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백악관 증축 공사에 논란이 일고 있다. 1902년 건설된 이스트윙(동관)을 철거한 데다 정부 재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투입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정오께 워싱턴 D.C. 백악관의 이스트윙이 완전히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공사가 시작된 지 3일 만이다.
WP가 공개한 영상에는 굴착기가 이스트윙을 허무는 장면이 포착됐다. 철거된 건물 잔해는 덤프트럭에 실려 포토맥강 인근으로 옮겨졌다.
백악관 내 대형 연회장 건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이다. 그는 지난 7월 9만㎡(약 2만7225평) 규모의 연회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이스트윙은 존치한 채 인근 부지에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계획이 변경되고 철거가 시작되고 나서야 해당 사실이 알려졌다.
소식이 퍼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공사 현장의 접근을 제한했다. 이스트윙 인근 재무부 청사 직원들에게는 사진 공유 금지 지시가 내려졌고, 영상 촬영을 기자들도 현장에서 쫓겨났다고 WP는 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철거 계획을 밝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레빗 대변인은 건축가와 건설사가 안정적인 구조를 위해 필요하다고 조언해 계획이 변경됐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인사들과 시민사회는 이번 사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엑스·옛 트위터)에 "그(트럼프 대통령)의 집이 아니라 여러분의 집이다. 그런데 그가 파괴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비영리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도 이스트윙이 국립사적지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국을 상징하는 건물이라며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이스트윙은 완전히 철거됐다.
공사 비용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건설 비용이 2억 달러(약 2877억원)라고 밝혔으나, 22일에는 3억 달러(약 4315억원)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기자들에게 개인 기부자들이 약 3억5000만 달러(약5032억원)를 기부했으며, 자신도 개인적으로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방정부와 계약을 체결한 기업들이 기부금을 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연회장 건설 자금 마련을 위한 만찬을 열었고 애플, 아마존, 구글, 팔란티어, 록히드 마틴 등 주요 기업들이 기부금을 건넸다.
현재 미국 정부의 재정은 악화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21일 집계 기준 미국 정부의 국가부채는 38조 달러(5경4693조4000억원)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 8월 37조 달러를 찍은 데 이어 두 달 만에 1조 달러(약 1433조원)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부채가 늘어난 기록적인 사례라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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