나머지 세 댐은 가동이 중단됐다"고 알렸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 6일 "가뭄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테헤란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수도를 페르시아만에 더 가까운 남쪽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란 내부에선 워낙 피해가 심각한 탓에 이란으로 와야 하는 비구름을 다른 국가가 '훔쳐' 인공강우를 실시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란도 인공강우 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이오딘화은과 같은 입자를 구름에 분산시켜 강우를 촉진하는 '클라우드 시딩' 방식은 이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우가 성공하려면 구름의 수분 함량이 최소 50% 이상이어야 하지만, 이란에서 이 조건이 충족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란이 겪는 물 부족 문제가 단순히 낮은 강수량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압바스 알리 아바디 이란 에너지부 장관은 "테헤란의 물 부족은 단순히 강수량 탓만이 아니다"라며 "100년 넘은 노후 상수도 누수와 이스라엘의 담수 시설 공격도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과도한 지하수 추출로 인해 테헤란의 지반이 연간 300㎜의 속도로 침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인프라의 안정성과 안전성을 판단하는 기준보다 약 60배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함부르크 공과대학교의 수자원 및 토양 전문가인 니마 쇼크리는 NYT에 "인공지능과 고해상도 위성 기술이 이란의 수자원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으나,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 이란은 핵 개발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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