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남미 연이어 압박…문제는 '마약' 아닌 '좌파'?
  • 송호영 기자
  • 입력: 2025.10.21 13:19 / 수정: 2025.10.21 13:19
트럼프, 콜롬비아 경제 지원 중단
베네수엘라 마두로 축출 언급도
전문가 "남미, 중국을 더 신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마약 공급을 이유로 중남미 국가에게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마약 공급을 이유로 중남미 국가에게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남미 지도자들에게 비난을 쏟아내며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압박을 하고 있다. 미국에 마약을 공급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와 엘살바도르 같은 우파 정권이 집권하는 국가에는 특혜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마약 단속 작전이 확대됐다"며 "원양 선박에 대한 군사 공격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차 이 지역의 정부를 위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불법 마약 밀매 조직의 수장으로 콜롬비아 전역의 크고 작은 농장에서 대규모 마약 생산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이런 지원금, 어떤 형태의 지원금과 보조금도 더 이상 콜롬비아에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콜롬비아에 마약 퇴치 명목으로 해온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무례한 말을 하며 지지도가 낮고 매우 인기가 없는 지도자 페트로는 즉각 이 죽음의 들판을 폐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선박을 단속한다는 이유로 무고한 어부를 살해했다는 페트로 대통령의 비판 이후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부터 카리브해를 통해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의심 선박에 대한 공습을 지시한 바 있다. 미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7척의 선박이 격침됐고, 최소 32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지난주 공습에서 생존한 선원 두 명(콜롬비아인 에콰도르인)이 고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사망한 콜롬비아인이 "평생 어부로 살아온 사람"이라며 "미국 정부가 살인을 저지르고 우리 영해에서 주권을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후 남미 국가 가운데 좌파 정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특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축출 의지를 보이며 미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 비밀 작전 수행을 승인했을 정도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 시절부터 반미 경향이 강해진 베네수엘라에선 최근 경제적,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좌파 정권이 집권하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에 제재를 가하고, 우파 정권이 집권 중인 아르헨티나와 엘살바도르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월 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는 모습.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좌파 정권이 집권하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에 제재를 가하고, 우파 정권이 집권 중인 아르헨티나와 엘살바도르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월 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는 모습.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같은 우파 성향 정권 국가에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5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200억 달러(약 28조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제적 먼로주의'의 일환"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 3월 미국이 강제 추방한 이민자를 감옥에 수용해 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에게 미국이 보호 중인 범죄조직 MS-13 제보자를 넘겨주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제보자가 부켈레 정권 고위 관계자와 범죄조직 사이의 관계를 제보했기 때문에, 엘살바도르로 송환될 경우 보복당할 우려가 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6일 기고문에서 "마약 카르텔은 군사 공격을 받아도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속한 재건이 가능하다. 단발적인 작전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오히려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인한 남미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광범위한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CSIS는 또한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5월 여론조사를 인용해 "대부분의 남미 국가는 현재 중국을 더 존중받는 초강대국이자 더 신뢰할 수 있는 무역 동반자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CSIS는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적 강압이나 군사력 위협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워싱턴과 남아메리카 간의 거리를 더욱 벌려 미국의 경쟁국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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