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포르투갈에서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지난 주말 열렸다.
AP·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정부의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 수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약 1060만 명인 포르투갈을 이끄는 루이스 몬테네그루 총리 정부는 앞서 지난 9월 노동법 개정안 초안을 승인한 바 있다.
포르투갈 국가생산성위원회(National Productivity Board) 보고서에 따르면, 포르투갈의 기업 생산성은 최근 몇 년간 완만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교육 수준과 같은 구조적 약점으로 유럽 연합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를 근거로 노동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주는 앞으로 근로자의 요청에 따른 증거 제시, 증인 의견 청취 없이도 정당한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기 쉬워지고, 아웃소싱(업무 외주·위탁 처리)에 대한 제한도 완화된다.
개정안에는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의 유연 근무 신청 기간 제한, 유산(流産) 휴가 단축 등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 일 최대 2시간, 연간 최대 150시간까지 추가로 일할 수 있는 "개별 시간 은행"도 허용된다.
이에 포르투갈 내 최대 노동조합 CGTP(General Confederation of the Portuguese Workers)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생활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대기업을 편애한다"고 주장했다.
CGTP 측은 약 10만 명이 운집해 리스본의 주요 도로를 점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추산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
티에구 올리비에라 CGTP 사무총장은 이번 노동법 개정안을 두고 "노동자에 대한 최대의 공격"이라며 "만약 이것이 시행된다면 우리 모두의 삶에 큰 좌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11일에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노동 패키지에 반대한다"는 포스터를 들고 2026년까지 월 최저임금을 1050 유로(약 176만40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포르투갈의 월 최저임금은 870 유로(약 146만6700원)로, 지난해 근로자의 50% 이상이 월 1000 유로(약 168만5940원) 미만의 소득을 올렸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의료기기 회사원 미리암 알베스(31) 씨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개정안에 대해 "근로 환경이 명백히 후퇴한 것이며, 일자리 안정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베스 씨는 그러면서 "나는 불안정한 직업과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또한 "권리가 줄어들어 지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많은 젊은이를 대신해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록보관 기술자로 근무하는 마달레냐 페냐(34) 씨는 정부가 지난 5월 선거 이전에는 아무 말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불공정하고, 미묘하고, 교활한 방식을 사용한다"며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포르투갈의 정계 구도가 보수 우위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18일 진행된 포르투갈 조기 총선에서 여당인 중도 우파인 '민주연합'(AD)은 230석 중 89석을 차지했다. 단독 과반 확보는 못 했지만, 가장 많은 의석을 얻은 것이다.
여기에 극우 정당 '체가'(Chega)는 지난 총선에서 8석을 추가로 얻어 58석을 확보했다. 따라서 두 당이 힘을 모으면 개정안이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를 막을 중도좌파 야당인 사회당은 체가보다 약 5만 표를 더 획득했지만, 오히려 의석은 78석에서 58석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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