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OK'에 탄력받은 韓 핵 추진 잠수함…타국 사례는?
  • 송호영 기자
  • 입력: 2025.11.01 00:00 / 수정: 2025.11.01 00:00
北, SLBM 보유·SSBN 개발 추정
호주·브라질·일본 등 SSN 개발 추진
개발에 최소 10년 소요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승인을 요청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의하면서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 개발 계획에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 협정과 타국의 견제로 개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9월 26일 촬영된 대한민국 해군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SS-III) 3번함 신채호함(SS-086). /AP.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승인을 요청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의하면서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 개발 계획에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한미 원자력 협정과 타국의 견제로 개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9월 26일 촬영된 대한민국 해군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SS-III) 3번함 신채호함(SS-086).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승인을 요청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동의하면서 '한국형 핵 추진 잠수함' 개발 계획에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호주, 브라질, 일본 등 사례를 볼 때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핵 추진 잠수함 도입 의지를 공식 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4000톤급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했지만, 일부 언론에 공개되자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핵 추진 잠수함 계획을 추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의 잠수함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이미 개발했다. 이에 더해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3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 건조 실태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핵무기를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SSBN·전략원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식적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이다. 모두 핵무기 보유국으로, SSBN을 운용하기에 핵 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하고 있다는 오해가 퍼져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오해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핵 추진 방식을 사용하지만, 핵무기가 실리지 않은 잠수함은 SSN으로 구분한다.

현재 공식적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운용하는 국가는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이다. 사진은 미국 해군 핵 추진 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지난 2023년 12월 17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뉴시스
현재 공식적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운용하는 국가는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이다. 사진은 미국 해군 핵 추진 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지난 2023년 12월 17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 /뉴시스

한국 이외에도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SSN 개발을 시도하는 나라들이 있다.

호주는 오커스(AUKUS)를 구성하는 미국, 영국과 함께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1년 체결된 오커스 안보 협정에 따르면 호주는 2030년대 초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5척을 구입하고, 영국과 공동 개발한 SSN을 2040년대에 인도받게 된다.

그러나 미국의 조선 능력이 취약한 데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외교 안보 정책에 변화가 생긴 바람에 오커스 계획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 능력이 탁월한 한국의 SSN 보유를 승인하면서 호주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브라질 또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를 통해 SSN을 건조한다는 계획이 있다. 브라질 해군은 지난 2021년 말 초도함인 아우바루 아우베르투함의 건조를 시작하기 위한 계약에 서명하고, 2023년에 강재 절단식을 가졌다.

최근 출범한 일본의 다카이치 내각도 SSN 건조를 고려 중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잠수함 동력으로 원자력을 활용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정부 합의문에는 장기간 작전이 가능하고 장사정 미사일을 탑재한 '차세대 동력' 잠수함의 보유 정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한국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넘어야 할 난관이 더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만 보유할 수 있고, 이마저도 군사적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협정이 개정되더라도 미국형 잠수함은 8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발에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형 잠수함의 경우 20% 미만(바라쿠다급 잠수함은 5~7%)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을 사용한다.

주변국의 견제도 개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해양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은 소식이 들려오자 즉각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미 양측이 핵 비확산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되, 상반되는 일을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기존 사례를 봤을 때, SSN 개발 소요 시간은 최소 10년 정도로 예측된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종합국감에서 "(결정 시 도입은) 2030년대 중반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난관을 극복해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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