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핵무기 시험 준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외무부, 국방부, 정보기관 및 관련 민간 부처에 핵무기 시험 준비 가능성에 대한 제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관련 부처가 이 문제에 대한 추가 정보를 수집하고, NSC에서 분석하고, 핵무기 시험 준비 작업 가능성에 관한 통합된 제안을 제출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보고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원래 이날 회의의 공식 의제는 교통안전 문제였다. 그러나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국가두마) 의장이 미국의 핵무기 시험 재개 계획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을 질문하면서 하원의원들이 이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주제가 바뀌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국방장관, 총참모장, 대외정보국장, 안보회의 서기, 연방보안국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추진과 시험 재개 가능성이 "군사적 위협 수준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북극권 노바야제믈랴 제도에서 즉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곳은 1990년 소련이 마지막 핵무기 시험을 한 장소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핵무기 시험 준비에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시험 준비 시작을 지시한 것이 아니며, 당분간 준비 작업이 필요한 것인지 분석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 측의 의견을 고려해 준비를 시작해야 할지를 먼저 파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NSC 부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실험'이란 말에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는 자신조차도 모를 것"이라며 "하지만 그는 미국 대통령이고, 발언의 결과는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본격적인 핵실험을 시행의 타당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가 지난달 26~29일 핵 추진 미사일과 핵 추진 수중 드론, 신형 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공개하고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직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글에서 "다른 국가들이 핵무기 시험을 지속하기에 나는 전쟁부(국방부)에 동등한 기준으로 우리의 핵무기 시험을 개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절차는 즉각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인터뷰에서 "현재 논의 중인 시험은 시스템 점검용"이라며 "핵폭발이 아닌, 우리가 '비 임계(non-critical) 폭발'이라고 부르는 시험"이라고 밝혔다.
미 공군지구권타격사령부는 이날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을 시험 발사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