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의 2단계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1단계 합의 내용인 이스라엘 인질 유해 송환이 순탄치 않고, 2단계 협상에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평화구상의 추가 이행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평화구상은 20개로 구성됐는데, 현재 진행되는 1단계는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등 5∼6개 항목에 해당한다. 이후 2단계에선 하마스의 무장해제, 가자지구 통치 방식, 국제안정화군(ISF) 배치 등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3일 인질과 수감자를 상호 교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1단계 휴전 합의 내용을 이행 중이다.
당시 하마스는 2년간 억류 중이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인계했고, 이스라엘도 자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팔레스타인인 약 1900명을 석방했다.
문제는 이후 진행돼야 할 하마스의 이스라엘 사망자 유해 송환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WSJ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금까지 총 28구 중 9구의 유해를 이스라엘에 송환했다. 하마스는 15일 이스라엘에 시신을 인계하며 "우리가 확보한 마지막 시신"이라고 알렸다. 시신이 이스라엘군의 폭격 잔해 아래에 있거나 통제 지역에 있어 나머지 유해를 수습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스라엘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신을 모두 송환하지 않으면 전투를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군 지휘관들에게 전쟁 재개에 대비하기 위해 "하마스를 패배시키기 위한 포괄적 계획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정부는 일단 하마스가 합의를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WSJ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온라인 언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하마스와 합의한 내용은 생존 인질 전원을 구출하는 것이고, 그들은 이를 준수했다"며 "하마스가 모든 인질 유해를 인도하지 않는다고 휴전 합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협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재개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공개된 미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말만 하면 이스라엘 군대는 즉시 가자 거리로 복귀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하마스와 관련해 진행되는 상황은 빠르게 정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스라엘군과 네타냐후 총리를 막았다며 "비비(네타냐후 총리 애칭)와 결판을 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평화구상 2단계의 핵심 내용인 하마스의 무장해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경쟁 무장세력을 처형하며 가자지구 통제 확보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이후 하마스 보안군 10명과 경쟁 무장세력 최소 20명이 무력 충돌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통치 방식 합의와 국제안정화군 배치도 난항을 겪고 있다. WSJ은 이날 중재국들이 이집트와 요르단에서 훈련받은 팔레스타인 경찰 1000명을 가자지구 안보를 위해 먼저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향후 팔레스타인 출신 안보 인력을 최대 1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인력이 안보를 담당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로이터는 같은 날 미국의 고위 보좌관이 "가자지구 국제안정화군 투입 계획이 시작됐다"며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카타르, 아제르바이잔 등이 파견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파견을 확정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아랍 정부들이 '점령군'처럼 보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에 ISF를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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