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두 국가는 상호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지 말고 대국적 관점에서 협력이 주는 장기적 이익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세 갈등이 이번 회담에서 일단 봉합된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 회복 의지를 내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시 주석은 같은 날 오전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최근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우여곡절은 양측에 교훈을 줬다. 경제와 무역은 양국 관계의 핵심이어야 하며 갈등 요인이 돼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평등, 존중, 호혜의 원칙에 따라 협상을 지속하고, 쟁점은 지속적으로 줄이고 협력 범위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 주석은 양국이 대치 상황에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미중) 양국의 국정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이는 불가피하며, 세계 양대 경제 대국으로서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도전과 난관에 직면했을 때, 양국 정상은 조타수로서 방향을 파악하고 국면을 이끌어 중미 관계의 순조로운 발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올해 1~3분기 성장률이 5.2%를 기록하고, 대외 상품 수출입이 4% 증가하는 등 양호한 성과를 거뒀다"며 "이는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어렵게 얻은 성과"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70여 년간 우리는 단일한 청사진을 고수하며, 세대를 거쳐 발전해 왔고, 누구에게도 도전하거나 대체하려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자신의 문제를 잘 관리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며, 다른 나라와 발전 기회를 공유하는 데 집중해 왔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 구도를 거부하고 패권 경쟁을 하려 한다는 시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또한 "대화가 대립보다 낫다"며 미중 양국이 각급에서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은 불법 이민 및 통신 사기 방지, 자금 세탁 방지, 인공지능(AI), 전염병 대응 등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관련 부처는 대화와 교류를 강화하고 호혜적인 협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세계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양국은 강대국의 책임을 공동으로 이행하고 양국과 세계를 위한 성과 창출 과정에 협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날 경제 및 무역, 에너지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인문 교류를 촉진하기로 합의했다.
통신은 또 미중 정상이 정기적인 교류를 유지하는 데 동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을 미국에 초청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이후 약 6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11시 7분께부터 1시간 40여 분간 이어졌다.
hyso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