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트럼프…美 연방정부 셧다운 36일 신기록
  • 송호영 기자
  • 입력: 2025.11.05 18:11 / 수정: 2025.11.05 18:11
14번째 예산안마저 부결
관제사 휴직으로 항공 대란 우려
저소득층 식비 지원 차질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 사태가 5일을 기해 36일째에 접어들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임시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한 영향이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서쪽 모습. /AP.뉴시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 사태가 5일을 기해 36일째에 접어들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임시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한 영향이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서쪽 모습.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 사태가 5일로 36일째에 접어들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오바마 케어(ACA)'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견으로 임시예산안 처리가 불발돼 지난달 1일 시작된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상원 본회의에서 공화당이 발의한 14번째 임시예산안(CR)은 찬성 54표, 반대 44표로 부결됐다. 상원 예산안 통과를 위해선 찬성 60표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동의해야만 임시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며 버티고, 공화당은 우선 정부를 재가동한 이후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오바마 케어를 이용하는 평균적인 미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돈은 114% 늘어나고 400만 명의 미국인은 건강보험 혜택을 완전히 잃게 된다"며 "이 모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의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엑스에 슈머 원내대표를 지목해 "셧다운으로 미국 가정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제 민주당은 이 잔혹한 정치적 행태를 멈춰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공화당)가 필리버스터를 종결(핵 옵션 가동)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도, 다음 대선도 이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며 공화당에 셧다운을 끝내라고 촉구했다.

'핵 옵션'은 의사규칙을 변경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종결 투표의 의결정족수를 60명에서 단순 과반인 51명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핵폭발처럼 정치적 후폭풍이 불 수 있어 '핵 옵션'이라고 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공화당)가 필리버스터를 종결(핵 옵션 가동)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도, 다음 대선도 이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공화당)가 필리버스터를 종결(핵 옵션 가동)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중간선거도, 다음 대선도 이길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취임 선서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 /AP.뉴시스

이런 가운데 상원 세출 위원회 소속 양당 의원들이 물밑에서 예산 협상에 나섰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수전 콜린스 위원장(공화·메인), 마이크 라운즈(공화·사우스다코타), 진 샤힌·매기 하산(민주·뉴햄프셔),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등 의원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리 피터스(민주·미시간) 의원은 "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AP에 말했다. 그러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5일부로 최장 기록이 경신됐다.

이전 기록은 2018~2019년 35일간 이어진 셧다운으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졌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원인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첫해에 셧다운이 다시 반복되면서 시민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우선 연방정부 공무원 수십만 명이 무급 근무를 하거나 강제 휴직하는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항공 운송 분야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항공업계에선 셧다운이 시작된 이후 관제사의 결근이 급증하면서 항공편 지연 또는 취소로 320만 명이 넘는 승객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3일 기자회견에서 "셧다운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경우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관제 인력 부족으로 특정 공역을 일시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저소득층 대상의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도 자금 고갈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해당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인원은 4200만 명으로 미국인 8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비상 기금을 활용하라고 명령했지만, 현재 비상기금은 매달 필요한 약 80억 달러(약11조5700억원)의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셧다운이 최장 기록을 넘은 가운데 전날 진행 지방선거로 인해 사태가 변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뉴욕시장, 버지니아 및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취임 이후 처음으로 치러져 민심을 파악할 기회로 주목받은 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온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의 책임을 각 후보와 셧다운에 돌렸고, 민주당과 대화하겠다는 의사는 표명하지 않았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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