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르코르뉘 총리, 불신임 투표 앞두고 "연금개혁 중단" 제안
  • 송호영 기자
  • 입력: 2025.10.15 11:48 / 수정: 2025.10.15 11:48
정국 위기 극복 위해 공약 양보
좌·우 야당, 마크롱 사퇴 압박까지
사회당, 내각 불신임안 유보
좌익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와 우파 국민연합(RN)은 13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또다시 제출했다. 사진은 르코르뉘 총리. /AP.뉴시스
좌익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와 우파 국민연합(RN)은 13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또다시 제출했다. 사진은 르코르뉘 총리.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재임명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가 불신임 투표를 하루 앞둔 14일(현지시간) 연금 개혁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정책 연설에서 "2023년의 연금 개혁을 다음 대선 이후로 연기할 것을 의회에 제안하겠다"며 "현재부터 2028년 1월까지 정년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대선은 2027년 4∼5월 예정이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어 연금 개혁 중단에 따른 비용이 2026년 4억 유로(6630억원), 2027년 18억 유로(약 2조9860억원)로 추정된다며, 이 금액을 "다른 곳에서 아껴 보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해 지난 2023년 시행된 연금 개혁 법안은 퇴직 연령을 기존 62살에서 2030년까지 64살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의 연금 개혁 중지 제안은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을 막으려는 방편으로 해석된다. 프랑스에선 최근 총리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5일 취임한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그해 12월 4일 프랑스 하원(국민의회)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돼 같은 달 13일 사임했고, 이후 취임한 바이루 총리도 약 9개월 만인 지난 9월 9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르코르뉘 총리 또한 임명 27일 만인 지난 6일 물러났다가 10일 재지명됐다.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자, 프랑스 야당은 내각 불신임안을 다시 제출하며 마크롱 대통령 사임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좌익 정당에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SNS 엑스(X·구 트위터)에 "르코르뉘 2차 내각을 무너뜨릴 불신임안을 제출했다"며 "르코르뉘는 무너질 것이고, 마크롱이 뒤를 따를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우파 국민연합(RN) 또한 성명을 통해 "헌법에 의지해 의회를 해산하는 것이 이 난국에서 벗어날 가장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인데, 대통령이 임명한 새 내각은 이를 실행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야당의 연이은 내각 불신임에 이어 대통령 본인의 사임까지 압박받고 있다. /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야당의 연이은 내각 불신임에 이어 대통령 본인의 사임까지 압박받고 있다. /AP.뉴시스

마크롱 대통령은 사임을 일축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이집트 홍해의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평화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분열과 투기를 조장했던 자들은 프랑스가 지금 겪고 있는 중대한 순간에 걸맞지 않게 행동했다"며 "프랑수아 바이루(전 총리) 불신임을 결정한 정치세력, 세바스티앵 르코르뉘(총리)를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했던 이들에게 이 혼란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든 의회든 프랑스 국민이 부여한 사명은 봉사하고 봉사하며, 국민의 일상적 질문에 답하고, 프랑스의 독립을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아야 한다"며 "저는 계속해서 안정(stability)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르코르뉘 총리는 불신임 표결의 '키'를 쥐고 있는 사회당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이 연금 개혁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이 연금 개혁 중단을 환영하며 그의 불신임에 대해선 유보했다. 사회당 중진 보리스 발로 의원은 "당신의 말이 행동으로 바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내각 불신임 가결에는 프랑스 하원의 총의석수 577석 중 289석이 필요하다. 총 194석을 가진 LFI와 RN만으로는 내각 불신임을 할 수 없고, 69석을 가진 사회당의 결정이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르코르뉘 내각 불신임 투표는 현지시간 15일 치러질 예정이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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