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지난 4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공명당의 연립정권 이탈로 인해 취임 초기부터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직에 오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공영 NHK 방송, 교도통신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10일 오후 다카이치 총재와 회담에 나선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연립정권 이탈을 표명했다.
사이토 대표는 1시간 30분가량 회담을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와 금전 문제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없었다"며 연립정권에서 탈퇴할 방침을 전했다고 밝혔다. '정치와 금전 문제'는 자민당 계파 해체의 원인이 된 비자금 스캔들을 말한다.
다카이치 총재는 최근 취임 후 단행한 당 간부 인사에서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을 당 간사직 대행으로 발탁해 공명당의 비판을 받았다.
일본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총리 지명 투표를 하고,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결정을 따른다.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하는 196석만을 확보한 상황이라 24석을 가진 공명당과의 협력이 필요했지만, 이날 회담이 결렬되며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당선이 불투명해졌다. 애초 총리 선거는 15일에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명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공명당은 1999년 이후 26년간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해 왔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요구 사항을 밝혔다. 이날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도쿄에서 열린 공명당 회의에서 자민당이 기업·단체의 헌금 규제 강화를 합의하지 않으면 연립정권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이토 대표는 공명당 회의에서 기업·단체 헌금 규제 강화와 관련해 (자민당으로부터) 충분한 답이 없으면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명당은 구체적으로 기업·단체 헌금을 정당 본부와 도·도·부·현 조직으로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제 강화안 원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고, 자민당은 이에 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뿐만 아니라 다카이치 총재의 강경한 보수 성향도 공명당과의 갈등 요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명당과 그 지지기반인 불교 창가학회가 평화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과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파벌인 이른바 '아베파'에 속했고, 이번 총재 선거 과정에서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발언과 외국인 혐오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이를 의식해 이달 추계 제사 때 신사 참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명당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의원 야당의 의석은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순이다. 입헌민주당은 야당의 총리 후보 연합을 국민민주당과 일본유신회에 제안한 상황이다. 국민민주당은 '정치 이념이 다른 입헌민주당과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명당의 연립정권 이탈로 각 당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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