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헝가리 정상회담에 대해 21일(현지시간)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두고 양측 사전 협의가 난항을 겪으며 회담이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푸틴 대통령과 2시간 30분가량 통화를 갖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주 이내에" 만나 종전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 행사 자리에서 '푸틴 대통과의 회담이 취소됐느냐'는 질의에 "나는 쓸데없는 회담을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겠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새로운 구상을 공개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뿐만 아니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종전을 원하고 있어 "전쟁이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전 백악관도 미러 정상회담 계획이 당분간 없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가까운 미래에 회담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일 진행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통화가 "생산적"이었다면서도 "두 장관의 추가 대면 만남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이번 주 만날 예정이었던 장관급 회담도 연기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보류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양 측의 견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두 장관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종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 전체를 넘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루한스크주 전체와 도네츠크주의 75%를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21일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입장이 두 달 전 알래스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것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오는 26~2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의 회담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